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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an 30. 2023

08.프레이야의 목걸이-일곱 : 목걸이 훔치기

북유럽신화, 로키, 프레이야, 브리싱가멘

#. 목걸이 훔치기


프레이야가 아스가르드에 도착한 것은 새벽이었다. 프레이야는 성벽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마법을 써서 사뿐하게 성벽을 넘었다. 누가 볼세라 서둘러 자신의 저택인 폴크방으로 들어갔다. 프레이야의 발소리를 들은 고양이들이 프레이야의 발치로 다가와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프레이야는 잠시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준 뒤, 세스룸니르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프레이야는 서둘러 망토를 벗은 뒤, 거울 앞에 섰다. 브리싱가멘이 프레이야의 목에서 반짝였다. 처음 본 순간보다 더욱 반짝이는 것 같았다. 브리싱가멘이 어울리는 건 역시 프레이야, 바로 자신 뿐이었다. 그리고 수척해진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프레이야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서 자야겠어.. 너무 피곤해.]


침대로 다가간 프레이야는 그대로 누워 잠이 들었다. 그녀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에 맞춰 브리싱가멘이 그녀의 하얀 가슴 위에서 흔들렸다.  


낮동안 조용히 정보를 수집한 로키는 밤이 되기를 기다려 폴크방으로 향했다. 로키는 즐거웠다. 일단 프레이야가 난쟁이들과 살을 섞은 것으로 오딘을 제대로 놀려줬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그 속은 이미 썩어문드러지기 시작했을 터. 이제 목걸이를 빼내오면, 프레이야는 목걸이를 찾아 한바탕 난리를 피울 것이다. 프레이야가 정신없이 날뛸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았다. 자신은 목걸이를 오딘에게 넘겨주고 쏙 빠지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오딘과 프레이야는 크게 다투고 파경에 이르테니.. 이 얼마나 즐겁지 아니한가?! 다른 이의 고통은 나 로키의 즐거움일지니. 폴크방의 담에 찰싹 달라붙은 로키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이런 일을 참 잘해, 정말 천부적이라니까. 어우~ 이젠 내 재능이 나도 무습다~]


프레이야는 아름다움만큼 완벽을 추구했다. 폴크방을 저택으로 받은 프레이야는 곧장 자신의 취향에 맞춰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모든 문틈과 창문 틈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감독 관리를 했다. 덕분에 문과 창문을 잠그면,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로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폴크방을 고칠 때부터 산책을 하는 척, 구조를 파악하고 숨어들어갈 방법을 궁리했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써먹을 때가 있을 것 같았다. 또한, 프레이야의 그 예쁘장한 얼굴 뒤에 대체 어떤 것이 구린내를 풍기며 숨겨져 있을지 늘 궁금했다. 드디어 오늘밤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를 볼 순간이 찾아왔다. 로키는 순식간에 폴크방의 담을 넘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파리로 변신해 곧장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지붕으로 날아올랐다. 오직 그 부분에만 아주 작은 틈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폴크방의 내부로 들어간 로키는 천정을 기어 프레이야의 침실인 세스룸니르로 다가갔다. 로키는 가만히 문을 타고 내려와 열쇠구멍으로 들어갔다. 프레이야는 침대에 누워 한창 단꿈에 빠져있었다. 로키는 다시 천정에 매달려 잠이 든 프레이야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 브리싱가멘을 훔치는 로키, F.W.하이네 그림(1882. 출처 : http://www.germanicmythology.com/works/TMBrisingamen.html)


[(이야~ 진짜 하다하다 이젠 자는 모습도 예쁘네. 젠장. 이러니 오딘이 뻑가지... 근데 진짜 달게 자네. 난쟁이들에게 그리 시달렸으니.. 당장 들춰메고 오딘에게 달려가도 모르겠는걸? 정말 그럴라고? 에헤이~ 그래도 그렇겐 안하지. 우리가 알듯 난 로키라고~ 일을 여기서 망칠수는 없거든. 어디보자~ 목걸이가~ 아, 저기 있구만!)]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던 로키의 눈에 프레이야의 가슴 위에서 반짝이는 목걸이가 들어왔다. 저 목걸이를 빼내서 오딘에게 가져다줘야한다. 문제는 프레이야가 똑바로 누워서 자고 있었기에 도무지 목걸이의 걸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강제로 목걸이나 프레이야의 몸을 돌렸다가 깨기라도 하면 일이 재미없게 흘러갈 터. 프레이야를 깨우지 않고 프레이야가 몸을 돌리게 만들어야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로키가 빙긋이 웃었다. 로키는 프레이야의 얼굴가로 날아갔다.


[(자, 우리 잠자는 공주님~ 이제 잠깐 따끔~할 꺼예용~ 자~ 따끔!)]


로키는 프레이야가 잠이 깨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 따끔할 정도로만 프레이야의 부드러운 뺨을 물었다.


[으응....]


프레이야는 여전히 잠에 취해 손을 들어 얼굴을 비비더니 이내 옆으로 몸을 돌렸다. 모든 것은 로키의 계획대로. 로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아주 조심스럽게 프레이야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갈라 목걸이의 걸쇠를 찾아냈다. 가만히 목걸이의 걸쇠를 푼 로키는 프레이야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빼냈다.


[(아우! 짜릿해! 이 손맛~! 하~ 너무 좋아~!)]


목걸이를 품에 넣으며 로키는 머리 끝까지 퍼지는 전율을 즐겼다. 로키는 다시 작은 파리로 변신해 세스룸니르의 열쇠구멍을 지나 폴크방을 빠져나왔다. 폴크방의 담 밖으로 나온 로키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만히 품 속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브리싱가멘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이제 목걸이를 빼내는 것까지 완료했다. 남은건 이걸 오딘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뒤에 벌어질 그 난장판을 재미있게 즐기면 된다.. 라고 로키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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