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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Aug 03. 2023

23. 토르와 뱃사공-하나 : 스노리의 서가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뱃사공, 스노리

#.스트를룽 저택


 저택의 거실은 난장판이 되었다. 거실의 탁자도, 의자도. 제자리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어진 것 같았다. 거실 여기저기에 몇 명의 청년들이 쓰러져 있었다. 거실의 다른 쪽에는 또 다른 청년들이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거실에 쓰러진 청년들은 올라프의 시종들이고, 몸싸움을 벌이는 청년들은 토르두르의 시종들과 저택의 다른 청년들이었다. 올라프의 명령으로 저택의 다른 청년들과 그들의 시종들이 토르두르의 시종들을 제압하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 저택에서 가장 격렬한 충돌이 벌어진 곳은 거실이 아닌 현관 쪽이다. 거실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올라프와 토르두르가 서로 대치하고 있다.


[멈춰! 토르두르!]

[비, 비켜!! 올라프!]


둘 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둘 다 이미 한바탕 몸싸움을 벌인 뒤였고, 둘의 옷도 몇 군데가 찢어졌다. 토르두르는 얼굴은 물론 온몸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와 반대로 올라프는 아주 침착하고, 단호하게 토르두르를 막아섰다.  올라프가 말했다.


[지금 너 혼자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너, 너는 몰라! 지, 지금 내, 내가 어떤 마음인지!!]


토르두르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올라프가 침착한 목소리로 토르두르를 다독였다.


[그래, 네 마음을 내가 다 알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나도 슬프고 아파. 그들은 나에게도 혈육이야. 하지만 이건 아니야. 지금은 냉정하게 방법을..]

[닥쳐! 넌 몰라! 넌, 넌 한 다리 건너잖아?!]


토르두르가 올라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토르두르, 진정해. 숙부님이 오시길 기다려. 숙부님께..]

[너무 늦다고!! 너, 너와 말싸움 할 시, 시간이 없어! 니가 무슨 재, 잿빛수염이야!?]


 토르두르와 올라프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토르두르에게 올라프의 다독임도 소용없었다. 올라프가 가만히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정 가겠다면, 나부터 쓰러트려야 할꺼야.]

[네.. 네가 날 힘으로 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토르두르도 자세를 잡았다. 토르두르의 말처럼 직접 힘으로 부딪힌다면, 올라프가 밀릴 것이다. 토르두르가 올라프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힘도 좋았다. 당연히 싸움에 있어서도 토르두르가 올라프보다는 한 수 위였다. 그럼에도 올라프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도 널 멈춰 세울 수는 있겠지. 난 하르바르드가 아니지만, 너도 토르는 아니니까.]


 둘 사이에 차갑고 적대적인 기류가 흘렀다. 그러는 사이 거실의 상황은 정리가 되었다. 토르두르의 시종들은 모두 제압당했다. 올라프의 시종들은 다른 청년들에게 도움을 받는 중이고, 나머지 청년들은 토르두르의 뒤에 늘어섰다. 토르두르가 올라프에게 달려든다면, 그들이 곧바로 합세해 올라프와 함께 토르두르를 제압할 것이다. 어찌 되었건, 이 저택에서 스트룰룽 일족의 청년들을 이끄는 자는 올라프다. 토르두르도 이 상황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토르두르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그런 걸 신경쓸 생각도 없었다.


[비, 비켜! 비키라고!]


 토르두르가 소리를 지르며 올라프에게 달려들었다. 올라프도 침착하게 토르두르에게 맞섰다. 올라프는 토르두르의 몸을 붙들었고, 토르두르는 그런 올라프를 힘으로 밀어붙였다. 역시 힘에서는 올라프가 토르두르를 당해낼 수 없었다. 올라프가 온 힘을 다해 토르두르를 막으려 했지만, 토르두르의 힘에 밀려 순식간에 현관 쪽으로 밀려갔다. 그러자 다른 청년들이 달려들어 토르두르의 양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토르두르는 그들 중 일부는 뿌리치고, 일부는 매단 채 우악스럽게 현관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이제 현관 앞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들! 뭐 하시는 거예요!! 멈추세요!]


 모두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스튤라가 놀란 표정으로 현관에 서 있었다. 스노리는 스튤라의 뒤에 서서 이 참담한 광경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스튤라는 황급히 토르두르와 올라프, 저택의 청년들 사이로 들어가 이들을 떼어놓았다. 스튤라가 이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대체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 아저씨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아요?! 우리는 스트룰룽이라구요!]


 올라프와 저택의 청년들은 얼굴 가득 부끄러움을 담은 채,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토르두르는 그 자리에 서서 멍하게 스노리를 바라보았다. 스노리는 여전히 현관에 선 채 모두를 노려보았다. 스튤라가 올라프에게 상황을 물어보려는데, 토르두르가 그대로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펑펑 쏟아져내렸고, 그의 울음소리가 저택을 가득 메웠다.


[흐어엉~! 수.. 숙부니임~! 으허헝.. 아, 아버지가.. 살해당하셨어요!!]


토르두르의 외침을 들은 스노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토르두르가 다시 소리쳤다.


[스.. 스튤라 형도! 다른 형제들도 다 죽었어요! 수, 숙부님~!!! 흐어엉~! 스노리 숙부님!!!]


 토르두르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섧디 섧게 울었다. 올라프와 저택의 청년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스튤라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올라프와 토르두르를 번갈아 보다 스노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스노리는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아저씨!!]


 스노리의 몸이 휘청거렸고, 스노리는 가까스로 현관의 문틀을 붙잡으며 버텼다. 놀란 스튤라가 황급히 달려가 스노리를 부축했다. 스노리는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스노리가 걱정했던 것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스노리는 스튤라에게 기댄 채, 소리 없이 울었다. 스트룰룽 저택은 고요한 가운데 토르두르의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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