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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PPY위피 Jan 05. 2024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우리에게 열린 길

(스포주의) 20대의 방황, 미성숙함, 호기심, 그리고 성장에 대한 영화

A Rainy Day in New York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2019년 개봉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이다. 티모시 샬라메, 엘 패닝, 셀레나 고메즈가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배우들과 감독의 네임밸류로 이전부터 관심이 갔지만 최근에야 시청하게 되었다. 셀레나 고메즈와 티모시 샬라메라는 캐스팅이 로맨스 영화배우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영화에 나오는 뉴욕 거리와 문화를 보다 보면 '이 감독은 뉴욕 시티를 정말 사랑하는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뉴욕의 좋은 면만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고 있다. 주요 줄거리는 맨해튼 출신의 대학생 개츠비가 주말을 맞아 여자친구의 취재를 이유로 대학에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개츠비는 우연스럽게도 자신의 전 여자친구의 동생인 챈을 만나게 되고, 결말에는 챈과 이어진다.



로맨스가 주요 주제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는 20대의 방황, 미성숙함, 호기심, 그리고 성장이 사랑과 연애에 투사되어 나타난다.

개츠비는 특정한 꿈 없이 아직 방황하는 20대 초반을 상징한다. 개츠비는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사교계의 모순을 혐오해 고향을 떠나 아이비리그가 아닌 대학에 편입했지만 그곳에서도 지루함을 느끼며 같은 대학 학생인 여자친구 애슐리 외에는 일상에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담이지만 개츠비 역의 티모시 샬라메는 '레이디버드', '돈룩업'에서도 그렇지만 한심한 한량 같은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하는 것 같다. 혼자 사연 있는 척은 다 하지만 별 거 없는 잘생긴 남자 역할을 매번 잘 해낸다.


주말여행 동안 개츠비의 여자친구 애슐리는 자신의 취재와 새로운 만남, 경험에 더 신경을 쓰며 개츠비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본래 커플의 여행이 되어야 했던 뉴욕행은 애슐리가 동경하던 영화감독이 애슐리에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며 달라진다. 애슐리는 감독의 소개로 유명 각본가를 만나고, 그의 초대로 유명 인사들의 파티에 초대받기까지 한다. 그 와중에 한 유명 배우와 선을 넘기 직전까지 가지만 남자친구인 개츠비에게 죄책감을 갖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애슐리는 마지막에 개츠비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혼자 남지만 놀랄 뿐이지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애슐리에게 개츠비와의 연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대학생활 중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평범한 연애일 뿐이다.


우디 앨런 감독이 애슐리에게 맡긴 역할은 반짝이는, 아직 순진하면서도 의욕이 넘치는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애슐리는 비일상적인 일을 짧은 시간에 연속적으로 겪지만 모두 하나의 경험으로 여기며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회복이 빠르다. 애슐리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어떠한 연애는 진지할 수도, 가벼울 수도 있을 것이다. 20대의 사랑이 갖는 무수한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등장인물이다.


애슐리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 개츠비는 길을 걷다가 고등학교 동창들도 만나고 자신의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 챈도 마주친다. 개츠비과 고향 사람들과 얘기하는 동안 계속 같은 위화감이 든다. 개츠비는 뉴욕 상류층 사회에서 자신이 외부인이길 원하지만 개츠비는 어쩔 수 없는 그 사회의 일원으로 보인다. 개츠비의 동창과 가족은 개츠비를 유별나다 생각하지만 그들의 일원으로 보는 건 다름없다. 챈은 자신이 개츠비를 좋아했던 사실을 무심하게 고백하고 애슐리가 애리조나 출신이라는 걸 듣고 웃는다.


챈은 뉴욕 시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개츠비에게 챈은 잊고 있었던 고향 같은 존재이다. 개츠비는 고등학교 때는 챈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아주 오랜만에 만나면서 자신이 기억하던 모습에서 많이 성장한 챈을 보고 놀란다.


개츠비는 가족과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서 가족에게 의외의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기도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결말에서 개츠비가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고 뉴욕 시티에 남기를 선택하는 길로 이어진다.


개츠비는 비가 오는 가운데 애슐리를 보내고 센트럴 파크로 가 챈을 만난다.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하는 다른 길이다. 개츠비는 자신이 있을 곳을 깨닫고, 대학에 돌아가지 않고 뉴욕 시티에 남는 걸 선택한 것이다.


개츠비와 애슐리는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유복하고, 잘생겼고, 그 두 가지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넘친다. 큰 고난과 역경이 없는 인생을 살 것이고, 그만큼 인생에 선택지와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영화 밖 우리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는 드라마 같은 비극이 일어날 일을 희박할 것이며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할 것이다. 갈림길에 도착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갈림길은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린 아직 어리니까, 미성숙하고 경험 없는 게 정상이니까.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고 

과거의 인연 중 한 명과 새로운 관계를 쌓아갈 수도 있다.


연애와 꿈은 같은 형상을 띠고 있다. 갑작스럽게 다른 진로를 택해도 괜찮다. 인연이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하는 것처럼. 지금껏 공부해 온 것들을 뒤로해도 된다. 연인과 헤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20대들이 앞으로 있을 많은 선택지에서 당황하지 않고 항상 사랑과 꿈이 가득하길.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주저하지 말자. 우리가 지나왔던 길도 다시 한번 돌아보자. 우리가 잊었던 것들은 우리가 변한 만큼 다르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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