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축구를?

by 오늘


현수막을 봤다.

'중구여성축구단원모집'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확 올라왔다. 하지만 내 나이가 육십인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공은 차보고 싶었다. 축구공이 단단한데 잘못 차다 발가락이 부러지면 어떡하지?

잔디구장에서 마구 뛰어다니면 신날 거 같다. 하지만 너무 전력 질주하다 쓰러지면 어떡하지? 넘어지면 골절되고 다치면 회복이 잘 안 되는 나이인데 환갑에 축구를 하겠다니 제정신인가? 나도 걱정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나 끼치는 게 아닐까? 생각할수록 못할 거 같고 하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내 나이를 듣고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초창기 때부터 하셔서 70대인 분도 있으니 한번 와보라고 했다. 일단 축구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손기정체육공원 안에 있는 인조잔디구장이다.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특권 같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나도 쫓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나에게 주목하지 않은 것도 부담이 안 돼 좋았다.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좋았다. 축구화가 있어야 하지만 운동화를 신어도 괜찮다고 했다.

한번 해보자. 일단 해보자.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시작해 보자.

그냥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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