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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현 Jan 27. 2024

[게임 리뷰] 셀레스트

무엇이 우리를 끊임없이 오르게 만드는가


  들어가기에 앞서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어떻게 플레이어를 몰입시키고, 몰입 상태로 유지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2018년에 출시된 게임 <셀레스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전술한 문제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취였다. 따라서 이 리뷰에서는 게임 <셀레스트>가 플레이어의 집중을 붙잡아두는 방법을 분석하여 서술하였다. 우리를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오르게 만드는, <셀레스트>에 담긴 몰입의 미학을 살펴보자.


  부활 시스템과 각 단계의 볼륨

  <셀레스트>의 부활은 상당히 빠르다. 플레이어가 죽은 지 1초만에 방금 실패한 도전이 다시 눈앞에 나타난다. 죽었을 때의 패널티 또한 없다. 이처럼 죽음에 대한 부담이 없기에 <셀레스트>의 플레이어는 과감하고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셀레스트의 빠른 부활과 대조되는 <다크 소울>의 플레이어 사망 후 화면

  반대로 죽었을 때 패널티가 있다면 어떨까? 플레이어는 매 도전에 신중을 가하게 되고, 죽음은 엄중히 다가온다.  이런 매커니즘은 플레이 중 긴박감을 더할 수 있겠지만, 플레이어가 원하는 바를 마음껏 시도해보기 힘들며 게임의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에 비해 <셀레스트>는 매 시도의 의미를 축소함으로써 부담 없고 가벼운 도전을 얻어 냈다.

  아쉽게 죽든 허무하게 죽든 <셀레스트>는 플레이어를 1초만에 다시 흥미로운 도전의 한가운데로 돌려 놓는다. 마치 플레이어의 집중이 꺼지기 쉬운 불씨라도 되듯 계속해서 바람을 불어 넣고 마른 가지를 던져 넣는다. 좌절할 틈도, 고민할 여유도 없이 달성해야 할 목표만이 플레이어의 머릿속을 꽉 채우게 된다.

  각 단계의 볼륨 또한 적절하다. <셀레스트>는 약 10초정도의 한 단계를 완주하는 데 성공할 때마다 자동으로 저장된다. 따라서 각 단계의 달성은 작지만 유의미한 발전으로 여겨진다. 한 스테이지의 클리어라는 큰 목표 속에 아주 많은 중간 목표들이 있는 이러한 구조는 플레이어의 성취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시킨다.


  직관성

  <셀레스트>는 2개의 키에서 파생되는 3개의 모션만을 이용하는 게임이다. Z키는 점프와 매달리기, X키는 대시에 대응한다. 모션은 한정적이지만 각 모션이 여러 쓰임새를 갖는다. 주인공 매들린은 대시를 통해 장애물을 넘나들며, 플랫폼을 움직이고, 진행 중인 동작을 끊거나 벽을 부술 수도 있다. 각 문제에 대응하는 수많은 조작이 있는 게 아니라,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소수의 조작을 가지는 이런 구조는 직관성을 크게 높인다. 선택지가 확 제한되기 때문이다.

  <셀레스트>는 플레이어에게 복잡한 퍼즐이나 수수께끼를 던져 주지 않는다. 어떤 문제든 해결책은 Z나 X중 하나일 것이다. 즉 <셀레스트>를 플레이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자신이 어떤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야 하는지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의문도 모호함도 없기에 플레이어의 몰입은 깨질 틈이 없다.


  조작감과 합리성

  <셀레스트>의 조작감은 아주 뛰어나다. 우리는 주인공 매들린을 원하는 우리가 원하는 그대로 움직일 수 있다. 점프 키를 누르고 최고 고도를 달성할 때까지의 시간, 플레이어를 낙하시키는 중력의 크기와 좌우 컨트롤의 속도까지 나무랄 곳이 없다. 또한 대체적으로 어려운 난이도임에도 판정 자체는 너그러운 편으로, 가시에 살짝 닿는 정도는 허용해 주어 억울하게 죽는 경우가 없다. 여기서 오는 것은 합리성과 납득이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시스템 탓을 하게 만드는 '납득하기 어려운 실패'와 달리, 금방 납득이 되는 <셀레스트>의 실패는 피드백과 재시도로 이어진다.

 

  마치며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동기로 움직인다. 그 동기는 스토리에서 오는 사명감일 수도 있을 것이고, 다음 챕터에 대한 호기심이나 단순 재미에 대한 추구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본질적 강력함은, '아무런 효용이 없는 목표만으로도 사람을 도전하고 성취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셀레스트>는 끊임없이 목표를 던지고 그 목표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잡아두는 데에 최선을 다한, 게임의 본질에 충실한 게임이다. 끊임없이 시도하다가 끝끝내 숨을 참고 집중하며 한 단계를 주파하고 안도감과 성취감에 휩싸여 다시 숨을 들이쉴 때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을 꼽자면 던전 내에서 길을 찾는 구성의 챕터. 셀레스트라는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탐색과 길 찾기가 많아서 플레이어가 다음 목표를 명확히 알기 어렵고, 눈 앞의 과제에 집중하고 해결하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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