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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25. 2023

19.요툰헤임여행기03-넷 : 달려라, 티알피!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우트가르드, 티알피, 후기

#. 달려라, 티알피!


 로키는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토르의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비록 첫 대결은 졌지만, 토르는 그런 로키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로키가 방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로키의 탓으로 돌리기엔 상대가 너무 강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토르에게 물었다.


[그럼, 다음 대결을 시작하지. 이번에는 누가 나설텐가?]


 토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트가르드 로키가 티알피를 보며 말했다.


[오쿠 토르는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에 나서는게 모양이 좋을 것 같은데.. 저 사내 아이가 이번 대결에 나서보는 게 어떤가? 거기, 인간 꼬마는 무엇을 잘하지?]

[우리 오빠는 인간 중에서 제일 빨라요! 스키르니르님 만큼이나 빨라요!]


 로스크바가 토르의 뒤에 숨어서 빼꼼이 얼굴을 내밀며 소리쳤다.


[그래? 잘 달린다는 것은 아주 좋은 재주지. 그렇다면 저 꼬마와는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이 좋겠군. 상대가 어린 아이니 만큼 우리도 어린 아이를 내보내야 균형이 맞겠지. 어떤가? 오쿠 토르?]


 우트가르드 로키가 다시 토르에게 묻자, 토르가 티알피를 돌아보았다. 티알피가 진지한 표정으로 토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르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

[좋아! 그럼 곧바로 두번째 대결로 들어가겠다! 오쿠 토르 쪽에서는 인간 사내아이가 나서겠다고 한다. 이 소년은 달리기를 잘한다는군. 그렇지, '후기(Hugi)'! 이번에는 네가 나가보려무나.]


 우트가르드 로키는 거인들을 향해 말하고는 후기라는 거인을 불렀다. 후기는 어린 거인이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토르보다도 컸다. 후기의 외모는 평범하기 그지 없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빨리 달릴 것 같지 않았다. 토르는 티알피가 얼마나 빠른지 이미 보았기 때문에 안심했다. 티알피는 자신의 마차와 나란히 달릴 정도로의 실력자였으니까. 토르는 티알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티알피, 힘내렴. 나에게 보여준 것 처럼만 하면 돼. 알았지?]

[네!]


토르의 말에 더욱 힘을 얻은 티알피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토르와 일행을 저택 옆의 넓은 평원으로 데려갔다. 달리기 대결을 하기 딱 알맞는 곳이었다. 다른 거인들도 그 뒤를 따라 저택의 밖으로 나왔다. 우트가르드 로키의 명령을 받은 거인 하나가 커다란 나무 기둥을 들어 바닥에 선을 그었다. 그리고는 평원 멀리 가더니 그곳에 그 커다란 나무 기둥을 박아 세웠다. 후기와 티알피가 출발선에 섰다. 티알피는 후기를 보며 왠지 모를 적개심과 경쟁심이 타올랐다. 티알피는 더 이상 미드가르드 농부의 아들 티알피가 아니다. 이제는 토르의 시종, 티알피가 되었다. 그러니 거인에게 적개심을 품은 것은 당연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이번 대결은 달리기 시합이다! 방식은 이곳을 출발하여 저 기둥을 돌아 다시 이곳으로 먼저 돌아오는 자가 승리하게 된다. 다만, 후기는 거인이고, 이 소년은 인간인 점을 고려하여 세 번을 달리기로 하지. 한 번이라도 이 소년이 이긴다면, 이 소년이 승리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후기와 티알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둘 다 준비되었는가?]


 후기와 티알피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트가르드 로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준비.. 출발!]


 출발 신호와 함께 후기와 티알피는 평원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 두 소년이 달리는 모습은 마치 넓은 평원을 가로지르는 두 마리의 야생마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토르와 일행들은 물론, 우트가르드 로키와 거인들도 모두 함성을 질렀다.


- 두 번째 대결, 티알피와 후기. 그 승자는?


 티알피는 정말 최선을 다해 달렸다. 티알피의 양쪽 허벅지는 팽팽하게 부풀다 못해서 터질 것 같았고, 입으로는 황소가 내뱉듯 거친 숨을 내뱉었다. 티알피는 두 다리로는 대지의 단단함을, 피부로는 바람의 매서움을 느꼈다. 티알피의 눈 앞에 후기는 보이지 않았다. 티알피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 확신하며, 더욱 힘을 내서 달렸다. 그러나 반환점을 돌아 결승선에 다다를 즈음, 티알피 시선에 옆으로 커다란 다리 같은 것이 보였다.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것은 아쉽게도 후기였다. 티알피와는 불과 몇 걸음 차이였다. 티알피는 아쉬움에 발을 굴렀다. 토르와 로키, 로스크바도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티알피를 보며 말했다.


[인간 소년, 정말 잘 달리는군. 내 고백하건데, 너처럼 잘 달리는 인간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느니라.]


 후기와 티알피가 숨을 고를 시간이 흐르고, 두번째로 달릴 준비를 했다. 후기와 티알피가 다시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다시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티알피는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고작  걸음 차이. 티알피는 이번에야말로 후기를 이겨보이겠노라 다짐을 하며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그래서인지 티알피는 앞서 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과는 달리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후기의 다리가 티알피의 시선에 들어왔다. 티알피가 반환점을 돌았을 때, 후기는 이미 결승선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결승선에 늦게 들어온 티알피는 양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티알피의 다리가 엷게 떨렸다. 그 모습에 토르와 로키, 로스크바는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다시 티알피를 보며 말했다.


[인간 소년, 이번에도 잘 뛰었어. 그런데 너에게는 좀 버거웠던 모양인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승부는 승부이니, 세번째도 달려봐야지? 그래야 결판이 날테니까.]


 후기와 티알피가 숨을 고를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달릴 준비를 했다. 후기와 티알피가 다시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아직 숨이 찬 티알피와 달리 후기는 평온하기 이를데 없었다. 마지막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티알피는 자신이 낼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달렸다. 그러나 티알피는 아직 반환점 근처도 가지 못했는데, 후기는 벌써 반환점을 돌아 결승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결국 후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럼에도 티알피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티알피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결국 티알피는 결승선을 통과하자, 힘이 빠져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로스크바가 황급히 티알피를 향해 달려나갔고, 로키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저었다. 토르는 티알피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또 기특하면서도 고마웠다. 그러나 어쨌건 승부는 승부인지라, 패배의 아픔은 컸다. 승패를 떠나, 우트가르드 로키와 거인들은 티알피의 선전을 보며 박수를 쳐주었다.


[오쿠 토르, 자네의 시종은 정말 대단하군! 인간이 이 정도나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네. 비록 졌지만, 우리는 저 소년의 의지와 능력에 감탄했네. 이건 진심에서 우러난 칭찬이야.]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그러나 토르에게 그다지 위안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로키에 이어 티알피까지. 연속으로 패배를 기록하자, 토르는 매우 착잡하고 침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토르는 말없이 걸어나가 티알피를 안아올렸다. 토르와 일행들, 우트가르드 로키와 거인들은 다시 저택의 홀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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