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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Aug 07. 2023

23. 토르와 뱃사공-셋 : 늙은 뱃사공, 잿빛수염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하르바르드, 말싸움

#. 늙은 뱃사공, 잿빛수염


 토르는 잠시 늙은 뱃사공을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쉬이 배를 태워줄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배를 타고 건너는 것이 아스가르드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마음 같아서는 완력으로 어떻게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토르는 힘만큼 머리도 좋은 신이다. 여기서 완력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저 늙은 뱃사공보다도 머리도 나쁘고, 말싸움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이건 토르에게 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토르는 한낱 늙은 뱃사공에게 말싸움으로 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토르가 늙은 뱃사공에게 소리쳤다.


[됐고! 그 배 주인이 당신은 아닌 것 같군! 그 배의 주인이 누구인가? 내 그와 이야기해 보겠네!]


그러자 늙은 뱃사공이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이거? 이 배의 주인은 '힐돌프(Hildolf : 싸움늑대)'지! 그는 '라드세이(rathsey)'섬의 주인이라네! 그가 나에게 명령하길, 강도나 말도둑은 절대 태우지 말라고 했지. 훌륭한 사람과 얼굴이 알려진 좋은 이들만 태우라고도 했지. 아무리 봐도 네 놈은 좀도둑인 것 같단 말이야. 어디 네 놈이 이 배에 타고 싶다면, 네 놈이 누구인지 말해봐~!]


그러자 토르가 머리를 빗어넘기며 말했다.


- 말싸움을 하는 토르, W.G.콜린우드 그림(1908. 출처 : https://sv.wikipedia.org/wiki/Harbarðr )


[이거 변장을 너무 심하게 했나 보군. 좋아! 누구인지 말해주지! 내가 위험해진다고 해도 말이야!]


토르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난 '오딘(Odinn : 분노, 광기)'의 아들이며, '메일리(Meili : 오딘의 아들 중 하나)'의 형제다. 난 '마그니(Magni : 힘)'의 아버지이고, 신들의 강력한 지도자 중 하나야! 당신은 지금 '토르(Thor : 천둥)'와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자, 내가 누구인지 말해줬으니 당신이 누구인지도 말해야 할꺼야!]


 토르가 늙은 뱃사공을 노려보았다. 강의 물결이 일렁거리며 뱃사공을 향해 작은 파도를 일으켰다.


[거, 어렵지 않지! 난 '하르바르드(Harbard/Harbarðr :  잿빛 수염, 회색 수염)'야. 뭐, 가끔 내 이름을 숨기긴 하지만.]


하르바르드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토르가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날 보고 부랑자니, 거지니 하더니만.. 떳떳지 못한 건 당신이었군! 왜 자신의 이름을 숨긴다는 거지?]

[남이사? 네 놈이랑 뭔 상관이 있다고? 뭐, 내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너 같은 부랑자로부터 내 생명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지. 난 아직 죽기 싫거든. 후후!]

 

하르바르드가 비아냥거리며 키득거렸다. 토르는 화가 나 소리쳤다.


[여길 헤엄쳐서 건너는 건 아주 짜증 나는 일이지. 옷도 젖을 테고. 하지만 말이지! 내가 여길 건너간다면, 당신의 그 못된 주둥이를 가만두지 않겠어! 제대로 갚아줄 테니, 각오하라고! 이 멍청한 노친네야!]


그러자 하르바르드가 삿대를 들어 토르를 향해 함부로 휘저으며 대답했다.


[하하! 아이구~ 무서워라~ 그럴 수 있으면 그래 보던가? 여기 서서 네 놈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흐룽그니르(Hrungnir : 싸움꾼, 소란 또는 둥그런 것)'가 뒤진 이래로 나보다 더 고집 센 놈은 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것네?]


그러자 토르도 참지 않고 하르바르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아놔! 그 고집불통 흐룽그니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그 대가리까지 돌로 된 거인 놈을 죽인 게 나라고! 내가 그놈을 내 발 앞에 쓰러뜨렸지! 하르바르드, 당신이 대체 어떤 명성을 떨쳤다고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 거야?!]


하르바르드는 삿대를 배에 기대어 놓았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흠흠~ 나의 무용담이야 수없이 많지.. 아, '알그론(Algron : 의미 불명)' 섬에서 난 '푤바르(Fjolvar/Fiolvari : 군대 또는 매우 위험한)'와 함께 다섯 겨울을 지냈어. 우리는 수없이 싸우고, 셀 수 없이 죽였지. 그렇게 많은 위험에 도전했어. 그리고~ 사랑을 나눴지. 아~ 그립구먼.]

[거, 퍽이나 자랑거리군. 그 여자들이 당신을 퍽이나 상대해줬는지 모르겠군.]


이번에는 토르가 하르바르드를 보며 비아냥거렸는데, 하르바르드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 무슨 섭섭한 소리를! 우리가 취한 여자들은 쾌활하고, 아주 유순했지. 그녀들은 정말 영리했기 때문에 아주 친절하게 굴었지. 왜냐고? 그녀들이 모래로 밧줄을 꼬고, 깊은 골짜기에서 땅을 파게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오직 나뿐이었거든.]


 하르바르드의 말을 들은 토르가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 표정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 하르바르드가 더욱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 알아들었나 보구먼. 난 말이야.. 일곱 자매들과 함께 머물렀어. 그녀들에겐 내가 처음이었지. 난 그녀들에게 사랑과 즐거움을 알려줬다고. 때로는 따로, 때로는 같이 말이야. 그런데 대체 넌 뭘 했지? 자칭 토르라고 하는 너는 뭘 해봤냐고?]


하르바르드의 의뭉스러운 눈빛을 느낀 토르가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 그런 건 자랑거리라고 할 수 없지! 전사는 승리로 말하는 거라고! 난 요툰의 거인들이 왕이라고 부르던 고집불통, '샤치(Þjazi/Thiazi : 의미불명)'를 죽였지! 그에 더해서 내가 '올발디(Alvaldi : 전능한)'의 아들(샤치)의 눈을 별로 만들었어! 이게 바로 위대한 행동이고, 자랑거리인 거라고. 그런데 당신은 대체 뭘 했소? 하르바르드?]


 토르가 전사로서의 자랑거리를 말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나 하르바르드는 기가죽기는 커녕 고개를 가로저었다. 토르의 자랑거리는 자신의 자랑거리에 비해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 모습에 토르는 인상을 구겼고, 하르바르드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토르와 하르바르드는 강을 사이에 두고 본격적인 자기 자랑과 말싸움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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