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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Aug 04. 2023

23. 토르와 뱃사공-둘 : 어이, 뱃사공~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뱃사공, 여행, 말싸움

#. 어이, 뱃사공~!


 아스가르드의 동쪽, 미드가르드와 경계를 이루는 어느 강. 해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아침이라고 불러도 좋은 시간이다. 토르는 물안개가 자욱한 강둑을 따라 한가로이 홀로 걸었다. 그의 곁에는 시종인 티알피도, 두 마리 산양이 끄는 마차도 없었다. 그러나 토르가 산책을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몰골이 아주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머리는 산발에, 신발도 신지 않았으며, 아주 낡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그만큼 낡아 보이는 배낭을 등에 지고 있었다. 어쩌다 토르가 이런 몰골로 아침 강둑을 걷고 있는 것일까?


 다행히 토르가 무슨 험한 일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토르의 변장이었다. 토르의 복귀를 환영하는 연회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토르는 한동안 아스가르드에서 따분하고 심심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툰헤임의 거인들이 미드가르드의 인간들을 괴롭힌다는 소식이 들렸다. 토르는 이 소식이 오히려 반가웠다. 토르는 이번 기회에 몸을 제대로 풀고 싶었다. 토르는 히미르에게서 솥을 가져오는 것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두 아내와 두 아이들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듣게 될 것 같았다. 결국 토르는 몰래 혼자서 거인들을 때려잡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토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허름한 차림으로 변장을 하고 미드가르드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던 대로 미드가르드에서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던 거인들을 모조리 혼내주었다. 토르에게는 모처럼 신나는 시간이었고, 그의 몸도 거의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풀렸다. 일을 마친 토르는 잠시 미드가르드에 머무르다, 지금은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는 중이다. 비록 몰골은 엉망이었지만, 토르의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파란 아침 하늘도, 시원한 물안개도 토르의 이런 상쾌함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주었다. 토르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좀 듣겠지만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새로운 무용담을 들려줄 생각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토르는 기분 좋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강가에 있는 작은 선착장 도착했다. 이곳에서 강을 건너려면 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런데 선착장에는 배도, 뱃사공도 보이지 않았다. 토르는 배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옅은 안개사이 멀리, 강 반대편에 낡은 배와 늙은 뱃사공의 모습이 보였다. 토르가 늙은 뱃사공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뱃사공~ 여기 사람이 있네! 어서 이리로 오게나!]


그러자 강 건너편에서 늙은 뱃사공이 대답했다.


[대체 어떤 놈이 나보고 오라가라야?! 대체 어떤 멍청이냐고!]


 당연하게도 토르는 뱃사공의 대답에 신경이 거슬렸다. 천하의 천둥신에게 멍청이라니.. 그러나 강을 건너려면 배와 뱃사공이 필요했기에 토르는 짐짓 상냥한 목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 이때의 토르가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을지도 (영화 '더 노스맨' 중에서. 출처 : https://movie.daum.net/ )


[어허, 손님에게 그러면 쓰나? 어서 와서 나를 강 건너로 데려다주게. 내 배 삯은 아주 맛있는 식사로 내겠네. 내 배낭에는 '청어절임(청어구이라고 하기도 함)'과 '귀리죽(Oatmeal : 오트밀)'이 있지. 난 이미 배가 부르니 이걸 자네에게 주겠네. 이거 아주 맛있다구!]


 뱃사공이 낡은 배에서 몸을 일으켰다. 구부정하게 삿대를 잡고 선 모습을 보니 목소리만이 아니라 정말 노인이었다. 늙은 뱃사공이 대답했다.


[네 놈이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 내가 알아서 뭐에 쓰라고? 또, 그런 게 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지?]


 늙은 뱃사공의 대답에 토르는 황당했다. 그때 늙은 뱃사공이 다시 말했다.


[그거 아나? 네 놈의 집에서는 지금 슬픔으로 가득할꺼야. 네 놈이 이러고 있는 사이에 니 애미는 뒤졌을 테니까!]

[허! 그건 누구라도 기뻐하지 않을 일이구먼. 그게 사실이라면 나에게는 정말 슬픈 일이야.]


 토르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대체 이 얼마나 무례한 행동이란 말인가? 비록 자신이 지금 변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뱃사공이라면 이 강 건너에 아스가르드로 향하는 길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이렇게 무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토르는 자신의 인내심을 끌어올렸다.


[쯧쯧.. 차림을 보아하니 네 놈에게 뱃삯이 있기는 할런지도 의심스럽구먼? 옷은 누더기에, 신발도 없는 데다가.. 저런 다 떨어진 바지조차도 입지 않았군! 너 같은 거렁뱅이를 뭘 보고 배를 태워달라는 건가? 고작 그딴 먹을 껄로는 뱃삯은 턱도 없어!]


 늙은 뱃사공이 이번에는 토르의 차림새를 놀리며 혀를 찼다. 토르는 화가 났지만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참았다. 자신이 서있는 곳은 미드가르드였고, 이곳은 자신이 돌보아주는 인간들이 사는 곳이다. 무례하긴 하지만, 토르가 알기에 뱃사람이란 것들은 원래 그런 족속이다. 토르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뱃삯은 걱정하지 말고 어서 이리로 건너오게! 내가 배를 어디에 대면 좋을지도 알려줄 테니까!]

[흥! 뱃삯은 무슨! 네 놈의 집이 세 채라고 해도 그렇겐 못하지! 하하!]


 토르의 인내심이 바닥이 나는 중인 것도 모르고, 늙은 뱃사공은 토르를 놀리며 즐거워했다. 토르와 늙은 뱃사공 사이로 아침 햇살이 강 위에 부서져 내렸다. 토르는 아침을 든든히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저 늙은 뱃사공과는 한참 입씨름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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