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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16. 2023

10.이둔납치사건-넷 :이둔 구출 작전

북유럽 신화, 이둔, 로키, 샤치, 트림헤임

#. 이둔 구출 작전


 매 한 마리가 요툰헤임의 하늘을 빠르게 갈랐다. 매로 변신한 로키였다. 로키는 숨이 차고, 날개가 빠지는 것 같았지만,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로키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신경이 곤두섰다. 솔직히 신들의 운명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상관없다. 다만 로키 자신의 젊음과 목숨이 달려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집중했다. 이제껏 오딘이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화를 낸 적은 거의 없었다. 잠시지만 오딘이 자신의 신성을 드러냈을 때는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둔을 온전하게 구해내지 못한다면, 단순히 로키가 죽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죽은 다음에야 뭐가 어찌 되건 상관없겠지만, 로키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 매의 날개옷을 입은 로키, W.G.콜린우드 그림(1908. 출처 : https://da.wikipedia.org/wiki/Loke)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로키는 이둔을 꾀어내기 전 샤치에 대해 조사를 해두었다. 앞으로 샤치를 어떻게 이용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지만,  정보가 지금의 로키에게 아주 유용했다. 로키는 곧장 '트림헤임(þrymheimr : 술렁이는 나라)'의 검은 바위산으로 향했다. 이곳에 샤치의 저택이 있었다. 샤치는 요툰헤임에서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하고 부유한 거인이었다. 그는 '올발디(Alvaldi : 전능한)'라는 거인의 아들로, 올발디도 매우 강력하고 부유한 거인이었다. 올발디는 죽기 전에 아들인 '샤치(Pjazi/Þjazi)''이디(Iði : 근면한)''강그르(Gangr : 여행자)' 형제에게 공평하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기로 했다. 샤치와 형제들은 각각 자신의 입에 황금을 가득 넣어 똑같은 횟수만큼 나누어 가졌다.(여기에서 '거인의 도량형'이 탄생했다고 전해짐) 이 유산을 바탕으로 샤치와 형제들은 요툰헤임에서 그 세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로키는 기척을 죽이고, 샤치의 저택을 염탐했다. 이둔이 갇혀있는 곳을 알아내야 했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나자 로키는 황급히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겼다. 샤치가 낚싯대를 맨 채, 하인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아주 큰 놈으로 잡아야겠어! 저녁엔 잔치를 벌여야 할 테니. 하하!]


샤치가 즐거운 듯 크게 웃었다. 하인들도 함께 즐겁게 웃었다. 하인 중 하나가 물었다.


[주인님. 근데 잔치를 벌이시려면, 먼저 신부가 승낙을 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자 샤치가 화를 내며 하인의 머리통을 때렸고, 머리통을 맞은 하인이 바닥에 굴렀다.


[이 놈! 승낙은 무슨! 흥! 제깟 년이 버텨봤자지! 계집이라는 건 사내 품에 안기면 끝나는 거야!]


샤치는 자신이 들고 있던 낚싯대를 쓰러진 하인에게 던지고는 걷기 시작했다. 하인이 황급히 샤치의 낚싯대를 받아 들고 뒤를 따랐다. 다른 하인들도 샤치를 따라갔는데, 아무래도 근처 바다에서 낚시를 려는 모양이었다. 로키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로키는 샤치와 하인들이 멀리 사라지기를 기다려, 샤치의 저택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저택의 규모에 비해 경비는 생각보다 허술해 로키가 저택 내부를 탐색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마침내 로키는 저택 뒷마당에 따로 떨어진 작은 집에서 갇혀있는 이둔을 발견했다. 로키는 창가의 나뭇가지에 앉아 안쪽을 살펴보았다. 이둔은 자신이 들고 온 사과바구니를 품에 안은 채, 방구석에 홀로 앉아있었다. 다행히 이둔은 어디 하나 상한 곳 없이 무사해 보였다. 로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키는 주변을 살피더니 가만히 변신을 풀었다. 그리고 조용히 창을 열고 들어갔다.


 누군가 창을 열고 들어오자 이둔은 깜짝 놀랐다. 로키라는 것을 알고는 안심했지만, 경계하는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이둔이 아무리 착하고 순진하다고 해도, 자신을 꾀어내어 샤치에게 넘긴 것이 로키인 만큼 이둔의 반응은 당연했다. 로키가 어색하게 웃으며, 이둔을 진정시키려는 듯 양손을 내밀어 보였다. 이둔이 로키를 노려보며 말했다.


[로키님! 당신은...! 대체 뭐 하러 온 거죠?! 샤치가 날 설득하라고 보낸 건가요?!]


로키가 짐짓 겁먹은 표정을 짓더니 대답했다.


[.. 아이.. 아니야.. 샤치가 보낸 거 아니고.. 일단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이둔. 진짜 내가 잘 못 했어. 나도 사정이 있었어. 내 목숨이 달려있었다고.]


이둔이 로키를 노려보았다. 로키는 주춤거리며, 이둔의 마음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렸다. 이둔이 이내 표정을 풀고는 로키에게 물었다.


[그럼 대체 여긴 왜 온 거죠?]

[왜 오긴! 이둔, 너를 구하러 왔지. 지금 아스가르드는 난리가 아니야. 다들 늙어서 완전히 노인정이 되었다구. 내가 왔으니 이제 안심해도 돼. 이 정의의 사도가 왔으니까!]


로키가 반색을 하며 대답했다. 로키의 말에 이둔이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로키가 자신의 외투를 흔들어 보였다.


[진짜야. 이거 보이지? 이거 프레이야가 빌려준 거야. 이둔, 너를 구해오라고. 정말 오딘이 자기 며느리를 반드시 구해오라고 나를 보냈다니까? 브라기가 자기 아내를 구해달라고 얼마나..]


 로키의 입에서 남편의 이름이 나오자, 이둔이 반가운 마음에 일어섰다. 시아버지인 오딘도, 남편인 브라기도, 그리고 아스가르드의 신들 모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에 이둔은 너무도 기뻤다. 그리고 신들이 늙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이둔은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급해진 이둔이 로키를 재촉했다.


[로키님! 어서 나를 그 이에게 데려다주세요. 저녁이 되면 샤치가 날 강제로 자기 신부로 만들고 말꺼예요!]

[알았어! 잘 들어, 이둔. 아스가르드로 가려면 하늘을 날아가야 해. 그러려면, 내가 너를 아주 작은 무언가로 변신시킬 거야. 그러니 놀라지 말고.. 아, 근데 이둔.]


로키가 이둔에게 계획을 설명하다 말고 말을 흐렸다. 이둔이 의아한 표정으로 로키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로키가 장난 가득한 눈빛으로 이둔을 보며 물었다. 이둔은 처음에는 로키의 말을 못 알아들었지만, 이내 그 뜻을 알고는 화를 냈다.


[무슨.. 아!.... 없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다구요!!!]

[아니 아니, 난 혹시나 해서... 자, 그럼 변신을 시킬 테니 놀라지 마.]


로키가 다시 이둔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로키가 준비를 마치자, 이둔은 사과가 든 바구니를 들고 로키의 앞에 섰다. 로키는 이둔에게 마법을 걸어 작은 '호두알(혹은 견과류, 열매)'로 변신시켰다. 자신은 다시 매로 변신한 뒤, 호두알로 변한 이둔을 발로 꽉 잡았다. 로키는 이내 날갯짓을 하며, 창 밖으로 날아올랐다. 아직 긴장을 풀 상황은 아니었지만, 로키는 그래도 8부 능선은 넘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샤치의 눈을 피해 이둔을 안전하게 아스가르드로 데려가는 일이 남았다.


한편, 샤치는 낚시를 하기 위해 하인들이 배를 띄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둔이 생각나 자신의 저택 쪽을 보았다. 그때 저택 방향에서 무언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새가 날아가는 것 같았는데, 왠지 보통의 새라고 하기엔 덩치가 좀 크다 싶었다. 뒷골을 타고 올라오는 이상한 느낌에 샤치는 황급히 저택으로 달려갔다. 샤치가 이둔을 가둔 작은 집의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 이둔은 없었다. 샤치는 누군가 이둔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갈았다.


- 매와 독수리, 스티브 밀러 사진(2022. 출처 : https://www.wildbirdscoop.com/eagles-vs-hawks.html)


[이런 젠장!!!]


분명 아까 날아간 그 이상한 새일 것이다. 샤치는 황급히 거대한 독수리로 변신했다. 자신이 어떻게 세운 계획인데, 지금 와서 망칠 수는 없었다. 신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대부분의 거인들에겐 피를 타고 전해지는 사명이었다. 그렇다 보니 거인들은 언제든 신들에게 대항했고, 신들을 처단할 기회를 노렸다. 샤치도 마찬가지였다. 샤치는 오랫동안 신들을 처단할 계획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알아낸 것이 이둔과 젊음의 사과였다. 그녀가 없다면, 신들은 약해질 것이다. 이후, 자신이 거인들을 규합하여 신들을 처단한다. 그러면 자신은 신들을 처단한 처단자이자, 거인들의 해방자가 되어 이 세상의 정점에 서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이둔도 자신이 취한다면, 자신 역시 신들처럼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터. 그렇다면 이 세상은 자신, 샤치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둔을 납치해 올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최고의 존재가 되는 것도 멀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발판인 이둔이 사라졌다. 샤치는 어떻게든 이둔을 되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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