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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20. 2023

11.검은산의 여전사-하나 : 샤치의 딸, 스카디

북유럽 신화, 샤치, 스카디, 오딘, 복수

#. 스노리의 서가


스노리의 이야기를 듣던 스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튤라 : 역시 로키네요. 어떻게 수습은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자기가 벌인 일은 자기가 매듭을 지어야죠.

스노리 : 우리 꼬마가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구나. 그런데 말이야.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단다. 또 하나의 해프닝이 남았지.


스노리는 여느 처럼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스튤라가 물었다.


스튤라 : 또 하나의 해프닝이요? 그건 무슨..

스노리 : 샤치의 딸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다가 그만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스튤라가 황당하다는 듯 대답했다.


스튤라 : 엥? 복수를 하러 갔다가 결혼을 해요?

스노리 : 그럼 샤치의 딸이 어쩌다 복수 대신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마.




#. 샤치의 딸, 스카디


 어두운 밤하늘로 귀를 찢는 것 같은 마녀의 울음소리가 퍼졌다. '트림헤임(þrymheimr : 술렁이는 나라)'의 검은 바위산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였는데, 이맘때의 밤이 되면 더욱 심해져 마치 정신 나간 마녀가 미친 듯이 우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한가운데에 샤치의 저택이 있다. 바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여자 거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 밖을 보았다. 그녀의 이름은 '스카디(Skaði : 해치는 자)'로, '샤치(Pjazi/Þjazi)'의 외동딸이었다. 스카디가 사냥을 다녀온 사이, 아버지인 샤치가 사라졌다. 하인들이 말하길, 누군가 이둔을 갔고, 샤치가 이둔을 되찾겠다며 서둘러 나갔다고 했다. 아버지는 요툰헤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스카디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스카디는 아버지가 곧 이둔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카디는 사냥해 온 멧돼지를 더해 잔치음식을 준비했다.


 그날밤이 지나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잔치 음식은 테이블 위에서 차갑게 식었고, 스카디의 눈빛도 점점 차갑게 변했다. 스카디의 걱정은 점점 커져 마음 한 켠이 두근거렸다. 하루, 이틀, 사흘.. 샤치가 행방불명되고 여러 날이 지났다. 어디선가 샤치의 소문을 들은 하인 하나가 스카디에게로 달려갔다. 샤치는 이둔을 되찾기 위해 아스가르드까지 갔고, 거기서 신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문이었다. 스카디는 잔치 음식이 놓인 테이블을 부수며 울부짖었다. 스카디가 분노하는 모습에 겁을 먹은 하인들은 모두 몸을 숨겼다. 한참 동안 집안의 집기를 부수며 화를 내고 나서야 스카디의 난동은 멈췄다.


- 사냥 중인 스키디, 마리.H 그림(1901.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ka%C3%B0i )


[아버지! 반드시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어요! 저 빌어먹을 신들의 살점을 생으로 씹어 먹고 말겠어요!!]


 스카디는 샤치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스카디는 자신의 갑옷과 무기로 완전하게 무장을 했다. 그녀의 복수심만큼이나 그녀의 창끝은 매서웠고, 그녀의 방패는 굳건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스카디는 아스가르드를 향해 달렸다. 뒤를 따르는 병사나 하인도 없이 스카디 혼자였다. 이 트림헤임의 여전사는 샤치 못지않게 힘도 강했고, 싸움에도 능했다. 특히 한겨울의 싸움에서는 져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스키를 매우 잘 탔고, 전장이 눈 덮인 산이나 설원이라면 어떤 거인도 그녀를 대적하지 못했다. 이런 스카디인지라 부하들을 이끌고 가는 것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웠다. 그리고 샤치의 복수는 스카디, 자신의 몫이었다. 그녀의 분노는 빠르게 그녀를 아스가르드로 데려갔다. 스카디는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비프로스트를 건넜다. 그리고 아스가르드의 성벽 앞에 서서 소리쳤다.


[난 샤치의 딸, 트림헤임의 스카디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왔다! 더러운 신들은 어서 나와라!!]


 한편, 신들은 글라드스헤임에 모여 연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둔을 되찾고, 젊음을 되찾고, 신들의 영광을 되찾았음을 기뻐했다. 오딘도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신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그때 헤임달이 조용히 들어와 오딘에게로 향했다.


[아버님. 지금 성문 앞에 거인이 나타나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스카디라고 하는 여자 거인인데, 샤치의 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샤치의 딸이라.. 흠..]


 오딘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젊음을 되찾았다고는 해도 아직 신들이 온전하게 제 힘을 되찾았다고 보긴 어려웠다. 오딘의 눈에 아무것도 모른 채, 즐거움에 빠져있는 신들이 보였다. 전사들은 어떻게 준비시킨다 해도, 지금 당장 나가서 싸울만한 신이 얼마나 될 것인가. 오딘 자신과 토르, 헤임달.. 그리고 몇몇 아들들..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오딘이 나즈막히 헤임달에게 물었다.


[병력은 얼마나 되느냐.]

[저.. 그게.. 스카디 혼자입니다.]

[뭐?!]


 오딘이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었다. 즐겁게 연회를 벌이던 신들의 시선이 오딘을 향했다. 놀란 표정으로 헤임달을 보던 오딘에게도 신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오딘은 신들에게 짐짓 활짝 웃는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신들도 따라 술잔을 들었고, 다시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오딘은 술잔을 입에 댄 채, 생각에 잠겼다.


[(혼자.. 혼자라...)]


 잠시 후 오딘은 술잔을 그대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만나보겠다.]

[아.. 아버님. 스카디의 독기가 사나운 게 말도 붙여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괜찮다.]


 오딘이 괜찮다는 듯 헤임달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음이 놓이지 않은 헤임달이 다시 오딘에게 물었다.


[토르 형님만이라도 데려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번만큼은 피를 보고 싶지 않구나.]


 오딘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오딘은 조용히 자리를 일어나 즐거움으로 가득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헤임달이 서둘러 오딘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오딘의 아들들이 연회장 구석에 모여 무언가 귀엣말을 하더니 가만히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신들이 오딘과 그의 아들들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것은 한참 뒤였다. 그제야 신들은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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