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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Apr 04. 2023

데이비드 호크니와 나의 교집합

물, 이라는 아름다움

1960s Swinging London
David Hockney & British Pop Art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대표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과 함께 영국 초기 팝아트를 이끈 14인의 작품이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다녀왔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60여 점과 팝아트의 창시자라고 하는 리처드 해밀턴을 비롯한 영국 팝아트의 거장 14인의 작품 9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Swinging London'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는 영국 팝아트의 성장배경이 된 1960년대를 읽컫는 말로 사회적,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의 활기차고 에너지 가득한 영국 런던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 시기의 작품은 당시 역동적이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젊은 아티스트들이 광고, 영화, 사진 같은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예술 영역으로 끌어드리며 전통적인 가치와 태도에 도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들이 모두 대담하고 다채로웠으며 매우 자유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나에게 영감을 준 작품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물'과 관련된 작품들이다. 감히 거장인 호크니와 나를 비교하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과 글을 보며 내가 왜 물을 좋아했는지, 물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는지 알게 되었다.


수영장처럼 꾸며 놓은 전시장
실재하는 대상이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렸는데, 그 다른 모습은 물 때문에 형태가 자연스럽게 왜곡돼 있죠.


물은 '어느 지점'을 볼 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반사된 부분이나 물 표면을 보다 갑자기 물속을 볼 수도 있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물을 폴라로이드로 수없이 찍은 데이비드 호크니. 보고 있자니 마치 나도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았다.


물은 항상 제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물을 어떻게 포착하는지는 항상 저를 매료시키는 요소였습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감히 나도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물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지금 작업 중이 그림책 원고에도 물이 나오고, 다음 그림책으로 원고를 쓰고 있는 글에도 물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그림책 수업 이름도 마음수영, 수영이 들어간다. 돌이켜보니 나는 물을 좋아했다. 수영을 좋아했다. 물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물이 나의 마음을 늘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변화하는 물을 그리고 싶어 진다.

더 큰 첨벙 영화 포스터 / 일광욕 하는 사람

 물론 이런 거장과 나를 동일시할 생각은 없다. 다만 데이비드 호크니의 물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읽고 있자니 나의 마음 또한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중충한 날씨의 영국에서 오래 살던 그가 미국의 자유로움을 꿈꾸며 로스앤젤레스로 넘어갔다. 햇빛이 쨍쨍한 그곳에서 수영장을 보고 얼마나 매료되었을까 싶다. 그래서 유명한 '수영장 시리즈'가 탄생한 것이다.


 남다르게 바라보고, 남다르게 생각하라.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그의 남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어떠한 글 또는 그림이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작가의 해석'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릴 때, 또는 그림책을 만들 때 늘 생각하려고 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생각, 해석'은 무엇일까?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작품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물을 표현하기 폴라로이드 사진을 몇백 장 찍은 것처럼, 도로를 그리기 위해 2주 동안 연필로 라인을 그은 것처럼. 데이비드 호크니도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는데, 디지털 드로잉이라고 쉽고 빨리 그려진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는 말한다. 똑같이 시간이 걸린다. 똑같이 정성이 들어간다고 말이다. 막 그린 디지털 드로잉 같아 보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색감, 터치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그릴 수 있는 것은 이미 완벽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힘을 빼고 자유롭게 선 하나를 그어도 예술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잘 훈련된 손(Hand),  사물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각(Eye),
그리고 이를 지치지 않고 만들어 나가는 열정(Heart)의
세 가지가 화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내 손은 아직 훈련이 부족하고 내 눈은 아직 사물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그리고 싶은 열정, 이것은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지지 못한 두 개는 차근차근 채워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나도 언젠가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아티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1972년 뮌헨 올림픽

*표지 그림은 위 작품을 오마주한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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