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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an 31. 2023

08.프레이야의 목걸이-여덟 : 도둑 잡아라!

북유럽신화, 로키, 헤임달, 오딘, 브리싱가멘

#. 도둑 잡아라!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일에는 변수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목걸이를 다시 품 속에 챙겨넣은 로키는 서둘러 발할라로 향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로키의 앞을 가로막았다. 깜짝 놀란 로키가 그대로 멈췄다. 로키가 보니 상대도 가만히 서있었다. 그때 구름이 걷히며 달이 드러났다. 로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헤임달이었다. 로키는 가만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 오...(응? 니가 왜 여기서 나와?)]


- 나팔을 부는 헤임달, J.T.룬드바이 그림(1907.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Heimdall)


헤임달은 로키가 폴크방으로 향할 때부터 그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로키가 프레이야와 밀회를 즐길 사이는 당연히 아니었다. 이 둘은 사이가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지난 아스가르드 성벽 사건으로 인해, 둘 사이는 이그드라실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틈이 벌어졌다. 그런데 로키가 폴크방의 담을 넘었다는 것은 분명 로키가 뭔가 좋지 않은 일을 벌인다는 걸 의미했다. 더욱이 담을 넘어 사라졌던 로키가 무언가 반짝이는 물건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건 절도. 범죄였다. 헤임달은 아스가르드의 경비와 치안을 맡고 있었으니, 로키를 검거하는 것는 헤임달의 당연한 업무였다. 헤임달이 심각한 표정으로 로키를 보았다. 당황한 로키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헤임달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헤임달이 로키를 향해 다가왔다. 로키의 잔머리는 언제나 빛났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 잔머리가 도무지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헤임달이 몇걸음 앞까지 다가오자, 로키는 왜 그랬는지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헤임달은 곧 로키를 뒤쫓았다. 이스가르드에서 한밤중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앞서 달리던 로키가 외쳤다.


[대체 왜 쫓아오는 건데~!]

[로키! 거기 서!]


헤임달이 로키를 뒤쫓아 달리며 외쳤다. 로키는 황급히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로키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헤임달이 바짝 쫓아왔다. 로키는 한줄기 푸른 불꽃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헤임달은 구름으로 변해 로키를 쫓았다. 로키와 헤임달은 엎치락 뒤치락 하늘을 날았다. 어느새 둘은  아스가르드를 벗어나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헤임달이 로키의 위로 높이 올라가더니 비를 내렸다. 비는 로키의 불꽃을 꺼트릴 듯 세차게 몰아쳤다. 로키가 소리쳤다.


[젠장!!  죽일셈이야!]


로키는 황급히 빙하 위로 내려왔다. 로키는 곧 거대한 하얀곰으로 변해 헤임달이 내리는 비를 다 마셔버리려고 했다. 그러자 헤임달도 빙하로 내려와 커다란 곰으로 변했다.


[자, 이젠 나도 곰으로 변했으니까 어디 한번 붙어보자구!!]

[아놔! 붙긴 뭘 붙어!! 미치겠네~ 그만 좀 쫓아와!!]


로키가 난감하다는 듯 외치더니 이번에는 물개로 변해 바닷 속으로 달아났다. 그러자 헤임달도 역시 물개로 변해 바닷 속으로 뛰어들었다. 넓고 차가운 바닷속을 헤맨지 얼마나 지났을까? 로키가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헤임달이 자신을 뒤쫓고 있었다. 로키는 물밖으로 튀어올라 근처에 있는 커다란 얼음 위로 올라갔다. 숨이 턱까지 찬 로키는 변신을 풀고 얼음을 붙잡고 섰다. 그리고 곧 헤임달 역시 얼음 위로 올라왔다. 헤임달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변신을 풀었다. 로키가 헤임달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하아.. 하아.. 잠깐! 잠깐마~안! 대체 이유는 알고 도망가자. 대체 날 왜 쫓아오는건데!?]


헤임달이 거친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하아.. 하. 넌 왜 도망가는건데?]


로키는 황당했다. 자신이 도망가서 쫓은거라니.. 로키는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대로 짜증을 부렸다. 잠시 로키를 보며 숨을 고른 헤임달이 말했다.


[내놔.]

[아, 뭘!]


로키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헤임달이 로키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가르켰다.


[그거. 폴크방에서 훔친거잖아.]


로키가 있는대로 인상을 구기더니 한층 더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아이! 정말, 이건 오딘이 시킨거라고! 오딘이 이거 가져오라고 한거란 말이야!]

[아버지가?]


헤임달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인 오딘이 로키에게 도둑질을 시켰다고? 헤임달은 로키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럴리가?]


헤임달이 믿어주지 않자, 로키는 답답했다.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한참을 두드리더니 일어서서 헤임달에게 향했다. 로키는 헤임달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럼 가자고! 오딘한테 가보면 알꺼아냐!]


헤임달은 로키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로키는 헤임달에게 어서 발할라로 가자며 큰소리쳤다. 헤임달은 로키가 못미더웠지만, 일단 로키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돌아가기로 했다.


- 친구이자 적. 애증의 관계인 헤임달과 로키


로키와 헤임달은 곧장 발할라에 있는 오딘의 집무실로 향했다. 오딘은 로키와 헤임달이 나란히 들어오자 내심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짐짓 태연하게 두 신을 맞이했다. 로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딘, 이 녀석에게 뭐라고 말 좀 해줘요. 오딘이 시킨 일이라고,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안믿네.]


오딘이 가만히 로키를 쳐다보았다. 조용히 목걸이만 가져오면 될 일을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다니. 로키에게 한마디하고 싶었지만, 곁에는 헤임달이 함께 있었다. 또한 생각해보니 아스가르드에서 헤임달의 눈과 귀를 피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딘이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헤임달을 보며 말했다.


[헤임달. 로키의 말이 맞다. 내가 로키에게 시킨 일이다.]


헤임달은 크게 놀랐다. 자신의 아버지인 오딘이 로키에게 정말 도둑질을 시켰다니. 헤임달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딘도 이런 헤임달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말을 이었다.


[그동안 아스가르드는 너무 평화로웠어. 그래서 경비 상황을 점검해보고 싶었다. 난 항상 너를 믿는다. 너의 능력을 믿고, 너의 부하들도 믿는다. 네가 아스가르드의 경비와 치안을 맡고 있는 이상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을 믿는다. 그렇지만 사고는 언제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생긴단다. 이번에는 그런 상황을 가정해서 네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넌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구나. 수고했다. 헤임달.]


오딘의 말에 헤임달의 얼굴이 밝아졌다. 반면 로키의 얼굴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오딘은 어쩌면 저렇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대체 거짓과 사기의 신이 누구란 말인가. 그렇지만 역시 로키는 빛나는 잔머리의 대가였다. 오딘이 시작한 연기에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그럼 로키가 훔친 목걸이는..]


헤임달이 묻자, 로키가 헤임달을 툭 건드리며 오딘을 대신해 대답했다. 로키 특유의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나랑 프레이야가 짜고 움직인거라고~ 오딘님의 명령대로 말이야.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오딘님이 시. 키. 신. 거. 라. 고.]


그제서야 헤임달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범죄도, 사건도 아니다. 자신의 업무는 빈틈이 없었고, 오딘에게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제는 헤임달도 마음을 놓았다. 헤임달도, 로키도 그리고 오딘도 모두 웃었다. 오딘이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


[헤인달, 히민뵤르그로 술과 음식을 내리겠다. 언제나 수고하는 너와 부하들의 노고에 조그마한 위로가 되면 좋겠구나.]


헤임달이 오딘에게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헤임달은 오딘의 명령을 받은 시종과 함께 오딘의 집무실을 떠났다. 헤임달이 나가고 오딘과 둘만 남게되자 로키는 가만히 오딘의 앞으로 다가갔다.


[휴우~ 다음번엔 신호라도 좀 주고 시작해요. 내가 눈치가 빨라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들킬뻔 했잖아요!]


로키는 장난스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딘의 탁자에 걸터앉았다. 오딘은 싸늘하게 로키를 보았고, 움찔 놀란 로키는 서둘러 일어섰다. 오딘이 물었다.

 

[목걸이는?]

[잘 챙겨왔습죠.]


로키는 목걸이를 풀러 오딘에게 건넸다. 오딘이 눈짓을 하자, 로키는 두 손을 으쓱해보이더니 몸을 돌려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오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생각도 아니었고, 헤임달에 들켰다고 추궁을 듣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로키가 노리는 건 다른 것이니까. 이제 오딘과 프레이야가 벌일 애증의 난장판을 기대하며, 로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하라의 복도를 걸었다.


홀로 남은 오딘은 가만히 목걸이를 펴보았다. 이 목걸이 때문에 대체 어떤 촌극이 펼쳐지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만 오딘의 눈에도 브리싱가멘은 걸작이라 불러도 될만큼 정말 아름다운 목걸이였다. 프레이야가 탐낼만하다는 생각마저 들정도였다. 오딘은 한편으로는 프레이야에게 섭섭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가 측은하고 가여웠다. 프레이야는 자신이 주는 사랑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는 것인가. 미리 말이라도 해주었다면, 난쟁이들에게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을. 이까짓 목걸이가 대체 뭐라고. 오딘은 양손으로 목걸이를 감싸쥐었다. 손에 머리를 기대고 생각에 잠긴 오딘의 모습은 마치 기도라도 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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