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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29. 2023

19.요툰헤임여행기03-여섯 : 두 번째 삼세판-02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우트가르드, 토르, 엘리

#. 토르의 두 번째 삼세판? - 둘


 토르가 몸의 근육을 마저 푸는 동안, 한 거인이 우트가르드 로키의 양어머니라는 '엘리'를 홀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토르를 상대하러 들어온 엘리는 적어도 수백 살은 되어 보이는 노파였다. 그녀는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으며, 허리는 굽어 있었다. 엘리는 다른 거인들에 비해 매우 왜소했는데, 그럼에도 토르와 거의 비슷한 체격이었다. 그때까지 티알피의 곁에서 조용하게 상황을 보고 있던 로키가 소리쳤다.


[지금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 저따위 노파를 내보내서 우릴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이봐, 토르! 시합을 할 필요도 없어! 묠니르로 여길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려!!]


 그러자 우트가르드 로키가 로키를 진정시켰다.


[잠깐. 로키는 끼어들지 말게. 토르도 가만히 있는데 왜 당신이 나서는 거지? 저래 봬도 나의 양어머니께서는 우리 우트가르드 제일의 힘꾼이시라네. 우리 중 그 누구도 나의 양어머니를 상대로 힘을 겨루어 이긴 자가 없으니까. 심지어 나조차도 말일세.]

[그렇다면 상관없어. 날 얕봤건, 어떻건 내가 이기면 되는 거니까.]


- 천둥신과 노파의 힘대결. 그 승자는?


 토르는 목근육을 마저 푼 뒤, 홀의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토르와 엘리가 홀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토르는 엘리가 우트가르드 제일의 힘꾼이라는 말에, 앞서 양어머니라는 단어는 잊기로 했다. 왜소한 노파건 아니건, 토르는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엘리가 자신과 비슷한 덩치라는 것에 토르는 이번에야말로 힘을 발휘하기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택의 홀에 가득하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로키와 티알피, 로스크바는 물론 주변에 모인 거인들도 모두가 숨을 죽이고 홀 한가운데 서있는 토르와 엘리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때 우트가르드 로키가 묘한 긴장감을 깨며 말했다.


[자, 대결을 시작하라!]


 토르가 힘차게 엘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양손으로 엘리를 밀치려고 했지만, 엘리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엘리를 메다꽂으려 토르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럼에도 엘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엘리는 토르의 괴력을 온몸으로 받아냈는데, 우트가르드 로키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토르가 힘으로 엘리의 손을 잡아채면, 엘리도 힘으로 토르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야말로 토르와 엘리는 '용호상박(龍虎相搏)', '막상막하(莫上莫下)'였다. 이런 상황이 답답해진 로키가 토르에게 외쳤다.


[토르! 뭐 하는 거야! 할매라고 봐주지 말라고?! 저 노망 난 할망탱구를 니블헤임으로 던져버려~!!]


 그러나 이런 로키의 외침은 토르에게 들리지 않았다. 토르는 이미 엘리를 상대로 집중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토르도 답답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한편으로 제대로 된 호적수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토르 자신과 힘을 겨룬 상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서로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던 중, 토르가 엘리를 향해 손을 뻗자, 엘리는 손으로 토르의 손을 잡아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엘리가 반대편 손으로 토르를 향해 손을 뻗었고, 이번에는 토르도 반대편 손으로 엘리의 손을 잡아버렸다. 그렇게 토르와 엘리는 서로 양손을 맞잡은 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 엘리와 힘겨루기를 하는 토르. 찰스 E.브록 그림(1930. 출처 : http://www.germanicmythology.com/ )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토르도 엘리도 서로의 힘을 꺾지 못했고, 힘겨루기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 토르와 엘리의 힘겨루기는 한나절이나 이어졌다. 바로 그때, 변화가 시작되었다. 토르의 손이 조금씩 꺾이는 듯하더니, 토르가 밀리기 시작했다. 토르는 안간힘을 다해 버텼지만, 토르의 손을 잡아 누르는 엘리의 힘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결국 토르는 힘에서 밀려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모습에 토르 일행은 물론, 주변에 모인 거인들도 모두 탄식을 내뱉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외쳤다.


[거기까지!]


 우트가르드 로키가 대결 종료를 선언하자, 엘리는 손을 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뒤로 물러났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엘리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엘리는 자신을 데려온 거인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홀을 빠져나갔다. 토르는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토르는 이렇게 오래 힘겨루기를 한 적도 없었고, 이렇게 호적수를 만난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결국 그 호적수에게 힘에서 밀려 패하고 말았다. 토르는 분하고, 또 분했다. 그러나 토르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토르는 침울해졌고, 로키와 다른 일행들도 역시 그대로 주저앉았다. 토르의 완패였다. 이대로 우트가르드의 거인들에게 목숨을 잃거나, 우트가르드에서 쫓겨난다고 해도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잘 싸웠소. 토르. 앞서 당신을 의심했다는 것을 취소하겠소. 당신은 정말 토르가 맞는 것 같군. 졌다고 생각하지는 마시오. 우리 중 그 누구도 내 양어머니를 상대로 이렇게 오랫동안 힘을 겨룬 자는 없으니까. 아니, 세상에서 그럴 수 있는 자는 당신 말고는 없을 것이오.]


 말을 마친 우트가르드 로키는 거인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난 오쿠 토르와 그 일행이 보여준 능력을 인정한다! 이들은 우트가르드의 손님으로 받아들이겠다! 우리 손님들이 많이 지쳤을 테니 이들을 위로하는 연회를 열겠다! 모두 연회를 준비하라! 토르와 그 일행들이여, 그대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겠소!]


 우트가르드 로키의 말에 거인들은 각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기꺼이 손님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토르와 일행들은 결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트가르드 로키와 거인들은 성대한 연회를 열어 토르와 일행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 토르와 일행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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