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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의 금요일, 그리고 가롯 유다

생각, 13일의금요일, 유다

by 바드 단테

*. 개인적인 생각이며, 읽으시는 분께서 저와 다른 생각을 지니셨다면 읽으시는 분의 생각이 맞습니다.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구나.'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 기독교 및 관련 종교에 대한 폄하나 비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기독교를 믿으시거나 관련 종교를 믿으신다면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 사이비 등 이상한 종교만 아니라면, 다른 분의 종교활동과 신앙생활을 지지합니다.

*. 저는 무교입니다. 신의 존재는 믿지만, 종교는 믿지않습니다.

*. 예전 제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바탕으로 다시 작성했습니다.




작년 12월 말. 올해 사용할 다이어리를 준비하며, 달력을 보니 1월에 "13일의 금요일"이 있었다. '올해는 13일의 금요일을 빨리 만나는구나..'하다가 언젠가 블로그에 적었던 글이 떠올랐다.(앗싸~글감 발견~!^^ 이런 느낌이었다랄까요?)


[13일의 금요일]. '13'이란 숫자나 '13일의 금요일'에 대해서는 어려서 성당에 다닐 때도, 그리고 아재가 된 지금도 딱히 거부감은 없다. 13일의 금요일이 되면, 오늘은 케이블 어딘가에서는 영화 [13일의 금요일]을 하겠구나.. 정도? 아니면 계절과 맞지않는 공포영화를 틀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언제였더라.. 대학교때였나? 13일의 금요일을 핑계로 남자 동기들과 여자 동기들한테 장난친 적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이젠 추억이 되었다.


- 왠지 오늘하면 생각나는 건.. 제이슨. 이 아재 아직 환갑은 안넘었으려나?(출처는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음)


그때도 '13일의 금요일'이 왜 불운을 넘어 두려움의 대상이 된 걸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서양에서 13일의 금요일을 꺼리게 된 건 기독교의 영향으로 여겨진다. 대체로 '13일의 금요일'에 지저스(예수)가 죽었고, 배반자 '가롯 유다'를 상징하는 수가 '13'이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사실 인간이 홀수보다는 짝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라고 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왜 유다를 상징하는 수가 '13'이지? 유다는 원래 12제자 중 한 명이 아니었나?(나중에 제명이 되긴 했지만.. 12제자 중 유다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2명이다. 가롯 유다와 유다 타대오) 나중에 유다 대신 마티아가 들어갔으니 따지고 보면 마티아가 13번째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 또 내 생각의 연상가지가 유다를 향해 뻗어갔다.(내 생각의 연상가지는 자아라도 있는건지, 늘 자기 마음대로 뻗어가곤 한다. 난감하다.)


가롯 유다. 난 가롯 유다에 대해서는 약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난 가롯 유다가 진짜로 은자 30냥에 지저스를 팔아먹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딱히 가롯 유다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내가 가롯 유다랑 친척이라던가, 사돈에 팔촌이라던가, 무슨 채무관계라던가, 커미션을 받은 것도 아닌데 변호는 개뿔. 그럼에도 왠지 가롯 유다가 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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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수많은 치들이 그것도 억만금에 지저스를 팔고 있는데, 가롯 유다의 은자 30냥이면 귀여운 수준 아닌가? (출처 : MBC PD수첩 중에서)


난 가롯 유다가 진정한 배신자라기 보다 그가 총대를 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스스로 맨 건 아니고, 다른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말이다. 그것이 지저스였건, 다른 11명의 제자나 추종자였건, 아니면 빌라도나 유대 지도자들이었건 간에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이게 가장 크지만)지저스의 죽음에는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 난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가롯 유다 였다고 본다.


사실 성경을 봐도 유다가 그렇게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성경의 내용대로 믿는다는 전제로 살펴보면.. 지저스는 자신의 육신이 죽임을 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이는 진정한 죽음이 아니다. 이제는 무거워진 인간의 육신을 내려놓음으로, 이를 통해 인간의 죄를 사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다만,과정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 힘을 보탤 사람이 필요했다. 난 이때 지저스가 선택한 사람이 가롯 유다였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본다면 유다는 배신자가 아니라 진짜 지저스의 심복이 되어버린다.


가롯 유다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죽음을 준비하며, 제자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자리였다.(물론 이전에도 지저스는 유다를 보며 종종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었다. 설마... 가스라이팅?) 배반은 축복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단어다. 더욱이 모든 제자가 있는 자리에서 밝혔다.


설마 "저 자식이 나 배반할꺼야~ 그러니 니들이 처리해줘~" 라는 의미였을 것 같지않다. 은총과 사랑으로 가득하신 지저스가 이런 말도 안되는 개그를 하실 생각은 아니었을꺼다. 정말 가롯 유다가 배신자라면, 실행하기 전에 잡아서 처리해야지 그렇게 떠벌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저스는 굳이 모든 제자의 앞에서 유다를 지목했다. 그것도 최측근들만 모인 아주 중요한 자리에서. 대체 왜?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지저스는 가장 힘든 역할을 최측근 중 가롯 유다에게 맡긴 것은 아닐까?


사실 지저스의 제자들 중에서 지저스의 계획을 이행할 적임자는 별로 없다. 다혈질 베드로? 아니면 의심많은 도마? 무뚝뚝한 안드레? 막내인 요한? 흠.. 그때까지 지저스를 따른 제자들 중에서 죽음을 통한 죄사함을 이해하고, 따를만한 제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롯 유다는 조직의 돈관리를 맡았다. 조직에서의 돈관리는 셈도 확실하고, 무엇보다 믿을만한 사람에게, 가능하다면 가장 신임하는 이에게 맡긴다. 그렇게 못믿고, 배반할 걸 알았다면 굳이 그에게 돈관리를 맡길 이유가 없다. 돈관리를 맡을 사람은 가롯 유다만 있는게 아니다. 우선 마태오라는 세관원 출신의 제자가 있고, 12제자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당시 유대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인 아리마테아의 요셉도 있다. 그럼에도 지저스는 가롯 유다에게 조직의 모든 돈관리를 맡겼다.


더욱이 그가 로마군에게 지저스를 넘기고 받은건 고작 은 30냥이다. 대체로 아주 적은 돈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교역 등의 자료를 토대로 보아도.. 은 30냥이면 아무리 비싸게 봐줘도 노예 한 명을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이었다. 지저스가 이끄는 그 거대한 조직의 자금회계담당이 고작 은 30냥에 매수된다는게 말도 안되고, 이해도 안된다. 가롯 유다가 당장 들고 튀어도 그보다 훨씬 많은 재물을 가지고 튈 수 있다. 하다 못해 지저스의 옷자락 하나만 들고 튀어도 은 30냥은 우습다.(옷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신도들에게 지저스의 옷자락만 팔아도 수천, 수만금은 받을수 있다.) 이런 가롯 유다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은 30냥에 매수가 되겠는가? 게다가 유다는 그 은 30냥을 꿀꺽하지도 않고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지저스를 팔아넘긴 죄가 부끄러워 자살했다는데.. 이것 역시 뭔가 부지연스럽다.


201811060703994.jpg - 은 30냥. 가롯 유다가 무슨 춘삼십낭도 아니고..(출처 : 영화, '선리기연' 중에서)


조직에서 돈관리를 하는 사람은 다른 조직원에게 종종 욕을 먹는다. 잘해도, 못해도 욕을 먹기 마련이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조직의 살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가장 욕을 많이 먹고, 시기와 견제를 많이 당하는게 돈관리하는 사람이다. 더욱이 가롯 유다는 다른 제자들과 출신지가 다르다.


다른 제자들은 대체로 갈릴리와 인근지역 출신이다.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이스라엘 왕국 내 출신이다. 가롯 유다의 출신지는 이름에서 보듯 가롯이라는 곳이다. 이 가롯은 지금은 없어진 지명이라 정확한 위치는 알수 없지만 당시의 기록을 보면, 이스라엘 왕국 밖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제자들에게 유다는 다른 동네에서 온 낯선 놈이다. 그런 낯선 놈이 자신들과 같이 최측근이 되고, 돈관리까지 한다. 다른 제자들에게 불만이 안생기면 이상한 상황이다. 출신도 다르고, 무엇보다 조직의 돈관리,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면.. 그 시야는 분명히 다른 조직원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럴수록 조직 내 다른 계파와 조직의 운영이나 정치적 견해차이를 지니기 쉽다.


만일 가롯 유다가 그런 경우였다면? 다혈질에 열성적인 베드로, 시몬 등은 물론 의심하기 좋아하는 도마나 살림꾼 자리의 경쟁자일 밖에 없는 마태오. 거기다 이들은 같은 지역 출신이다. 예나 지금이나 무시못하는게 '지연(地緣)'이다. 이거 깨는거 정말 힘들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도 깨기 힘든 세 가지가 '학연(學緣)', '지연(地緣)', '혈연(血緣)이다.


난 그래서 가롯 유다를 지목한 것이 지저스의 배려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지저스가 사라진 다음, 가롯 유다가 이 조직에서 제 목숨 붙여서 버틸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지저스는 계획을 믿고 맡겨야 했던 사람으로 요한이나 베드로 같은 제자가 아닌 가롯 유다를 선택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떠나고 난 뒤, 힘들게 하기보다 차라리 지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기자라고. 앞서 말했듯, 그 자리는 지저스가 제자들을 축복하는 자리였다. 지저스는 자신의 곁에서 구원을 받게 하는 것으로 축복을 대신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면에서 본다면, 가롯 유다는 지저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누구나 꺼리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아 충실히 이행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유다가 배반자가 되서 득보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누구보다도 베드로를 위시한 제자들이 그렇고, 다음으로 빌라도와 유대 지도자들이다.


먼저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 가롯 유다로 인해 지저스를 지키지 못한 칠칠치 못한 제자들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조직 내의 배신이었으므로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었다는 항변이 가능하다. 실제로 성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 가롯 유다가 로마 군인들을 데리러 갔을 때, 제자들은 가롯 유다가 심부름가는 줄 알았다며 능청을 떠는 이야기도 있다. 아니.. 분명 지저스가 수없이 가롯 유다가 배신을 할 제자라고 말했고, 조금 전 식사시간에도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심부름이라니.. 대체 제자들은 그동안 지저스의 말을 뭘로 들었다는 말인가? 거기다 가롯 유다의 죽음을 최대한 처참하게 적은 기록은 모두 다른 제자들의 기록이다. 기록은 언제나 승리하고 남은 자의 시각에서 쓰여진다. (사실 유다가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자신들과 견해차가 분명한 유다가 사라짐으로서 지저스 사후, 제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기가 수월하다. 현실은 전도라는 이름하에 조직이 분열되서 운영되지만. 어찌되었건 그건 그때의 일이고, 가장 큰 정적의 소멸은 분명히 실보다는 득이다.


이는 빌라도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근동 지역은 언제나 반란이 잦은 지역이었다. 부임한 총독치고, 반란 걱정을 하지 않은 총독이 없다. 실제로 빌라도는 관할지역에 반란의 낌새만 보여도 강경진압을 망설이지 않았다. 지저스를 추종하는 세력이 생각보다 크긴 했지만, 빌라도의 입장에서 이 정도의 불온세력은 차고 넘쳤다. 사실 빌라도는 지저스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늘 해오던대로 유대 지도자들의 의견을 듣고, 지저스에게 사형판결을 내린거다. 별 생각없이 있다가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면 참 난감하다. 빌라도로서는 로마의 위임을 받은 총독에 불과한데 말이다. 불온세력 관리에, 영지 운영도 고달픈 빌라도에게 가롯 유다의 존재는 쏠쏠한 패다. 내부의 배신자. 비난의 화살은 그에게로 향할꺼다. 빌라도에게도 아주 약간의 화살이 날아오겠지만 그정도는 애초에 신경도 안썼다. 빌라도로서도 실보다는 득이 많다.


유대 사제들이나 지도자들도 빌라도와 별로 다르지 않다. 빌라도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크게 위협을 느끼긴 하겠지만. 이들에게도 가롯 유다는 정말 좋은 패다. '봐라, 이렇게 배신자로 인해 죽지않느냐.', '우리가 죽인게 아니라 가롯 유다가 밀고한거다.' 처럼 그들 나름대로 백성을 교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는데 참 좋은 패가 된다. 유대 사제들이나 지도자들에게도 실보다 득이 많다.


물론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이런 생각들이 사탄의 끄적거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자가 아닌 몇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는 이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결코 기독교를 믿는 사람의 믿음을 흔들려고 하거나 부정하려는게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가롯 유다를 굳이 변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 마침 13일의 금요일이고, 생각의 연상가지를 뻗다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그리고 왠지 쓸만한 글감을 찾았다고 좋아라 했다가, 때를 놓쳐 배가 고픈 아재가 있을 뿐이다. 이런 경우를 난 이렇게 표현한다. [웃자고 시작한 일에 죽자고 달려든 꼴이 되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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