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싱가멘, 그리고..
아스가르드는 오늘도 여느때와 같은 아침을 맞이했다. 로키는 있는 힘껏 어금니를 깨물었다. 모든 것이 로키의 계획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브리싱가멘은 프레이야에게로 돌아갔다. 오딘과 프레이야의 사이가 벌어지는 일도 생기지 않았다. 애증의 난장판도, 그 뒤에 벌어져야 할 오직 로키만 즐거웠을 많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브리싱가멘에 얽힌 이야기는 오딘과 프레이야, 로키를 제외한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로키가 이 것을 떠들고 다닐수도 없었다. 프레이야는 둘째치고, 오딘이 로키를 가만히 두지 않을테니까. 로키는 다시 심심해졌다. 부디 오늘은 재미난 건수가 생기기를 바라며, 로키는 터벅터벅 집을 나섰다.
프레이야가 인간의 마음에 심은 증오라는 씨앗은 그 어떤 감정보다도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자랐다. 그리고 인간은 프레이야의 걱정대로 움직였다. 인간은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의심했으며 결국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다. 인간은 아무 것이나 구실로 삼아 자신들의 증오를 분출시켰다. 이로서 인간에게 싸움과 전쟁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전쟁터가 아닐 뿐, 지금도 어디선가는 싸움과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디선가는 두 명의 왕과 그들을 따르는 용사들이 끝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죽어도 죽을 수 없다. 이들은 밤이 되면 다시 되살아나고, 다음날이 되면 다시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다. 이 모든 것은 '라그나로크(Ragnarok)', 세상이 멸망할 그 날까지 끝없이 반복된다. 만일 라그나로크가 오지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싸움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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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프레이야도 북유럽 신화 속 신들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사랑과 애정의 여신'이지만, 언제나 사랑과 관심, 애정을 갈구했다. 모두에게 관심을 받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사랑받지 못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상징인 '사랑'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오드가 왜 프레이야를 그토록 외롭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오드에 대해 알려진 것은 이름과 프레이야와 결혼했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여행 중이라는 것 뿐이다. 이를 제외한 어떤 이야기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체로 오드를 오딘으로 추측하곤 한다. 먼저 '오드(Odr/Odur)'와 '오딘(Odin)'은 그 이름의 뜻이 '분노'로 같고, 이름도 비슷하다. 또, 오딘은 수백가지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는 오드와 비슷한 이름도 많다. 오딘도 오드처럼 툭하면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이는 '프레이야(Freyja: 여주인)'와 '프리그(Frigg : 사랑하는)'에게서도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프레이야와 프리그도 이름이 유사하다. 그리고 둘다 '사랑'을 자신의 상징으로 가지고 있으며,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다.
- 프리그와 오딘,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Frigg)
이를 두고, 원래 오드와 오딘, 프레이야와 프리그가 각각 동일한 존재였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고대 신화는 수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대체로 각 지역의 토착신의 형태로 출발하는데,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부족과 민족이 결합하거나 흩어지는 과정에서 신화와 신들도 합쳐지거나 분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신격을 지닌 신들도 합쳐지거나 분리되며, 때로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되기도 한다. 오드와 오딘, 프레이야와 프리그도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변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일정한 체계로 어느 정도 정리된 '북유럽 신화'를 보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체계로 정리되어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수천년이 흐른 뒤, 우리가 알고 있는 북유럽 신화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전해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PS2
이번 이야기의 최종적인 승자랄까? 가장 이득을 본 존재는 오딘이다. 물론 로키는 분란을 조장하며 즐거움을 얻었고, 프레이야는 브리싱가멘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목걸이를 손에 넣었지만, 오딘이 얻은 이득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먼저 프레이야의 불륜, 부정을 구실로 프레이야에 대한 지배를 보다 강화시켰다. 동시에 언젠가 있을 마지막 전쟁을 대비할 전사들을 지속적으로 얻게 되었다. 오딘이 실질적으로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는 오딘을 오쟁이진 남편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오딘은 프레이야가 수많은 애인을 두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서 그다지 제재를 가한 적은 없다. 어차피 오딘과 프레이야의 관계는 부부의 관계가 아니라 애인, 정부의 관계다. 애초에 오딘이 오쟁이진 남편이란 조건이 성립하지 못한다.
오딘은 신, 거인, 인간을 막론하고 정말 셀 수 없는 애인과 정부를 두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중에서 이렇게 태어난 신들이 많다. 토르, 헤임달, 브라기, 티르 등의 신들이 모두 그렇게 태어났다. 그렇지만 오딘은 아내로는 오직 프리그만을 두었다. 애인과 정부는 두었을지언정, 축첩은 하지 않았다. 말장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꽤 큰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오딘의 정실부인은 프리그다. 오딘은 이것을 위협할 그 어떤 존재도 만들지 않았고 용납하지 않았다. 그나마 비슷하게 될수 있었던 존재가 프레이야 정도였고, 오딘에게는 그녀도 끝까지 애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신들의 아버지는 오딘, 신들의 어머니는 프리그라는 중심이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고대 사회에서 신분적 체계가 점차 공고해지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른 사회, 정치적 체계도 안정화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여러 부족으로 나뉘고, 혼란하던 시기가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서 사회가 안정화 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PS3
북유럽 신화에서는 브리싱가멘에 얽힌 사연을 로키가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전해지는 내용은 없습니다. 대체로 '로키가 알았다'고 묘사되죠. 그래서 로키가 스바르트알바헤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알게 되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로키가 훔친 브리싱가멘을 프레이야에게 돌려준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딘인 경우도 있고, 헤임달인 경우도 있죠. 브리싱가멘을 두고 오딘이 프레이야를 협박하는 내용이 뒤를 이어 등장합니다. 그래서 헤임달보다는 오딘이 돌려주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를 위해 헤임달이 자연스럽게 퇴장할 수 있도록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했구요.
그리고 오딘이 프레이야를 협박하는 부분도 조금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 부분도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딘이 브리싱가멘을 돌려주는 댓가로 프레이야에게 인간에게 증오를 심으라고 하는 것과 이로 인해 끝없는 싸움이 일어나고, 오딘이 전사들을 모으게 되었다는 것은 일치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딘이 프레이야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협박하는 모습으로 그려질 때도 있고, 무난하게 프레이야와 조건부 협상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 이야기 1.0에서는 오딘이 프레이야를 몰아세우는 모습으로 표현했었습니다. 근데 오딘과 프레이야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무작정 몰아세우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다르게 표현을 해 보았습니다. 이 점도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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