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는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속도가 늘어나지 않았다. 어느새 로키도 늙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점점 숨이 가빠왔다. 아무래도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로키는 다시금 호두알을 단단히 붙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둔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요툰헤임의 경계를 넘어 미드가르드에 진입했다.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아스가르드다. 조금만 더!)]
로키가 마음을 다독이던 그때. 로키의 뒤쪽에서 빼액하는 울음소리가 났다. 로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거대한 독수리 한 마리가 매섭게 자신을 뒤쫓아오고 있었다.
[제길! 샤치다! 어떻게!! 제길할!!!]
로키가 소리를 질렀다. 로키는 샤치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기 시작했다. 대체로 매가 독수리에 힘에서는 밀릴지 몰라도, 속도만큼은 매가 독수리보다 위였다. 그러나 로키는 이미 먼 거리를 왕복 중이었고, 무엇보다 늙기 시작해 기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로키는 이를 악물고 오직 앞만 보고 날았다. 로키는 살고 싶었다. 이둔을 안전하게 데려가지 못해도, 샤치에게 잡혀도 자신은 죽는다. 로키가 살기위해서는 어떻게든 이둔을 무사히 아스가르드로 데려가야 했다. 로키의 두 눈은 핏발이 서 붉게 변했다. 로키로서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그런 몸부림에도 샤치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 들고 있었다.
그때, 오딘과 신들은 '발할라(Valhalla : 오딘의 저택)'에 모여있었다. 오딘은 물론이고 신들 모두 아침보다도 더욱 늙은 모습이었다. 오딘을 비롯한 많은 신들이 의자에 앉거나 하인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서있었다. 오딘은 자신의 용상(龍床 : 왕의 의자)인 '흘리드스캴프(Hliðskjalf : 높이 열린 곳)'에 앉아 있었다. 흘리드스캴프에 앉으면, 아홉 세계의 모든 곳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볼수 있었다. 오딘은 로키가 이둔을 구해오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로키는 아스가르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날고 있었고, 그 뒤를 샤치가 맹렬하게 추격했다. 오딘은 곧바로 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면 로키가 도착할 것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따라붙었군. 당장 자신이 부리는 이들을 모두 모아라! 요툰헤임을 향해 있는 아스가르드 성벽 밖 절벽에 가능한 많은 장작을 쌓아라! 화끈하게 손님을 맞이해야지!]
오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신들과 신들을 따르는 모든 이들이 장작을 모았다. 그리고 아스가르드 성벽의 바깥쪽, 로키가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있는 절벽가에 크고 높게 장작더미를 쌓았다. 장작더미 옆으로 경비병들이 불을 붙일 꺼리를 가지고 숨었다. 신들은 아스가르드 성벽 안쪽에서 대기했고, 헤임달은 성벽 위에 올라가 로키가 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 이둔 납치 사건,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85. 출처 : https://thanthoaibacau.info/nhan-vat/khong-lo/thjazi/)
잠시 후, 로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로키는 힘이 많이 빠졌는지, 마치 떨어질 듯, 말듯 힘겹게 날고 있었다. 그 뒤를 거대한 독수리가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자칫 로키가 잡힐 것 같았다. 헤임달이 두 손을 꼭 쥐며, 중얼거렸다.
[로키.. 이 친구야.. 거의 다 왔어! 조금만! 조금만 더! 기운을 내라고!]
로키는 오로지 앞만 보고 날았다. 등 뒤에서 샤치가 내뿜는 살기가 느껴졌지만, 로키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앞에 아스가르드의 하얀 성벽이 보였다. 성벽 위에서 누군가가 로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헤임달이었다. 헤임달은 한 손으로 손을 흔들며, 다른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성벽 앞 절벽에 커다란 장작더미가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로키는 오딘과 신들이 준비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때 로키의 뒤에서 매서운 바람이 일었다. 로키는 본능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몸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샤치의 발톱이 로키의 등을 스쳤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잡힐 뻔한 순간이었다. 로키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날개를 움직였다.
[난 살아야 해! 난 살 꺼라고오~!!!]
로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속도를 내어 장작더미를 향해 날았다. 샤치도 더욱 속도를 올려 로키를 뒤쫓았다. 샤치가 로키를 향해 부리를 크게 벌렸다. 그 순간 로키는 급선회를 시도했고, 아슬아슬하게 장작더미 위를 스쳤다. 하지만 샤치는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장작더미에 처박혔다. 거대한 장작더미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샤치에게로 무너져 내렸다. 아스가르드의 절벽에 샤치를 위한 장작무덤이 만들어졌다. 헤임달이 소리쳤다.
[지금이다!]
숨어있던 경비병들이 뛰쳐나와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다. 기름을 발라두기라도 했던 것인지, 장작더미는 순식간에 거대한 불덩이가 되었다. 장작더미에 처박힌 샤치는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샤치는 온몸이 뜨거워짐을 느끼고서야 이리저리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장작더미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고, 몸 곳곳이 부러졌는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샤치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샤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신들을 처단하고 세상의 정점에 설 것이다. 모든 거인들의 꿈을 자신이 이루어낼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세상을 지배하는 자가 될 것이다. 나 샤치가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샤치의 꿈은 그대로 불덩어리 속으로 사라졌다.
로키는 힘겹게 아스가르드의 성벽을 넘어 그대로 성벽 안 쪽으로 떨어졌다. 무사히 성벽 안으로 넘어온 것을 깨닫자, 로키는 마법을 풀었다.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만, 로키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로키는 서둘러 호두알에 걸린 마법을 풀었다. 호두알은 이내 사과바구니를 든 이둔으로 되돌아왔다. 이둔도 많이 놀랐는지 하얗게 얼굴이 질려있었다. 이둔의 마법까지 푼 로키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내뱉었다. 마치 숨이 끊어질 것처럼 로키의 가슴에 통증이 몰려왔다. 로키는 온몸의 감각이 없었다. 주변으로 신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로키는 고개를 돌릴 힘도 없었다. 로키는 그저 하늘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신들은 이둔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이둔이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환호했고, 몇몇 신들은 눈물을 보였다. 브라기가 하인의 부축을 받으며 이둔에게로 다가왔다. 잠시 못 본 사이 브라기는 많이 늙어 마치 노인 같은 모습이었다. 이둔이 황급히 브라기에게 달려갔고, 브라기는 자신의 아내를 꼬옥 끌어안았다. 브라기와 이둔은 서로를 쓰다듬으며,펑펑 눈물을 쏟았다. 주변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던 이둔은 이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이둔은 주변에 모인 신들을 보며 눈물을 멈출수 없었다. 오딘을 비롯해 여기 모인 모든 신들은 자신에게 더없이 따뜻한 가족이자, 형제자매이고, 친구였다. 이들이 이렇게 늙어버리다니.. 이둔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둔은 우선 자신의 바구니에 담긴 사과를 브라기와 오딘에게 주었다. 신들이 앞서 준비해 둔 사과가 가득 담긴 커다란 광주리를 가져왔다. 이둔은 사과 하나, 하나에 자신의 가호를 담아 신들에게 차례대로 건네주었다. 이둔의 가호가 담긴 '젊음의 사과'를 먹은 신들은 다시 젊음과 활력, 기운을 되찾았다. 신들은 다시 한번 크게 환호했고, 이둔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이둔이 돌아왔음을 환영하고, 신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외치는 함성이었다. 토르가 이둔과 브라기를 자신의 양쪽 어깨 위로 들어 올려 앉혔다. 토르는 그대로 아스가르드를 돌았고, 신들이 환호의 노래를 부르며 그 뒤를 따랐다.
- 이둔과 사과, 제임스 도일 펜로스 그림(1890. 출처 : https://norse-mythology.org/)
그동안 로키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있었다. 로키의 모습도 많이 늙어있었다. 수염도, 머리카락도 하얗게 샜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하지만 로키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하늘이 저리도 파랬던가, 구름이 저렇게 하얗던가.. '살았다. 살아있다.' 그 순간 로키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로키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헤헤... 살아있다는 건 좋은 거구먼...]
[당연하지. 살아있다는 건 좋은 거야. 친구.]
로키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왔는지 헤임달이 사과를 먹으며, 로키를 보며 웃고 있었다. 로키는 헤임달의 얼굴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로키와 헤임달. 둘은 친구이자, 쫓고 쫓기는 자였고, 애증의 관계였다. 로키가 환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헤임달이 로키에게 사과를 내밀었다.
[일단 이거부터 먹어. 얼굴이 말이 아니라구.]
[헤헤.. 고마워.]
로키가 사과를 받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향긋하고 달콤한 즙이 가득했다. 날아오는 동안 느낀 갈증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로키는 헤임달은 나란히 앉아 한바탕 크게 웃었다. 구출작전은 성공했고,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로키는 마음이 후련했다. 이 순간만큼은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친구 옆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싶었다. 그때 오딘이 로키와 헤임달의 곁으로 다가왔다.
[즐거운 모양이군.]
오딘의 등장에 로키는 깜짝 놀랐다. 로키의 '망중한(忙中閑)'도 잠시. 로키는 곧 자신에게 엄혹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둔을 구해왔지만, 로키가 저지른 사건은 이것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로키가 황급히 일어서려는데 오딘이 손을 내밀었다.
[그대로 앉아있게. 일어설 기운도 없을 테니까.]
오딘은 시선을 아스가르드의 성벽으로 향했다. 성벽 너머에서 진한 회색 연기가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잠시 연기를 보던 오딘이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너에 대한 처분은 다른 신들과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 그때까지 집에 근신하도록.]
로키는 가만히 고개를 떨궜다. 헤임달이 가만히 로키의 어깨를 토닥였다. 오딘이 다시 로키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매의 날개옷'은 잘 정리해서 프레이야에게 돌려주도록 해. 고맙다는 말 잊지 말고.]
말을 마친 오딘은 천천히 아스가르드를 향해 행진하는 신들을 향해 걸었다. 로키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헤임달은 말없이 친구의 곁에 함께 있어주었다. 샤치는 죽었다. 샤치의 시체는 그대로 니블헤임으로 던져졌다. 그러나 신들의 향한 거인들의 반격은 이게 끝이 아닐 것이다.
"보다 인간적인 신화". 북유럽 신화가 다른 신화에 비해 인간적인 신화라고 불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신의 형상, 외모가 인간과 비슷하다. 다음으로 신의 행동이 인간과 비슷하다. 사랑하고, 싸우고, 웃고, 울고.. 우리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과 신이 살아가는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다. 이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비슷한 부분으로 우리는 이 두 신화를 '인간적인', '인본주의적인' 신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신이어도 전지전능하지 않다. 신이어도 모든 것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신도 못하는 것이 있고, 종종 실수도 한다. 신이 잘못을 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처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신이면서 늙어가고, 죽음을 두려워하다 결국 죽는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은 어쩌면 신보다 인간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떤 이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을 보며, '싸이코패스 같다.'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신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치고, 수습도 제대로 못하며, 남을 괴롭히는 것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도무지 신으로서의 매력보다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너무도 강하게 보여서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난 이것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신화는 '신'이 등장하지만, 사실 '인간'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것에 대한 이유나 본질을 찾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신화다. 사실상 신화는 인간이 창조한 이야기다. 그러니 신화가,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 인간을 닮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러 신화와 종교에서는 우리 인간을 신의 창조물이자, 신의 자손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우리가 신의 창조물이나 신의 자손이 아니라, 신이 우리 인간의 창조물이며, 인간의 자손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신에 대한 불경이려나?
#.PS02
이둔은 '젊음과 청춘의 여신'이다. 이둔은 그 출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이둔을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아사 신족이라고 보기도 하고, '노른(Norn)'으로 보기도 한다. 또, '알프(Alf/Alfr : 요정, 백색요정)'나 심지어 '드베르그(Dvergr : 난쟁이, 소인족)'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이둔이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둔이 노른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이그드라실의 꼭대기에서 여신 하나가 이그드라실의 뿌리로 떨어졌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여신'이었다. 이그드라실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여신은 이름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신들의 운명과 세상의 끝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이그드라실의 뿌리로 떨어진 여신은 뿌리 옆에 있는 샘가에 누웠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잠이 든 모습이었다. 세상의 비밀을 알고 싶었던 오딘은 아들인 '비다르(Viðarr : 넓히는 자)'와 브라기, 로키를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떤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았고, 마치 잠이 든 모습으로 눈물만 흘렸다.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이 설화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여신이 이둔이었다고 전해진다. 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고, 그 끝을 알고 있으나 그에 대해서 운명의 여신인 '노른'은 침묵했다. 또한, 이그드라실에 뿌리에 있는 샘에 사는 것은 '노른'이기 때문에, 이둔도 노른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둔'의 이미지를 검색하니 뜬금없이 말레피센트의 엘르 패닝의 사진이 나왔다. 근데 은근 이둔과 어울리는 느낌이다.(출처 : 영화 '말레피센트' 중에서)
다음은 이둔이 알프나 드베르그라고 등장하는 이야기다. 앞서 이둔을 '이왈트(Iwalt)의 딸'이라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이왈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대체로 알프일 것으로 여겨지는데, 비슷한 이름을 가진 드베르그가 있다. 앞서 로키의 보물내기에 등장했던 '이발디(Ivaldi)'다. '이왈트'와 '이발디'라는 이름의 유사성 외에도, 로키와 관련된 다른 설화에서 로키가 이둔을 '이발디의 아들들'의 여동생이라 지칭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둔을 알프, 또는 드베르그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그녀가 알프 출신이라는 쪽을 선택했다. 먼저 북유럽 신화의 많은 자료에서 이둔은 알프출신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그녀를 묘사할 때 흰 팔을 가진 아름다운 여신으로 묘사한다. 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외모는 알프의 특징이다. 이둔을 노른으로 본다면, 그녀가 로키의 꾀임에 빠질 일도, 샤치가 자신을 납치당할것도 몰랐을 리 없다. 더욱이 이그드라실의 뿌리에 있는 샘에서 떠난 적이 없기에 브라기의 아내가 되었다는 이야기와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발디의 딸로 보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신의 아내로 드베르그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고, 무엇보다도 앞서 말한 이둔을 묘사하는 내용과 드베르그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왈트 또는 이발디의 딸이라 불리는 내용도 있긴 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이왈트와 이발디를 다른 인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