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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r 13. 2023

12.겨울을 사랑한 봄-여섯 : 스키르니르와 게르드

북유럽 신화, 프레이, 스키르니르, 게르드, 저주, 룬

#. 스키르니르와 게르드


 게르드가 머무는 별채에는 게르드와 그녀의 시녀뿐이었다. 별채로 낯선 사내가 다가오는 것을 본 시녀가 황급히 게르드에게로 갔다. 시녀는 앞서 안뜰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애기씨, 낯선 사내가 별채로 오고 있어요. 어서 피하셔요!]


 시녀와 달리 게르드는 차분했다. 시녀만큼은 아니지만 그녀도 대충 안뜰의 상황은 알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마저 꽃을 손질했다. 그녀는 오빠를 잃은 분노만큼, 낯선 사내에 대해서도 왠지 모를 궁금증이 들었다. 보나 마나 자신에게 구애를 하러 온 것일 테지만.


[아니. 피하지 않을꺼야. 여긴 내 집이야.]


 걱정이 된 시녀는 안달이 났지만, 게르드는 태연하게 화병에 꽃을 꽂았다.


[별채 주방에 벌꿀술이 있을 거야. 한잔 가득 따라서 탁자 위에 두렴.]

[아이고, 애기씨~ 어쩌시려구요?!]


게르드의 푸른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저 자가 대체 어떤 자인지 좀 봐야겠어. 우리 오라버니를 죽여놓고, 어떤 말을 지껄일지도 궁금하고.]

[그럼 가서 다른 하인들이라도 불러올께요.]


게르드는 시녀가 하인들을 불러오겠다는 것도 말렸다.


[아니야. 괜찮아. 대신..]


게르드가 손으로 홀 옆 창문을 가리켰다.


[넌 술을 가져다 놓고, 저기밖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으렴. 난 여기서 저 사내를 만나보겠어. 그 자가 허튼소리를 한다면, 이 꽃 하나를 저 자에게 던질 거야. 그러면 넌 바로 바깥채로 가서 모든 경비병을 데리고 오렴.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왔을지 몰라도, 나갈 때는 그렇지 못할 거야. 다진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릴 테야.]


 게르드의 굳은 결심에 시녀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 시녀는 별채의 주방으로 달려가 벌꿀술 한잔을 따라 홀 가운데 탁자에 올려두었다. 그런 다음, 별채 뒷문으로 조심스레 나가 창 뒤에 몸을 숨겼다. 게르드는 홀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낯선 사내를 기다렸다. 그녀의 의자 옆 협탁에는 그녀가 손질한 꽃이 담긴 화병이 놓였다.


- 게르드에게 프레이의 전언을 전하는 스키르니르, W.G.콜린우드 그림 (1908.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er%C3%B0r)


 스키르니르는 별채의 현관을 열었다. 곧바로 작은 홀로 이어졌는데, 거실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주변의 상황을 먼저 한눈에 살폈을 테지만, 그럴 새도 없이 스키르니르의 시선은 홀 가운데에 앉아있는 어린 처녀에게 향했다. 말하지 않아도 스키르니르는 그녀가 게르드라는 것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레이가 말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스키르니르가 보기에도 게르드는 마치 빛이 나는 것처럼 예쁘고 아름다웠다. 여신들 중에서도 이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운 여신은 드물 것이다. 요툰헤임 최고의 미녀일 거라는 목동의 말도 허언이 아니었다. 스키르니르는 과연 프레이가 반할만한 처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프레이와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이런 생각도 잠깐. 스키르니르는 추위에 몸이 떨리고, 입에서 입김이 나올 것 같았다. 게르드는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그녀에게서 뻗어 나오는 기세는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꼭 한 겨울에 얼음이 가득한 황야로 내몰린 기분이었다. 스키르니르는 게르드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키르니르는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게르드의 앞쪽에 있는 탁자에 술 한잔이 놓여있을 뿐, 게르드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 옆 창가에서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숨소리가 느껴졌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스키르니르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게르드에게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기미르의 아름다운 딸에게, 인사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낯선 이여.]


게르드가 대답했다. 맑은 목소리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싸늘함이 느껴졌다.


[어머? 좀 추운가 보군요. 탁자에 몸을 덥혀줄 술을 준비해 놓았답니다. 괜찮으니 한 모금하세요.]


게르드가 권하자, 스키르니르는 웃는 얼굴로 성큼성큼 탁자로 걸어갔다.


[당신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마시겠습니다.]


 스키르니르는 거침없이 술잔을 들어 입을 축였다. 어지간한 전사라도 게르드의 기백에 눌렸거나 술에 대한 경계를 했을 테지만 스키르니르는 그런 부류와는 달랐다. 이미 게르드와의 기싸움은 시작되었고, 스키르니르는 이런 기싸움에서 숙이고 들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스키르니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게르드의 기세를 죽이지 못한다면, 구애는 커녕 제대로 말도 붙여보지도 못하고 목이 달아날 것이라고. 사실 게르드도 내심 놀랐다. 자신이 작정하고 내뿜는 기세에 밀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대범하게 술잔을 비우는 이 낯선 자가 무슨 말을 할지 더욱 궁금해졌다.


[당신은 이곳 사람이 아니군요. 저 불꽃을 넘어온 것을 보니.. 당신은 빛나는 기믈레의 아들인가요? 아니면, 비열한 아스가르드의 아들인가요? 그도 아니면, 현명한 바나헤임의 아들인가요?]


 게르드의 물음에 스키르니르가 술잔을 내려놓고, 예의를 갖추며 대답했다.


[아스가르드에서 왔지만,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간입니다. 당신에게 제 주인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당신이 그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불꽃을 넘었답니다.]

[인간이라구요? 놀랍네요. 아무리 주인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다니. 당신 죽고 싶군요?]


거인도, 신도 아닌 인간이라는 대답에 게르드는 더욱 놀랐다. 이를 눈치챈 스키르니르가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요. 인간이라 목숨이 귀한 것은 다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보다 더 귀한 그분의 마음과 사랑을 당신에게 전하고자 왔습니다.]


게르드가 다시 물었다.


[이렇게 당신의 목숨까지 걸게 한 그 주인이 누구인가요?]

[그분은 신들의 귀공자, 프레이 님이십니다. 전 그분의 대리인입니다.]


스키르니르의 대답을 들은 게르드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나도 프레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답니다. 바니헤임에서 아스가르드로 끌려왔다죠? 소문에는 아주 잘생기고, 현명한 신이라던데.. 아무래도 틀린 말인가 보네요. 프레이라는 작자는 자신의 사랑도 직접 전하지 못하고, 인간 따위에게 의지하는 못난이군요.]


게르드는 겨울처럼 차가운 눈으로 스키르니르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스키르니르는 애써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답니다. 그분은 소문보다 더 잘생기고, 더 뛰어난 분이십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프레이 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부득이하게 제가 대신 온 거랍니다. 저는 단순한 대리인이 아닌, 프레이 님과 당신을 위한 중매인이기도 하죠.]


스키르니르는 품에서 이둔에게 받은 젊음의 사과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프레이 님이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증표로 이것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이것은 저 샤치가 손에 넣고자 안달하던 젊음의 사과랍니다. 이것을 받는다면, 당신은 프레이 님의 영원한 사랑을 얻을 것입니다.]


게르드는 겨울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젊음의 사과를 보았다.


[웃기지 말아요. 젊음이라구요? 난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젊음이 더 필요하죠? 난 영원히 젊게 살 생각이 없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늙어가고, 그렇게 죽는 것. 난 그것이 젊음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게르드의 말에 스키르니르는 내심 감탄했다. 반박의 지만, 게르드의 외모 못지않게 그녀의 생각이나 속도 꽉 차있다고 생각했다. 역시 프레이가 반할 만한 상대이니, 반드시 프레이의 아내로 만들고 싶어졌다. 스키르니르는 이번에는 황금 반지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 역시 프레이 님이 당신에게 마음을 전하는 증표로 보내신 거랍니다. 이건 드라웁니르라는 마법의 반지입니다. 9일마다 8개의 반지가 새로 만들어지죠. 이 반지를 받아 프레이 님이 당신의 손에 끼우는 것을 허락한다면, 당신은 그분의 축복과 풍요를 함께 누리게 될 겁니다.]


게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더욱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내 아버지는 기미르라구요. 이 요툰헤임을 몽땅 다 사버리고도 남아도는 게 내 아버지의 재산이랍니다. 난 그런 아버지의 재산에도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그깟 반지로 뭘 어째요?]


게르드가 스키르니르를 더욱 매섭게 쏘아보았다.


[프레이도, 당신도 나를 아주 우습게 아는군요.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죠? 젊음과 황금으로 내 사랑을 사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진짜 웃기는군요! 당신들은 사랑이 뭔지 몰라요. 난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지만 그것이  걸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쯤은 알아요! 프레이는 정말 못난 작자네요!]


- 스키르니르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르드,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er%C3%B0r)


 게르드의 말은 스키르니르를 더욱 감탄하게 함과 동시에 더욱 화가 나게 만들었다. 자신은 몰라도 프레이를 욕하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 그러나 상대는 프레이가 사랑하는 게르드였고, 자신은 프레이를 대신해 구애를 하러 왔으니 다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스키르니르는 작전을 바꾸어 강경하게 나가기로 했다. 스키르니르는 프레이에게서 받은 검을 게르드에게 내보였다.


[이 검은 바로 프레이 님의 검이요. 당신이 프레이 님의 사랑을 거절한다면, 이 검으로 그대의 목이

라도 잘라가야 할 것이오. 이 검으로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그 어깨에서 잘라내길 바라시오?]


 스키르니르의 목소리도 낮고 험악해졌지만 게르드는 오히려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겁날 줄 알아요? 어디 한 번 잘라봐요! 그 검으로 내 오라버니의 목을 자른 것처럼 내 목도 잘라봐요! 프레이는 내 썩은 목은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사랑은 가지지 못할 거예요! 그 썩은 목을 들고 그놈의 잘난 사랑, 혼자 실컷 지껄이라 하세요!]


 몸을 앞으로 내밀었지만, 게르드의 손은 가만히 옆에 있는 협탁을 잡았다. 게르드는 자신의 오라버니를 죽이면서까지 구애를 하러 온 자여서 내심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스키르니르가 전한 프레이의 구애는 게르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르드가 실망을 넘어 화가 나려던 찰나, 스키르니르가 그녀보다 먼저 화를 참지 못했다.


 스키르니르는 프레이를 위해 이둔에게 젊음의 사과를 얻었고, 오딘의 보물을 몰래 들고 나왔다. 아니, 스키르니르 자신이 한 고생은 아무런 보답이 없어도, 그 어떤 욕을 먹건, 비난을 받건 상관없다. 그러나 프레이는 아니다. 스키르니르에게 프레이는 비난을 받을 대상이 아니고, 비난을 해서도 안 되는 존재다. 게르드에 대한 사랑, 그 마음의 병으로 메말라가는 친구의 얼굴. 그를 위해 자신이 지닌 가장 소중한 보물까지 넘겨준 형제의 손길. 프레이의 진심을 무시하는 게르드의 냉소는 스키르니르의 뜨거운 우정에 기름을 부어버린 격이 되고 말았다. 분노한 스키르니르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스키르니르는 등에 맨 감반테인을 꺼내 들었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지더니 세찬 바람과 웅웅 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밖에 숨어있던 시녀는 너무 놀라고 두려워 기절해 버렸다. 별채 안의 상황도 심각했다. 감반테인을 든 스키르니르로부터 알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게르드의 기세를 완전히 집어삼켜 버렸다. 스키르니르의 두 눈이 번개가 치는 것처럼 번쩍였다.


[정말이지 무례하기가 짝이 없는 아가씨여!

게르드, 너의 그 방자함이 신들의 분노를 불렀노라!


너는 외로움과 혐오, 구속과 조바심, 슬픔과 눈물에 빠져 살게 될 것이라!

아침이면, 독수리의 언덕에 앉아 헬이 사는 곳을 보게 될 것이다!

먹을 수도 없을 것이며, 뼈만 앙상히 남겠지!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을 것이다!


너는 공포로 하루 종일 웅크려야 할 것이니!

매일 기진맥진하여 '흐림쓰르사르(Hrimthursar)'의 저택을 기어 다닐 테지!

너의 비참함에 눈물을 흘릴 테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넌 이 세상 그 어떤 남자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창살 사이로 입을 벌릴 테지!

아무리 울며 몸부림쳐도 네 욕정은 그 끝없이 흘러넘칠 것이며,

그 어떤 남자와도 동침하지 못하리라!


머리 셋 달린 '쑤르(Thurs)'만이 너를 품겠지만,

너는 결코 어떤 사랑도, 어떤 안식도, 어떤 만족도 느끼지 못하겠지!

아침까지 그 모든 것이 마치 지붕 위의 엉겅퀴처럼 너를 찢을 것이다!


나, 너에게 여기 세 개의 문자를 더해 붙이나니!

너에게 이를 붙이듯, 이를 떼어내는 것은 오직 나뿐이라!


이는 나의 분노이며, 오딘의 분노이니!

이는 모든 신의 분노일지라! 넌 결코 용서받지 못하리라!!]


 스키르니르의 분노는 저주가 되어 쏟아졌다.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점점 게르드를 향해 몰려들었다. 게르드는 태어나 처음으로 두려움과 공포를 알게 되었다. 게르드는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미끌리듯 내려와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 저주를 쏟아내는 동안 스키르니르는 분노로 가득 차 넘쳐흐르는 듯이 보였다. 그의 분노는 그를 거인보다도 거대하게 했으며, 그의 저주가 게르드를 집어삼킬 듯이 울려 퍼졌다. 검은 안개 사이로 세 개의 작고 푸른빛을 내는 무언가가 나타나 게르드의 곁에 멈추었다. 빛은 점점 커지더니 마치 글자와 같은 문양으로 변했다. 스키르니르가 말한 세 개의 문자였다. 이것이 새겨지려던 찰나 게르드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애원했다.


-  게르드를 저주하는 스키르니르,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er%C3%B0r)


[제발, 용서해주세요! 프레이 님의 뜻을 따르겠어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제발, 제발... 용서해주세요... ]


 게르드가 자비를 구하자, 스키르니르가 물었다. 여전히 분노와 공포가 서린 목소리였다.


[그 말에 변함이 없음을 맹세하는가? 오직 프레이만을 사랑하며 그의 사랑만을 받을 것을 맹세하는가?]

[네. 맹세합니다.]


 게르드는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했다. 그제야 스키르니르는 천천히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다시 감반테인을 들어 게르드의 곁에 떠있던 세 개의 빛도 거두어들였다. 다시 주변이 밝아지며, 검은 안개도 사라졌다. 그러나 게르드는 여전히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스키르니르는 입이 썼다. 프레이가 원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그것을 통해 게르드의 사랑을 얻는 것이었다. 스키르니르는 나름대로 프레이의 마음을 전하려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완력을 쓰고 말았다. 그러나 스키르니르로서도 더 이상의 방법이 없었다. 친구의 아내가 될 이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싶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스키르니르는 확실한 답을 얻어야 했다.


[좀 더 확실한 약속이 필요할 것 같군요. 언제 프레이 님과 만날 것인지, 나에게 알려주기 바랍니다.]


 게르드가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 그 공포스러운 모습은 사라지고, 스키르니르는 부드럽고 애잔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 지금부터 9일 뒤에 저 아름다운 '바리(Barri : 곡물)'의 숲에서 그 분과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그곳에서 그분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게르드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스키르니르는 게르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별채에서 나왔다. 그리고 블로두그호피에 올라 들어올 때처럼 두 개의 담장을 넘어 사라졌다. 스키르니르가 사라짐과 동시에 기미르의 저택은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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