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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Dec 12. 2022

◎ 2022년 초겨울 시농

일상, 수원, 시인과농부, 시농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과 [시농(시인과 농부)]에 다녀왔다. 코로나19로 한동안 가지 못했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애정하는 아지트 중 한 곳이다. 사장님은 여전히 건강하신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이곳에 오면 차를 마시러 온다기 보다 이모님 댁에 놀러간 기분마저 드는 곳이다.


이곳을 다닌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까까머리 중학생시절, 내 고등학교 선배인 J형(베프인 K의 형이기도 하다.)이 처음 이곳을 데리고 와주신 이래 이곳은 나와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우리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성인이 된 지금까지 우리에게 참 따뜻한 아지트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언젠가 이곳에 후배를 데리고 온 적이 있다. 처음 이곳을 접한 후배는 굉장히 놀라워했다. 먼저 수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시농의 공간이 주는 그 아늑함에 흠뻑빠져버렸다. 시농을 나오는 길에 후배가 말했다.


[여긴 시간이 멈추는 곳 같아요.]


응. 나도 늘 느꼈던 감정이었다. 시농을 다닌지 그렇게 오래 되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한결 같았고, 차를마시며 앉아있다보면 정말 시간이 가는 걸 잊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앉아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마치.. '호빗의 굴'같은 느낌이랄까?어쩌면 그건 시농의 그 특유한 분위기도 있겠지만, 내가 이곳을 찾을때는 언제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시농은 수원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명소였다. 지금도 수원에 살면서 시농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시농의 위치도 숨어있는 편이지만, 시농 만의 분위기는 사실 호불호를 타는 편이다. 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답답하고 불편할 수 있다. 시농엔 창문도 없고, 시계도 없다. 그 흔한 커피도 없고, 카드 결제도 안된다. 화장실도 작고, 사장님 홀로 운영하는 시간이 많아서 요즘 카페처럼 곧바로 차가 나오지도 않는다. 노키즈 존이라 아이를 데리고 올 수도 없다. 그럼에도 시농에 빠진 사람들은 언제고 이곳을 다시 찾는다.


한때는 이곳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싶었다. 나만 아는, 우리만 아는 공간으로 두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시농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아무리 사장님이 우리에겐 뱀파이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처음 뵈었던 모습처럼 건강하시지만, 시농이 영원할 수는 없을테니까. 시농을 알고, 그 분위기와 그 공간의 느낌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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