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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an 29. 2023

08.프레이야의 목걸이-여섯 : 내 말 좀 들어봐요

북유럽신화, 오딘, 로키, 프레이야, 브리싱가멘

#. 오딘, 내 말 좀 들어봐요.


아스가르드에 도착한 로키는 곧장 발할라로 향했다. 마침 오딘은 발할라 주변을 산책 중이었다. 오딘의 뒤를 시종들이 줄줄이 따라걸었다. 로키를 발견한 오딘이 가만히 걸음을 멈췄다. 로키는 오딘에게 다가서며 천진하게 웃었다.


[하하~ 참 산책하기 좋은 날씨죠?]

[웃는걸 보니 이제 좀 살만해졌나보군. 모처럼 함께 걸을텐가?]

[좋죠~ 헤헤~]


로키가 환히 웃으며 오딘의 옆으로 달려갔다. 오딘은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었다. 로키도 오딘과 발을 맞춰 걸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한담을 나누던 오딘이 뒷짐을 진 손을 가만히 움직였다. 뒤를 따르던 시종들이 일제히 멈췄다. 시종들과 거리가 좀 떨어지자 오딘이 나즈막히 말했다.


[자, 이제 이야기 해 봐. 뭔가 할 말이 있는거겠지?]

[아고.. 눈치 채신거유? 난 그냥 입다물 생각이었는데. 헤헤.]


로키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오딘과 로키는 여전히 한가롭게 걸었다.


[음...별건 아니고, 프레이야 일이죠.]


오딘이 걸음을 멈췄다. 말을 꺼낸 로키는 앞에 있는 작은 꽃나무로 다가갔다. 오딘도 꽃나무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로키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래서?]


로키는 가만히 꽃이 핀 나뭇가지를 만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난 나흘간 프레이야가 어디에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딘은 시선을 꽃나무에 향한 채, 로키의 이야기를 들었다. 표정은 태연했지만, 오딘의 기분이 좋을리는 없었다. 표정과 달리 오딘의 눈빛은 매섭게 변해있었다.


[저도 딱히 이런 말 하고 싶은 건 아닌데요. 그래도 형이 오쟁이지는 꼴을 보고만 있긴 그래서 말이죠.]

(오쟁이지다 : 부인이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지름, 혹은 부인이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걸 모르는 남편)


- 오딘에게 프레이야에 대해 이야기 하는 로키


이야기를 마친 로키가 가만히 꽃향기를 맡았다. 꽃잎 하나가 흔들거리며 떨어졌다. 오딘은 화가 났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딘도 로키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 형이니 어쩌니 말하지만, 로키가 자신을 제대로 놀리고 있음을. '니 애인은 목걸이 하나 때문에 난쟁이들에게 몸을 팔고 다니는데, 넌 그것도 모르고 지금 뭐하니? 매일 용상에 앉아 모든 세상일을 다 보고 있다면서 정작 니 애인이 몸파는 건 몰랐나보네?' 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프레이야가 자신 이외에 꽤 많은 애인을 두고 있는 것 정도는 오딘도 알고 있었다. 그런건 별 상관없다. 자신이 프레이야를 아끼고 사랑하니까. 그러나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고작 목걸이 하나에 프레이야가 이런 일을 벌였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오딘이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주웠다.


[증거는?]

[화대로 받은 목걸이가 있죠.]


로키가 오딘에게 대답했다. 오딘은 꽃잎을 들어 꽃으로 다가갔다. 가만히 꽃잎을 제자리에 맞추며 나즈막히 말했다.


[가져와.]


피식 미소를 지은 로키가 오딘의 곁에서 물러났다. 로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할라를 떠났다. 오딘이 손을 떼자 꽃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꽃을 보는 오딘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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