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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16. 2023

18.요툰헤임여행기02-하나 : 요툰헤임으로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로키, 티알피, 로스크바

#. 왕궁으로 향하는 배의 선실


 배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동쪽으로 순항했다. 어두운 선실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열기는 더욱 밝게 타올랐다. 스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의를 가지고 스튤라를 가르쳤다. 지금 배 안에서 스노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스노리는 이렇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나는 아직 열정으로 가득하다. 

 나는 주저앉지 않는다. 나는 지금 다시 시작한다. 

 나는 반드시 그 모든 것을 되돌릴 것이다! 

 나는! 스노리다! 내가 곧 '스트룰룽(Sturlungar)'이다!]


 스노리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스튤라는 스노리가 알려주는 것에 하나, 하나 집중했다. 스튤라는 두 귀를 크게 열고, 두 눈을 반짝였다. 그렇게 왕궁으로 향하는 동안 스노리는 보다 많은 것을 스튤라에게 가르쳤고, 스튤라는 그 모든 것을 마치 빨아들이듯 받아들였다. 


 저녁을 먹고, 스노리와 스튤라가 잠시 휴식을 가지던 때. 배의 선장이 선실로 찾아왔다. 선장은 스노리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선장 : '고디(goði : 지도자, 족장이라는 뜻)'시여, 지내시기는 괜찮으십니까?

스노리 : 음. 자네 덕분에 괜찮게 지내고 있네.


스노리가 대답했다. 비록 스노리가 모든 것을 잃고 왕궁으로 소환되는 길이었지만, 여전히 말과 행동에서 위엄이 나타났다. 선장이 공손하게 말했다.


선장 : 오늘 밤은 다행히도 바람이 좋습니다. 야간 항행이 순조롭다면, 내일이면 본토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아마 오전이나 점심 나절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스노리 : 알았네. 나 때문에 자네가 고생이 많군. 조금만 더 수고해 주게.


 선장은 스노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돌아갔다. 스노리는 아무 말없이 조용히 선실의 창가로 다가갔다. 무언가 생각할 것이 많을 때 나타나는 스노리의 버릇이다. 스튤라는 스노리를 보다가 잠시 잊고 있던 누군가를 떠올렸다. 왕궁에는 자신의 형, '올라프 토르다르손(Óláfr Þórðarson : 스튤라와 동복형제임)'이 있다. 왕궁에는 올라프를 비롯해 상당수의 '스트룰룽'일족의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스노리의 도움으로 왕궁으로 갈 수 있었으며, 스노리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원래대로라면, 스튤라도 머지않아 스노리에게 가르침을 마치고 그들과 합류하게 될 것이었다. 


스튤라 : (형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을 알고 있을까? 뵈드바형의 일을.. 다른 형제들이 구금된 것을 알고 있을까?)


내일이면 본토에 도착해 형을 만나게 된다. 형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올라프를 생각하니 다시 스튤라의 눈가가 붉어졌고, 스튤라의 마음이 다시 어두워졌다. 



#. 미드가르드를 벗어나 요툰헤임으로.


 다음날, 토르와 로키는 티알피, 로스크바와 함께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한나절 즈음을 걷자, 바다가 나타났다.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는데, 푸르고 넓은 물결이 가득한 것을 넋을 놓고 보았다. 로키는 두 아이들을 보며 촌스럽다며 키득거렸다. 이곳은 미드가르드와 요툰헤임 사이의 해협이었는데, 로키가 '우트가르드(Utgarðr : 둘러싸인 곳의 바깥쪽)'로 향하는 지름길로 잡은 곳이었다. 


 그리 해협이 그리 넓지는 않아 토르와 로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스스로의 힘으로 건널 수가 없었다. 로키는 마법으로 날개를 만들어 자신의 짐만 챙겨 해협을 건너갔다. 토르는 티알피와 로스크바에게 짐을 들게 한 뒤, 두 아이를 각각 자신의 어깨에 얹어 바다를 건넜다. 이제 토르 일행은 거인의 땅에 도착했다. 그러나 우트가르드는 이곳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 했다.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거인의 땅에 도착하게 되자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토르가 함께란 사실에 용기를 내었다. 


 이곳에서부터는 로키가 선두에 서서 길안내를 했다. 그런데 의외로 우트가르드로 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우트가르드는 요툰헤임에서 가장 큰 왕국이었음에도 로키는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쉽게 찾지 못했다. 한참을 헤매던 토르 일행은 거대한 산림에 도착했다. 커다란 나무가 우거지다 못해 낮에도 어둡고 검은 숲이었다. 토르 일행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토르가 말했다. 


[로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내가 아무리 요툰헤임을 다녀간 것이 오래전이라고 해도.. 이렇게 커다란 숲이 있는 걸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흠..]

[요툰헤임은 우리 아스가르드보다도 변화가 심한 곳이야. 이런 숲이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곳이지.. 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하..]


 로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로키가 우트가르드를 직접 다녀왔거나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도 요툰헤임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알고 있는 로키였기에, 길잡이를 자처했다. 그런데 자신이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로키는 자신이 한 말이었지만, 이 숲이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숲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키가 아무리 살펴보아도 마법이나 인위적인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토르와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던 중, 로키가 뭔가 떠오른 듯 자신의 손을 쳤다.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전에 들은 적이 있어! 우트가르드의 성 건너에 커다란 숲이 있다는 말을 말이야! 내가 왜 이걸 깜빡했지? 근데 이 정도면 커다랗다고 하기도 모자란 거 아닌가?]

[우트가르드 녀석들의 기준인지도 모르지. 어쨌건, 이 숲을 지나면 우트가르드가 나오겠군. 좋아! 그렇다면 이 숲을 이대로 가로지르는 거야.]


토르가 몸을 일으키고는 엉덩이를 털었다. 로키가 다시 길을 잡았고, 토르 일행은 그대로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숲이 너무나 우거져있어 정확히 가로질러 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지만, 토르 일행은 여전히 숲 속을 걷고 있었다. 앞서 가던 로키가 아까부터 뭔가를 중얼거리나 싶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 젠장!]

[이봐,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놀란 토르가 물었다. 


- 토르와 그 일행들(왼쪽부터 티알피, 로키, 로스크바).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53. 출처 : https://throwbackthorsday.wordpress.com )


[지겨워서 그래! 벌써 하루 왠종일을 걸었는데 이게 뭐냔 말이야! 여전히 숲 속이니 원~ 이거 완전히

길을 잃은 거 아니야?! 봐~ 내 쫙 빠진 다리가 퉁퉁 부었잖아~ ]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로키가 짜증을 내더니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금방 가로질러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이 똑같이 생긴 곳을 걷는 것이 로키는 견딜 수가 없었다. 로키에게 이 정도면 오래 참은 것이다. 


[이봐, 좀 참아. 좀 있으면 이 숲을 빠져나갈지도 모르잖아. 남자가 좀 듬직해지라구. 저 어린 로스크바도 불평 한마디를 안 하는데 신이란 녀석이 채신머리없이..]


토르가 로키를 달래며 말했다.


[난 위대한 신이야~ 귀하신 몸이라고~ 저런 농꾼 자식들과 내가 같을 수는 없다구!]

[알았어! 알았다구!]


토르는 로키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듯 귀를 비볐다. 그러더니 뒤따라오던 티알피를 불렀다.


[티알피, 아무래도 오늘은 이 근처에서 쉬고, 내일 숲을 빠져나가야 할 것 같구나. 근처에 어디 쉴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고 오너라. 가능한 안전한 곳으로. 알았지?]

[네!]


 티알피가 용감하게 대답했다. 토르는 그런 티알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다녀오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티알피는 발을 한 번 구르는가 싶더니, 거침없이 나무 사이를 달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으르 본 토르는 다시 한번 티알피의 재능을 제대로 키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티알피가 야영지를 찾으러 떠난 동안 일행은 잠시 나무 그늘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토르와 로스크바는 가져온 짐을 살펴보고, 남은 식량과 물을 점검했다. 물론 그동안 로키는 여전히 투덜대고 있었지만 토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토르는 짐을 정리하며 주변에 대한 경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잠시 후, 티알피가 돌아왔다.


[하아~! 저기 저쪽에 커다란 동굴이 있어요. 벽을 따라 동굴 안쪽까지 들어가 보았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비었어요. 그 동굴 앞에는 굉장히 넓은 공터가 있구요. 후우!]


티알피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토르가 로키를 보며 빙긋 웃었다. 


[이봐, 로키. 오늘 밤의 잠자리가 정해진 것 같은데?]

[난 거기가 어디건 상관없어~! 노숙이야, 나에겐 일상이지!]


로키가 언제 불평을 했냐는 듯, 씨익 웃어 보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토르 일행은 티알피를 따라 동굴로 향했다. 정말 숲 한가운데 넓은 공터가 나타났고, 그 옆에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토르는 일행을 동굴 앞에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묠니르를 들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토르가 들어가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동굴은 크고 넓었다. 동굴은 자연스러운 동굴과는 많이 달랐다. 보통의 동굴과 달리 종유석도, 석순도 없었다. 동굴의 벽도 마치 누군가 만든 것처럼 매끈한 편이었다. 그리고 동굴 안에는 마치 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크고 넓은 공간이 여러 개 있었다. 그러나 토르는 동굴 안 그 어떤 곳에서도 위험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토르가 동굴을 돌아 다시 입구로 나왔다. 


[음, 이건 자연스러운 동굴은 아닌 것 같아. 뭔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진짜 아무도 살지 않는군. 위험해 보이는 것도 전혀 없고. 일단 이곳이라면, 우리가 오늘밤은 쉬어가도 괜찮을 것 같아.]


 토르 일행은 동굴의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을 숙소로 정했다. 가장 넓었고, 또 입구와 가까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이내 밤이 되었고, 식사를 마친 로키는 바닥에 대(大) 자로 드러누워 잠이 들었다. 정리를 끝낸 티알피와 로스크바도 방구석 쪽으로 가서 잠을 청했다. 토르는 묘르닐을 배 위에 올려놓은 채, 문가에서 잠을 잤다. 숲 속을 한참을 헤매어서였는지 일행은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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