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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r 14. 2023

12.겨울을 사랑한 봄-일곱 : 바리의 숲

북유럽 신화, 프레이, 스키르니르, 게르드, 바리의 숲

#. 바리의 숲


스키르니르는 곧바로 프레이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그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임무는 완수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도, 원하던 방식도 아니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미 스키르니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한편, 이제나 저제나 목이 빠지게 스키르니르를 기다리던 프레이는 저택의 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스키르니르가 무사히 돌아오자, 프레이는 매우 기뻤다. 친구의 무사함도 기뻤지만, 그가 무사히 돌아왔음은 게르드에게서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는 것일 테니까. 프레이는 스키르니르가 말에서 내리는 것을 기다리도 않고 그에게로 달려가서 물었다.


[수고했어! 그녀가, 게르드가 뭐라고 했어?]


스키르니르는 두 눈을 반짝이는 프레이를 보며, 좋은 소식을 먼저 말해주었다.


[게르드는 너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지금부터 9일 뒤, 바리의 숲에서 너와 만날 거야.]


프레이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9일이라니.. 프레이에게는 너무도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프레이가 스키르니르의 손을 잡았다.


[아! 아홉밤이라! 하룻밤은 길고, 이틀밤은 더욱 긴 것을! 어떻게 아홉밤을 기다리지?스키르니르, 내 친구야! 아.. 이 짧은 밤이 내게는 한 달보다도 더 길꺼야!]


 프레이는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지만, 스키르니르는 일단 프레이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빌린 물건을 돌려줘야 한다는 핑계로 일단 프레이에게 저택의 서가에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프레이는 기꺼이 그러겠노라며, 저택으로 돌아갔다. 스키르니르는 먼저 블로두그호피를 마구간에 메어둔 뒤, 몸을 씻기고 먹이를 주었다. 그런 다음, 다시 발할라의 보물창고로 숨어들었다. 가져올 때의 모습 그대로, 감반테인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런 다음에서야 스키르니르는 서가로 가서 프레이와 마주 앉았다.


- 스키르니르, 그녀가 뭐라고 하던가?!,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 : http://www.germanicmythology.com/)


 스키르니르는 프레이에게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게르드는 프레이가 말한 것 보다도 더 예쁘고 아름다운 처녀이며, 그녀는 외모만큼이나 생각도, 마음도 아름다웠음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게르드의 오빠를 죽인 것과 게르드에게 프레이의 진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완력을 사용했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프레이는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구애를 하기 위해서였지만, 게르드의 오빠를 죽게 했고,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프레이는 스키르니르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알았다.


 프레이는 이것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은 직접 전해야 한다는 그 간단한 진리를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게르드를 만나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사랑을 그녀에게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종 결정은 바리의 숲에서 게르드를 만나는 그날 결정될 것이다. 프레이는 다시 차분해졌다. 기다림은 애가 타기보다 프레이에게 자신의 사랑과 마음을 돌아보고 보다 진실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오딘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프레이는 자신이 처리한 정무에 대해 오딘에게 보고했다. 그 과정에서 허락 없이 흘리드스캴프에 앉았다는 것과 그에 대한 벌을 청했다. '앞으로 주의하라.' 이것이 오딘이 프레이에게 내린 벌의 전부였다. 오딘은 자신의 안목과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에 흡족했다.

 

- 검과 게르드를 맞바꾸는 프레이,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85. 출처 : http://www.germanicmythology.com/)


 어느새 9일이 지났다. 프레이는 스키르니르와 함께 약속장소인 바리의 숲으로 향했다. 스키르니르는 숲 근처에서 경계를 섰고, 프레이 홀로 숲 속으로 들어갔다. 프레이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르드도 시녀 하나를 데리고 바리의 숲에 도착했다. 게르드의 시녀도 숲 언저리에 머물렀고, 게르드 혼자 숲 속으로 들어갔다. 프레이와 게르드는 숲 가운데에서 만났다.


 프레이는 꿈에 그리던 게르드를 직접 만나게 되어 매우 기뻤다. 게르드는 흘리드스캴프에서 본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프레이는 기쁨과 사랑을 담아 게르드에게 인사했다. 게르드는 프레이를 보고 조금 놀랐다. 내심 두려움을 가졌는데, 직접 마주한 프레이는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레이는 마치 봄날의 햇살 같았고,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가 있을 수 있구나.'싶었다. 프레이는 게르드에게 오빠의 일과 스키르니르가 강압적으로 대한 것을 사과했다. 자신의 마음을 직접 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했다. 그런 다음, 게르드에게 진심을 담아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게르드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함께 숲 속을 걸었고, 함께 앉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차가웠던 게르드의 마음에 사랑이란 씨앗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렸다. 마침내 게르드는 프레이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스키르니르와 게르드의 시녀를 증인으로 삼아, 바리의 숲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오래 지나지 않아, 프레이는 게르드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프레이의 결혼 소식을 접한 신들은 매우 놀랐다. 뇨르드와 스카디의 결혼보다도 더욱 놀라운 일이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오딘은 이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프레이에게 진작 아사 신족의 딸을 짝지어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오딘과 신들은 프레이의 선택을 존중했고, 게르드를 새로운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신들은 프레이와 게르드의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뇨르드와 프레이야도 걱정을 털고, 프레이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물론, 프레이가 걱정했던 대로 뒤에서 수근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프레이는 더 이상 그런 수근거림에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무엇을 해도 그들은 수근거릴테고, 그런 것보다도 프레이는 게르드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으니까. 어렵게 한 결혼인 만큼 이 부부의 금슬은 더없이 좋았다. 언제나 서로를 바라보았고, 서로를 믿었으며, 서로의 행복을 키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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