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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Apr 25. 2023

16.여자가 된 토르-하나 : 한 잔 어때?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로키, 술자리, 술판

#. 스노리의 서가


스노리 : 그렇지. 잘 알고 있구나. 그럼 그 이야기의 교훈도 잘 알겠지?

스튤라 : '재능이 있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만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죠.


스노리는 자신으로부터 잘 배우고, 잘 자라고 있는 이 어린 조카가 기특했다. 어느새 스노리는 좋은 제자를 지켜보는 스승의 얼굴이 되어있었다. 스노리는 매우 흐뭇했지만 그 마음을 숨기고, 짐짓 엄하게 말했다.


스노리 : 그렇지. 그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스튤라 : 그것이 무엇인가요?


스튤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스노리의 얼굴에 약간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스노리는 조카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스노리 : 그건.. '방심'이란다.



#. 한 잔 어때?


 토르는 노을을 보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별 다른 안건도 없이 가볍게 끝난 일상적인 회의였기에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토르는 피곤했다. 이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했다. 바로 시원한 '미드(mead : 벌꿀술)'. 술꾼들이 늘 그렇듯 이건 핑계였다.


 로키는 토르의 곁으로 다가와 기지개를 켰다. 로키는 평화로운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런 시기에는 로키가 재미있어할 일은 없다.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로키는 혼자 몸을 배배 꼬며 따분함을 숨기지 않았다.


[로키, 몸도 찌뿌둥한데.. 한 잔 어때?]

[거 좋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걸?]


 언제 지루해했었나 싶게 로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역시 혼자 술을 마시는 건 별로 재미가 없는 법이다. 로키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아! 그렇지! '헤임달(Heimdalr : 빛나는 집)'도 불러서 같이 마실까?]

[좋지! 그 녀석도 매일 혼자 마시느라 심심했을 거야!]


- 토르(왼쪽)와 로키(오른쪽),  아서 래컴 그림(1910. 출처 : https://www.wikiart.org/en/arthur-rackham )


 헤임달이라면, 토르도 언제나 환영이었다기분이 좋아진 두 신은 발걸음도 가볍게 아스가르드의 성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헤임달은 그곳에 없었다. 며칠 전부터 헤임달은 업무를 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두 신을 마중 나온 헤임달의 부관이 말했다.


[헤임달 님께서는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아무래도 헤임달의 일이 길어지는 모양이다. 두 신은 토르의 저택, '빌스키르니르(Bilskirnir : 빛나는 틈새, 또는 세례의 공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마침 시프와 스루드도 잠시 집을 비운 터라,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절호의 기회였다. 토르와 로키는 여러 응접실 중 술창고에 가까운 작은 응접실에 술판을 벌였다. 두 신이 오붓하게(라고 쓰고, '시끌시끌하게'라고 읽는다.) 술잔을 기울기 딱 좋은 공간이었다. 먼저 토르가 미드가 가득 든 술통을 양손 묵직하게 가져왔다. 토르와 로키가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하자, 하인들이 푸짐하게 안주를 날랐다. 토르도, 로키도 워낙 먹성이 좋은 신들이라 안주는 넉넉한 편이 좋았다. 안주까지 갖추어지자 토르가 하인들에게 말했다.


[난 이 친구랑 밤새 마실테니, 자네들은 가서 쉬게나. 모자란 건 내가 알아서 챙길 테니 신경 쓰지 말고 푹 자도 돼.]


 하인들을 내보내고, 토르와 로키는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두 신은 마음껏 웃고, 떠들고, 마셨다. 로키의 재미난 농담은 끝이 없었고, 토르의 술잔은 비는 꼴을 보지 않았다. 벌써 몇 번째인가 토르가 다시 양손 무겁게 미드가 가득 담긴 술통을 들고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묠니르(Mjollnir : 가루로 만드는 것)'까지 가져왔다. 살짝 취기가 오른 토르가 말했다.


[헤헤~ 이번에는 내가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지!]

[하하하!! 좋지~ 좋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로키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 토르는 한 손에는 묠니르를, 다른 한 손에는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신나게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로키는 로키대로 장단도 맞추고, 자기 자랑도 늘어놓았다. 그렇게 두 신은 주거니 받거니 오랫동안 술잔을 부딪혔다. 마침내 로키가 몸을 일으키나 싶더니,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아~~ 져서어~! 저엇다고~~~ 나 더 못 마셔어엉~~~]


 먹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로키지만, 역시 술에 있어서는 토르보다는 한수 아래였다. 토르가 로키를 보며 느리게 고개를 흔들더니 술잔을 들었다. 마시는 것보다 수염을 타고 흐르는 술이 더 많았다. 토르는 묠니르를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두고 로키에게로 다가갔다. 토르는 바닥에 '큰 대(  )'자로 드러누운 로키의 옆에 털썩 앉았다. 토르는 로키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어이~ 좀 더 마시자고오~ 나 혼자 뭔 재미로 마시라고오~]


그러나 로키는 이미 고주망태가 되어 코까지 골며 잠이 들어버렸다. 토르는 잠시 뾰로통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도 로키의 옆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에라~ 모르겄다~ 나도 잠깐 누었다가 먹지 ~]


잠시 후, 응접실 가득 두 신이 코를 고는 소리가 화음을 맞춰 연주되었다.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오딘, #토르, #단테, #norsemyth, #dante, #로키, #묠니르, #빌스키르니르,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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