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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an 28. 2023

08.프레이야의 목걸이-다섯 : 흔적추격자, 로키

북유럽신화, 프레이야, 로키, 브리싱가멘, 목걸이


#. 흔적추격자, 로키


로키는 심심했다. 건강을 되찾았고, 예전처럼 기운이 넘쳤다. 아스가르드는 평온했고, 로키가 재미있어할 만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오늘도 로키는 스바르트알바헤임의 난쟁이들에게 한바탕 심술을 부리며 기분을 풀었다. 여전히 심심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기분으로 로키는 아스가르드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루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던 로키의 눈에 저멀리 낯익은 모습이 들어왔다. 프레이야였다. 어디를 가는 건지, 아니면 어디를 다녀오는 건지 프레이야는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로키는 아는 척이라도 하려고 손을 들려다 멈칫했다. 로키의 예리한 촉이 뭔가 괜찮은 건수를 발견했음을 알렸다. 로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허허.. 우리 공주님이 대체 어딜 자리 급히 가시나? 아니 이미 갔다오는건가? 근데 저건 뭐지? 뭐가 반짝거린 거 같은데?)]


로키는 기척을 숨겼다. 그리고 조용히 프레이야의 뒤를 밟았다. 평소의 프레이야였어도, 로키가 마음먹고 하는 미행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프레이야는 한시라도 빨리 브리싱가멘을 가지고 세스룸니르로 들어가 눕고싶은 마음 뿐인지라, 로키가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 로키, 칼 에밀 도플러 그림(1882. 출처 : https://www.norsemyth.org/)


난쟁이들의 작업장을 나오며, 프레이야는 매우 기뻤으며, 매우 수치스러웠다. 브리싱가멘을 가졌다. 이건 이제 나의 보물이다. 정말 기뻤다. 최근들어 이처럼 기쁜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프레이야 평생 최고로 수치스러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도도한 여신, 신들의 공주님이자 보물. 그런 자신이 브리싱가멘을 가지겠다고 그 더러운 난쟁이와 몸을 섞었다. 그것도 네 명이나. 아스가르드로 바삐 돌아가는 와중에도 프레이야는 몸서리를 쳤다. 더욱 더 걷는 속도를 높였다. 마치 속도를 올리면 모든게 날아가 사라지기라도 하듯이. 작업장의 매케한 먼지도, 침실의 지독한 악취도, 그 끔찍한 난쟁이들의 얼굴도. 난쟁이들의 그 음흉하고 더러운 미소가 떠오르자, 프레이야는 발길을 멈추고 황급히 몸을 돌렸다. 목 안쪽으로 부터 뜨거운 것이 쏟아져나왔다. 나흘동안 먹은 것이 없으니 나오는 것도 없었지만 한참동안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한 뒤에야 프레이야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점점 프레이야의 숨소리도, 마음도 안정을 되찾았다. 


[(이건 내꺼야. 어차피 난쟁이들과 일은 아무도 모를꺼야. 나만 잊으면 돼. 그러면 되는거야.)]


프레이야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브리싱가멘이 그녀의 작은 두 손에 안겨 반짝거렸다. 마음을 다잡은 프레이야가 다시 아스가르드를 향했다.


로키는 멀리 숨어 이런 프레이야의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프레이야가 이미 저멀리로 사라지고 있음에도, 로키는 그녀를 쫓지않았다. 로키는 그녀의 뒤를 따라오면서 그녀가 아스가르드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어디를 가는 것이 아닌, 다녀오는 길이라는 이야기였다. 방금 전 프레이야의 행동에서 분명 무언가가 있음 또한 직감했다. 로키는 프레이야에게서 몸을 돌렸다. 로키는 프레이야가 지나온 길을 거슬러 가기로 했다. 워낙 가볍고 사뿐거리는 프레이야의 발걸음인지라, 별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로키는 그런 프레이야의 흔적을 찾으며 되짚어갔고, 마침내 네 명의 난쟁이들이 살고 있는 작업장에 도착했다. 작업장 앞에선 로키가 왠지 착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아... 우리 공주님이..... 어쩌다 이런 곳까지 납신거라니..]


하지만 거기까지. 로키는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 작업장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프레이야가 떠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 네 명의 난쟁이는 서로 기댄 채, 여전히 주저앉아 있었다. 모두가 넋이 나간 듯, 로키가 자신들의 앞까지 와도 몰랐다. 로키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느 난쟁이의 작업장과 별로 다를 것은 없었다. 다만 난쟁이의 작업장에서 나는 특유의 악취들 틈으로 난쟁이와눈 어울리지 않는 상큼한 향기가 섞여있었다. 이건 여자의 냄새, 그것도 자신도 아는 여자의 향기였다.


[하아.. 진짜 우리 공주님이 이번에는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거냐고...]


- 로키는 이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아챘다. 


로키는 이 네 명의 예술가들을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저마다 멍한 표정으로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듯, 꿈이라도 꾸는 듯 했다. 그 꼴을 본 로키는 대충 감이 잡혔다. 자신의 감이 맞다면, 난쟁이들이 이 모양 이 꼴로 끝난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로키는 확인이 필요했다. 로키는 정신줄을 놓은 난쟁이들 앞에 쭈그려앉았다.


[있지~ 니들 대체 뭘 본거니?]


난쟁이들은 누가 물어보는지도 모르고, 멍한 상태로 대답했다.


[명작.. 아니.. 걸작..]

[그런 말로는 모자라. 그녀는 세상 최고의 보물이야.]

[그녀는 여신님이야. 여신일꺼야..]

[그렇고말고...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여신이 아니라면 있을수 없어..]


난쟁이들의 반응을 보니 로키가 예상한 대로 인 것 같았다. 로키가 가만히 맞장구를 치며 다시 물었다.


[그래그래.. 근데 그 여신님이 여긴 왜 왔을까?]


난쟁이들은 로키의 물음에도 한동안 대답도, 미동도 하지않았다. 그러다 난쟁이 하나가 가만히 손을 들어 전시대를 가르켰다. 로키는 몸을 일으켜 전시대를 보았다. 검은 돌을 사람의 형상으로 만들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목언저리에 무언가 있던 흔적이 보였다. 로키는 이내 몸을 돌려 작업장을 떠났다. 네 명의 난쟁이는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이 네 모지리들이 어찌되건 말건 그건 로키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로키는 서둘러 아스가르드로 향했다. 로키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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