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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06. 2023

09. 신의 전사들-하나 : 에인헤랴르

북유럽 신화, 오딘, 에인헤랴르, 발키리

#. 스노리의 서가


스튤라가 안타까운지 손으로 무릎을 치며 말했다.


스튤라 : 아.. 그래서 세상에 싸움과 전쟁이 끝없이 생기는 거군요.

스노리 : 그렇지. 어떤 면에서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여튼, 그래서 내가 이렇게 편지를 써야하는 거란다. 그 덕에 이 땅에 싸움이 좀 줄은거지.


스노리가 봉인된 편지를 흔들었다. 스튤라가 쓴 웃음을 지었다. 스튤라가 물었다.


스튤라 : 그런데 전쟁에서 용사를 모으는 건 이해하겠는데, 전부 아스가르드로 가는거예요? 그리고 끝없는 싸움은 용사를 모으는 전쟁과는 다른 이야기인 건가요?

스노리 : 그럼 잠깐 그 이야기를 해주마.




#. 신의 전사들


마음 속에 증오를 알게 된 인간은 이전 보다 더 많은 분쟁과 싸움, 전쟁을 이어갔다. 그리고 싸움과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전사들이 탄생하고 죽어갔다. 이들 중에서 뛰어난 전사들은 오딘에 의해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로 불려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신의 전사가 되어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게 된다. 고대 북유럽 사회에서 신의 전사가 되는 것은 굉장히 명예롭게 여겨졌다. 그렇기에 전사들은 평소에도 오딘에게 제사를 지내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천수를 다하거나, 침대에서 죽기보다는 전장에서 싸우다 죽기를 소망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평화로운 죽음을 맞게 될 경우, 가까운 이에게 먼저 죽여달라고 부탁을 하기까지 했다. 북유럽 신화나 바이킹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이들이 오딘과 발할라를 외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다음 이야기는 이들이 어떻게 신의 전사가 되었는지와 또 다른 신의 전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 오딘의 전사들, 에인헤랴르


북유럽 신화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죽으면 [니블헤임]으로 가게 된다. 인간의 육신은 장사를 지내게 되고, 인간의 영혼은 니블헤임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인간 중에서 용감하고 뛰어난 전사와 이름난 영웅의 영혼은 '발키리(Valkyrie : 죽은 자들을 선택하는 자 또는 다가오는 자)'에 의해 아스가르드로 향하게 된다. (사실 오딘이 이들의 영혼을 중간에서 빼돌리는거라고 볼수도 있지만, 헬이 오딘에게 이걸 따질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을 '에인헤랴르(Einherjar/Einherier : 홀로 싸우는 자들 또는 죽지 못하는 자들, 오딘의 전사들)' 이라고 불렀다. '에인헤랴르(Einherjar/Einherier)'는 복수형, 즉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고, 이들이 한명은 '에인헤리(Einheri)'라고 부른다. 에인헤랴르의 절반은 프레이야의 몫이다. 프레이야가 먼저 에인헤랴르의 절반을 데려가고, 이들은 '폴크방(Folkvangr)'에 거주한다. 나머지 절반은 오딘의 몫이다. 이들은 '발할라(Valhalla : 죽은 전사들의 전당 또는 오딘의 전당)'에 거주한다.  


- 발할라에서 연회를 즐기는 에인헤랴르, 에밀 도플러 그림(1905.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Einherjar)


이들은 낮에는 서로 죽고 죽이는 실전훈련을 하고, 밤이 되면 다시 되살아나 서로 잔을 부딪히며 먹고 마신다. 자신들의 진정한 마지막 전장을 위해 이들은 사실상 억겁의 세월동안 전투능력을 단련하고, 단련한다. 그러니 살아있을 때에도 뛰어난 전사였던 이들의 전투능력은 점점 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레이야에게 속한 에인헤랴르 중에는 그녀로 부터 마법적인 지식을 배우는 경우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에인헤랴르는 최정예 마전사(魔戰士) 집단이었을 것이다.


https://youtu.be/BjLcRTkyw5k

- 덴마크의 음악가인 단하임이 만든 '에인헤랴르'라는 노래.


낮동안 실전에서 죽었더라도, 밤이 되면 아무런 상처 하나 없이 되살아난 이들은 자신들을 위한 연회장으로 향한다. 연회에는 '안드림니르(Andhrimnir : 서리에 대적하는 자)'라는 발할라의 요리사(이자 전사)가 '세흐림니르(Sæhrimnir : 뜻은 전해지지 않음)'라는 거대한 돼지(혹은 멧돼지)를 요리한다. 세흐림니르 역시 죽어도 죽지 않는 돼지다. 죽어서 요리가 되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할라의 지붕에는 '하이드룬(Heidrun : 빛나는 상징)'이라는 암염소가 살고 있다. 하이드룬은 '레라드(Læraðr :  발할라에 있는 나무. 이그드라실로 여겨지기도 함.)'에 맺힌 이슬을 먹고 사는데, 이 하이드룬의 젖에 꿀을 섞어 꿀술을 만든다. 에인헤랴르는 매일 세흐림니르의 고기와 하이드룬의 꿀술을 배부르게 먹고 마신다. 단 한번도, 고기와 꿀술이 모자랐던 적은 없으며 언제나 남아돌았다. 에인헤랴르가 모이는 연회장은 발할라에 있는 아주 거대한 홀로 모든 에인헤랴르가 다 모여도 언제나 넉넉했다. 오딘도 종종 이 연회장을 방문하여 에인헤랴르와 시간을 보냈다. 오딘은 오직 술만 마셨으며, 고기는 자신의 늑대들에게 던져주었다. 브라기도 때때로 이 연회장을 방문하여 시를 읊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브라기의 시와 노래를 들은 에인헤랴르의 사기는 높아졌고, 길고 지루한 준비의 시간을 기꺼이 견뎌낼 용기를 얻었다.


- 레라드의 이슬을 먹는 하이드룬,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Hei%C3%B0r%C3%BAn)


에인헤랴르의 수는 알려져 있지않다. 다만, 발할라에는 문(혹은 방)이 540개나 되고, 문 하나당 800명의 전사들이 지나갈 수 있다고 한다. 거기다 오딘은 에인헤랴르의 절반만 가져간다. 프레이야의 에인헤랴르까지 하면 그 두 배가 된다. 아주 단순히 생각해보면.. 대충 540개의 방 X 800명 = 432,000명이다. 여기에 2배를 해야하고, 이들은 흔한 전사가 아닌 자신의 서사시를 가질 정도인 영웅들이다. 그러니 최소 864,000명의 최정예 전사들이 있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비유적인 표현이니 사실 쓸데없는 계산이지만. 오딘이 아주 오랜 시간동안 모았기 때문에 에인헤랴르의 수는 이런 계산보다도 훨씬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https://youtu.be/_TjOFzb7jRc

- 미드 바이킹스에서 라그나르가 전사들을 데려가는 오딘을 보는 장면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이 직접 데려가는 경우는 없지만)


그럼에도 오딘은 에인헤랴르를 더 모으길 원했다. 오딘에게 병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딘은 인간의 전쟁에 무수히 개입했다.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 일에 개입하여 전쟁으로 이끌었다. 때로는 자신의 가호를 받는 자를 배신하고, 적의 편에 서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볼수 있는 뜬금없이 전쟁이 일어나거나, 갑자기 전세가 역전되는 것, 이상하게 길어지는 전쟁은 대체로 이런 오딘의 개임때문이다. 또한, 오딘이나 발키리들이 눈여겨 본 전사가 있다면, 억지로 데려가기도 했다.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발키리를 보내 직접 죽여서 그 영혼을 끌고오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모았음에도 정작 최후의 전투에서 신의 전사들의 수는 턱없이 모자랐다. 마지막 전투를 앞둔 마지막 연회에서도 발할라의 연회장은 여전히 넉넉했고, 세흐림니르의 고기도, 하이드룬의 꿀술도 남아돌았다. 충분한 전사들을 모았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오딘은 굉장히 실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오딘이 할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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