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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26. 2023

19.요툰헤임여행기03-다섯 : 두번째 삼세판-01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우트가르드, 토르, 뿔잔, 고양이

#. 토르의 두번째 삼세판? - 하나


 토르는 저택의 홀 한편에 티알피를 눕혔다. 토르는 로키와 로스크바에게 티알피를 돌봐주도록 했다. 그리고 토르는 다시 저택의 한가운데로 나아가 우트가르드 로키와 마주했다. 우트가르드 로키를 노려보는 토르의 눈이 매섭게 타올랐다. 앞선 두 번의 패배에도 토르의 호승심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토르는 앞선 두 번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결의를 다졌다. 토르의 눈빛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본 우트가르드 로키가 쓴 웃음을 지었다.


[이런이런.. 천둥신은 포기라는 것을 모른다더니 정말이었군. 그렇다면 이제는 토르, 당신이 나서겠는가?]

[당연하지! 자, 뭘로 하겠나? 난 신이니, 종목은 자네가 정해. 술마시기건, 힘자랑이건, 그게 무엇이건 내가 무참히 밟아줄테니까!!]


 토르의 대답이 어찌나 큰지 온 저택이 흔들거렸다. 저택의 흔들리자 우트가르드 로키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 고맙군 그래! 천둥신께서 이리 배려를 해준다면, 받아들이는 게 예의겠지. 그렇다면 뭐가 좋으려나.. 흠.. 그렇군.]


 우트가르드 로키가 한 거인에게 손짓을 하자, 그 거인은 저택의 홀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그 거인은 커다란 뿔잔과 술을 가지고 왔다. 뿔잔은 크기만큼 길이도 길었는데, 토르의 키를 한참 넘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뿔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자네는 상당한 애주가라 하더군. 어디 그렇다면 이 뿔잔에 담긴 술을 마셔보게. 우리 우트가르드에서 단 세 모금에 이 뿔잔에 담긴 술을 모두 다 마시지 못하는 거인은 없으니까. 심지어는 어린 거인이라도 말이야.]


 술마시기라니! 토르는 '주신(酒神)'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술마시기에는 이미 아홉 세상에서 최고로 손꼽혔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그것을 모를리 없음에도, 대결 종목으로 술을 가지고 나오자 토르는 기분이 상했다.


[(대체 저것들이 나를 얼마나 업신여기는 것인가? 내 본때를 보여주마! 로키와 티알피의 복수를 해주고 말리라!)]


- 뿔잔에 든 술을 마시는 토르. 작가를 찾지 못했음. (출처 : https://thevikingdragon.com/ )


 어느새 뿔잔은 술로 가득 차 찰랑거렸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뿔잔을 내밀었고, 토르는 당당히 술잔을 받아들었다. 토르가 뿔잔을 받아 들어보니 꽤 길었지만, 그리 크다거나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토르는 화가 나 있었고, 목도 매우 말랐다. 토르는 그렇지 않아도 술을 좋아하는데다 목까지 말랐으니, 아무리 뿔잔이 크다한들 이정도는 다 마셔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 모금은 커녕, 두 모금도 필요없겠군.)]


 토르는 뿔잔에 입을 대고 그대로 뿔잔을 들어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술은 매우 맛있고, 아주 시원했다. 토르는 숨이 찰 때까지 마셨는데, 그때까지도 술은 계속 토르의 목으로 넘어왔다. 토르는 숨도 쉴겸, 얼마나 마셨는지 보고 싶어 뿔잔을 세우고 입을 뗐다. 토르는 뿔잔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숨이 찰 만큼 쉬지 않고 들이켰는데도 뿔잔 속의 술은 여전히 가득한 채로 찰랑거리는 것이 아닌가! 토르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데, 우트가르드 로키가 은근하게 말했다.


[어떻게 술은 좀 입에 맞으신가? 천둥신에게 첫 모금이야 그저 술맛을 보는 정도겠지?]

[흥! 뭐, 거인이 만든 술치고는 먹을만하군. 이제 맛을 봤으니 제대로 마셔보겠네!]


 토르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그러나 사실 토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첫 모금에 마신 양을 가늠해보면 분명히 이 뿔잔의 술은 반이상은 비었어야 했다. 그런데 뿔잔은 여전히 술로 가득 차 있으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란 말인가. 토르는 다시 마시기 위해 뿔잔을 들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내가 소문으로 들은 아사 토르라면 이번에는 제대로 마셔주시게나.]


 토르는 뿔잔에 입을 댄 채, 눈으로 우트가르드 로키를 쏘아보았다. 토르는 뿔잔을 들어 자신이 참지 못할 만큼, 아주 깊이, 아주 오랫동안 술을 들이켰다. 뿔잔을 기울여가며 마신지라, 이번에야 말로 술을 거의 다 마셨다는 생각이 든 토르는 다시 뿔잔을 확인하기 위해 뿔잔을 세우고 입을 뗐다. 그런데 이번에도 토르의 기대는 무너졌다. 그렇게 마셨음에도 뿔잔 속의 술이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더 이상 술로 가득차서 찰랑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한 잔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흠.. 토르. 당신 정말 애주가가 맞긴 하오? 첫 모금은 그렇다쳐도, 두 모금에도 잔을 비우지 못하다니.]


 우트가르드 로키의 말에 화가 난 토르는 세번째로 뿔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토르는 이번에는 정말 자신이 할수 있는 최대한으로 술을 마셨다. 토르는 앞서 두번의 시도보다도 더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 토르는 지금까지 마신 술을 모두 합친 것 보다도 더 많은 술을 들이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뿔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토르는 실망하고 말았다. 뿔잔의 술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뿔잔 속에는 반이상 술이 남아있었다. 침울해진 표정의 토르와 뿔잔에 반이상 남을 술을 보며, 우트가르드의 거인들은 깔깔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우트가르드 로키도 토르를 보며 껄껄거리며 비웃었다.


[이제부터 자네 이름은 아사 토르가 아니라, 애송이 토르라고 해야 하겠구만~ 하하!]

[닥쳐! 내가 여행을 하느라 너무 지쳐서 그래! 애송이라니! 나처럼 힘쎈 애송이를 본 적은 있고?!]


 너무 분했던 토르는 거인들을 돌아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우트가르드 로키가 토르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토르, 자네는 늘 힘이 장사라고 떠벌리고 다녔다지? 그럼 종목을 바꿔서 대결을 이어나가보는 것은 어떤가? 마침 요즘 우리 우트가르드에서 유행하는 놀이가 하나 있는데, 이번 대결로 적당할 것 같은데.]

[놀이? 뭔 놀이 따위로 대결을 하자는 거야?!]


 토르는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대었고, 우트가르드 로키가 차분히 대답했다.


[요즘 우트가르드의 어린 거인들이 하는 놀이라오. 토르, 자네는 우리보다 작으니 이 정도가 딱 적당할 것 같군.]


 우트가르드 로키가 주위에 있던 한 거인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 거인은 잠시 홀 밖으로 나갔다가 커다란 회색 고양이 한마리를 안고 돌아왔다. 거인은 토르의 앞에 회색 고양이를 내려 놓았고,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을 이었다.


[신이 정말 내가 알고 있는 토르인지 의심이 드는군.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하찮은 놀이를 가져오지도 않았겠지만. 우트가르드의 어린 거인들은 누가 이 고양이를 더 높이 들어올리는지를 두고 내기를 벌이지. 어디 당신이 토르가 맞다면, 이 고양이를 한번 들어보이겠소?]


- 고양이를 들어올리는 토르.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72. 출처 : https://de.wikipedia.org/wiki/Utgardloki )


[까짓 것 정도야.]


 토르는 성큼성큼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토르는 고양이의 배 밑으로 한 손을 넣어 들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고양이는 멀뚱하게 앉아, 야옹거리며 세수를 하는게 아닌가? 화가 난 토르는 양손을 모두 고양이의 배 밑으로 넣어 힘을 주었다. 그럼에도 고양이의 등이 토르의 키만큼 길게 올라갔을 뿐이었다. 이에 토르가 더욱 힘을 주었는데, 겨우 고양이의 한쪽 다리를 드는 것에 그쳤다. 고양이는 불편하다는 듯, 토르를 내려다보았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군. 하긴, 우리에게 저 고양이는 작지만 토르는 그보다 더 작고 어리니까. 애초에 될리가 없는 놀음이었어.]

[작다고? 누가 작아!]


 우트가르드 로키의 비아냥에 토르는 버럭 화를 냈다. 두번째 도전도 실패하자 토르는 분노와 호승심, 그리고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토르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어리다고? 웃기지마! 여기 있는 누구건, 나에게 힘으로 대적하고 싶은 녀석이 있다면 지금 당장 덤벼도 좋아!!]


 토르는 분노로 가득한 눈으로 거인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거인들은 토르와는 달리 모두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 중 그 누구도 자네와 힘자랑을 하려 들지 않으려 할 걸세. 이렇게 약한 자와 힘겨루기라니.. 얼마나 하찮은 일인가 말이야.]


 토르가 몸을 돌려 우트가르드 로키를 노려보았다. 토르의 두 눈에서 마치 불길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그렇다면 당신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지. 가서 나의 양어머니, '엘리(Elle, Elli)'를 모셔오거라. 나의 부탁이라면, 그녀는 거절하지 않으실테니!]


 토르의 기세에 눌린 것일까? 우트가르드 로키는 순순히 토르의 제안에 응해주었다. 토르는 양어머니라는 단어가 왠지 껄끄러웠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분노를 해서인지 토르는 온 몸이 끓는듯이 더웠고, 입고 있는 옷도 거추장스러워졌다. 토르는 웃통을 훌훌 벗어던지고,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토르의 근육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지는데, 마치 저택의 벽이 금이라도 가는 소리로 착각하는 거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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