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뭐 하지?

by 오늘

내년이면 육십이다.


이 숫자가 내 나이라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매년 생일마다 나이를 쇠어 머리로는 맞는 줄 알지만 심정은 거북하다.

결혼 한 지도 30년이 훌쩍 넘어 기념일이라 할 숫자가 쌓이는데 더 뜻깊다는 마음이 안 든다. 하고 싶은 건 웬만큼 해보고 그게 그거이다 보니 지겨운 느낌이다.


몇 년 전쯤 아마도 55세 생일이었던 거 같다. 이렇게는 계속 못살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무슨 사건이 있었던 거 같다. 아마도 사소하고 반복되던 일이었을 거다.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이 눈덩이처럼 커져 처량해져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렀던 거 같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남아있는 나날은 다르게 보내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났다. 그날 이후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 지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후 대책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 나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나에 대한 도전으로, 나를 리모델링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사람이 되자. 예전에는 내 바깥세상에 정신이 팔려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나 자신에 집중하고 싶다.

먼저 몸에 관심이 생겼다. 더 이상 젊지 않다 보니 신체 기능이 예전만 못하다. 그에 따라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성격도 괴팍해지는 거 같다.


운 좋게 건강한 체질이라 젊어서는 운동이나 음식 등 특별히 신경 안 쓰고 살아도 문제없었다. 다행히 지금도 별 문제는 없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가능한 현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최대한 오래오래 죽는 날까지 신체의 자유를 갖는 게 목표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변화되는 나를 기록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눈과 귀와 혀로 잔머리 굴리며 감각적으로 살았다면, 이제는 코어 근육을 키워 팔과 다리로 우직하게 살고 싶다.


셀프 환갑 기념을 하려고 한다.

말로 하는 거 말고 일회적인 거 말고 지속 가능하게 문자로 남기고 싶다.


그 첫 번째로 발레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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