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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07. 2023

09. 신의 전사들-둘 : 발키리

북유럽 신화, 오딘, 발키리, 방패의 처녀

▷ 오딘의 시녀, 발키리


'발키리(Valkyrie : 죽은 자들을 선택하는 자 또는 다가오는 자)' '오딘의 딸', '오딘의 시녀'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녀들 중에는 실제로 여신이거나 신의 피를 이은 자들이 많았으며, '알프(Alfr : 요정)' 출신의 발키리도 있었다. 발키리는 흔히 '디제 여신(Die Disen)'으로 전해진다. 디제 여신이란, 여러 명의 여신이 모여 하나의 여신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일종의 하위 여신의 모임이다. 즉, 발키리는 하위, 하급 여신이다. 발키리는 언제나 '세 명 단위(3, 6, 9..)'로 모여서 행동하는데 이렇게 모여서 활동함으로서  여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 발키리아, 페테르 니콜라이 아르보 그림(1865. 출처 : https://en.wiktionary.org/wiki/valkyrja )


 한편으로는 여신 '프레이야(Freyja)'를 발키리의 수장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흔히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으로 알려진 프레이야이지만, 동시에 그녀는 전사로서 성격도 지니고 있다.  프레이야는 '힐디스빈(Hildisvini : 전투돼지)'이라는 멧돼지 조각이 장식된 투구를 쓰고, 황금 갑옷을 갖춰입고, 전장에 나가 병사들을 지휘한다. 에인헤랴르의 절반을 프레이야가 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단순히 에인헤랴르를 탄생시킨 지분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노른(Norn)'의 세 자매 중 막내인 '스쿨드(Skuld)' 역시 발키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노른의 주 업무는 운명의 실(대체로 인간의 운명)을 잣는 일이다. 우르드와 베르단디가 운명의 실을 뽑아 만들면, 스쿨드는 그것을 끊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운명의 실을 끊는다는 것은 죽음을 선고하는 역할이기에 그녀 또한 발키리라 여겨진다.




 발키리의 주 업무는 용감하고, 뛰어난 전사를 발견, 수집, 처리, 인도하는 일이다. 전사의 죽음을 결정하는 일종의 '저승사자'라고 볼 수도 있다. 발키리는 틈틈히 오딘을 보좌하여 에인헤랴르로 만들 전사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이들 중 싸움이나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또는 죽여서 그 영혼을 아스가르드로 데려와 에인헤랴르가 되게 한다. 또한 그녀들은 에인헤랴르가 연회를 벌일 때, 연회의 진행을 담당하기도 한다. 에인헤랴르에게 술과 고기를 가져다 주는 것 역시 그녀들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 플스1의 마지막 명작으로 불리는 '발키리 프로파일'은 이런 발키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출처 : https://namu.wiki/w/발키리프로파일)


 발키리는 매우 아름답고, 용감한 처녀들이다. 단단한 갑옷과 매서운 무기로 무장하고, 아주 사나운 말을 거침없이 타고다니는 여전사(女戰士)다. 전사의 영혼을 데려오는 것 이외에도 스스로 전투에 참여한다. 이들은 때때로 에인헤랴르를 이끌기도 하고, 거인이나 적에게 맞서 싸우기도 한다. 발키리는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다니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이것을 모티브로 만들어 진 노래가 있다. 바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에 나오는 '발키리의 비행(Ritt der Walkuren)'이다.(정확히는 비행-飛行-이 아니라 기행-騎行-이다. 말을 타는 거니까.) 이 곡은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며, '지옥의 묵시록(1979)'에 등장하면서 정말로 유명해진 곡이다. 발키리의 비행에 맞춰 헬기가 날고.. 노래가 끝나고 네이팜탄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네이팜탄의 모습이 마치 발키리가 하늘 위에서 부터 내려꽂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보면.. 전혀 신나는 장면이 아니다. 네이팜탄이라니... 어이쿠야...)


https://youtu.be/IZdh3NYgybU


발키리는 업무의 특성상, 다른 신들에 비해 자주 인간과 마주치게 된다. 그것도 용감하고, 뛰어난 남성 전사나 영웅이다. 그렇다보니 간간히 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발키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인간과 사랑에 빠져 여신으로서의 신성을 잃게 되는데, 그 결말은 대체로 좋지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니벨룽겐의 노래(Das Nibelungenlied)',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에 등장하는 '브륀힐트(Brunhild : 전장의 보호, 싸움 갑옷)'다. 지그프리드에게 반한 그녀 역시 발키리로서, 영웅을 사랑하게 되어 디제여신으로서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브륀힐트가 등장하는 설화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고, 그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 브륀힐트, 가스통 브루시엘 그림(1897.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Brunhild)


사실 니벨룽겐의 노래와 니벨룽겐의 반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두가지 모두 '시구르드(Sigurd : 승리의 수호자)'의 이야기라고도 알려진 '볼숭 일족의 사가(Volsunga saga)'를 기본적인 베이스로 하고 있다. 니벨룽겐의 노래는 '볼숭 일족의 사가'+'부르군트 족의 역사'+'중세적 시각'의 형태이고, 니벨룽겐의 반지는 '니벨룽겐의 노래'+'오트르의 황금 설화'+'음악'의 형태로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가 만든 오페라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이후 발키리를 비롯한 북유럽 신화와 문화 형성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영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을 만날수 있게 되었다.




 북유럽 신화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는 '방패의 처녀(스캴드메르, skjaldmær)'라고 불리는 여전사의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 있다. 이 설화에 따르면, 그녀들도 남성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전장에서 활동하며, 남성전사들과 동등한, 때로는 더 높은 대우를 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방패의 처녀 설화는 발키리가 그 기원으로 여겨진다. 가장 유명한 방패의 처녀는 [티르빙 설화]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여전사, '헤르보르(Hervor : 여전사)'이야기다.


- 헤레보르의 죽음, 페테르 니콜라이 아르보 그림(1892.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헤레보르)


 첫번째 헤르보르는 '앙간티르(Angantyr : 달콤한 향기를 가진 신)'의 딸이다. 앙간티르는 널리 알려진 마검(魔劍), '티르빙(Tyrfing)'의 주인이었다. 앙간티르가 죽자 티르빙은 그와 함께 묻혔는데, 딸인 헤르보르가 아버지인 앙간티르의 무덤을 파헤치고 티르빙을 손에 넣었다. 헤르보르는 강력한 여전사이자 여해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녀의 둘째 아들인 '헤이드레크(Heiðrekr : 지독한 황야)'에게로 티르빙이 이어진다. 헤이드레크는 자신의 딸에게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헤르보르'라고 지었고, 그녀가 두번째 헤르보르다. 두번째 헤르보르도 자신의 할머니처럼 매우 강력한 여전사이자 방패의 처녀였다. 그녀는 요새의 사령관으로 훈족과 싸우다가 최후를 맞이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923213#home

- 방패의 처녀일 것으로 여겨지는 바이킹 여전사의 유골과 관련된 기사.


 다만 설화 속에서 등장하는 방패의 처녀이야기는 많지만, 실존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전설로, 현재는 어쩌면 실존했을지도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바이킹 전사의 유골을 DNA분석을 통해 보니 여성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 다만, 아직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후속 연구가 계속 진행중이니 언젠가는 정설로 받아들여질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경우로, 우리나라의 가야에서도 여전사의 유골과 갑주가 발견된 적이 있다.)


https://youtu.be/liF0AyTz6Os

- 미드 바이킹스에 등장하는 방패의 처녀, 라게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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