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라졌어요

by 오늘

키가 커졌다.

걸을 때 주변이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팔다리와 목이 길어졌다.

싱크대 맨 위 선반에 있는 물건은 뒤꿈치만 들고 팔을 쭉- 뻗으면 가뿐히 내릴 수 있다.


발레하고 나서 몸이 곧아지고 팔다리가 부드럽게 움직여지니 걸음걸이가 달라졌다. 이제야 비로소 다리로 걷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전에는 다리로 걷지 않고 어깨로 걸었던 것 같다. 어깨에 있는 대로 힘을 주고 한쪽 어깨가 앞으로 나가면 몸통이 따라가고 다리가 뒤쫓아 가는 식이었다. 내 몸에 관절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한 덩어리로 느껴졌다. 당연히 오래 못 걸었고 피곤했다. 운동한다고 좀 걸으면 다리가 붓고 절여서 끙끙 앓아야 했다.


그랬던 내가 사뿐사뿐 잘 걷게 되었다. 두 다리를 대중교통으로 사용할 정도로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이제는 걸을 때마다 자세를 점검한다.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뒷목이 뻣뻣한지 어깨를 웅크리고 있는지 척추는 바로 섰는지 아랫배는 나오지 않았는지 두 팔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 두 다리는 잘 뻗는지 발바닥은 바닥에 잘 닿는지.


무대 위를 걸어 나가는 발레리나 이미지를 머리에 떠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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