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

by 오늘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몰랐다. 금방 잘할 줄 알았다. 보기에는 쉬워 보였다. 만만해 보였다. 하지만 해보니까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자나야 한다는 걸.


시작은 좋았다.

코치에게 라켓 잡는 법부터 배웠다. 처음이라 열정이 가득했다. 스윙 연습을 백번 하라고 하면 이백번 했다. 오백번 천 번 했다. 코치가 쳐 준 공은 그런대로 잘 받아쳤다. 사람들이 처음치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줬다. 하지만 다른 사람하고 치면 하던 대로 되지 않았다. 공이 탁구대 밖으로 나가기 일쑤다. 상대방이 공을 주우러 가게 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민폐 안 끼치려고 잘하려고 하면 더 삑사리가 났다.


괴로웠다.

탁구장에서 서러움을 많이 느꼈다. 울진 않았지만 울컥울컥 했다. 화를 내진 않았지만 분노가 솟구쳤다. 레슨 한 타임 이십 분을 받고 나서는 의자에 앉아만 있었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다. 눈도 안 마주치려고 했다. 밑바닥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며 서러움도 분노도 다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 실력이 쌓였다.


탁구 친 지 일 년 하고도 구 개월이 지났다. 이제야 탁구를 치는 기분이 든다. 서브도 받아내고 커트도 좀 할 수 있고 아주 가끔은 공격도 성공한다.

탁구는 공을 잘 보고 바른 자세로 원하는 목표지점에 보내면 된다. 처음부터 듣던 말이지만 요즘에야 그 말이 이해된다. 그동안 헤매고 엉망으로 탁구를 쳤다는 걸 알게 됐다. 다시 스윙 연습을 한다. 지금은 횟수보다는 바른 자세인지 신경 쓴다. 거울을 보면서 집중해서 열 번 하고 잠깐 쉬고 다시 반복한다. 많이 하기보다는 제대로 정확히 하려고 한다. 실력이 나날이 느는 거 같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아 다행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한다면 나머지는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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