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했던 결과로, 내게는 이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시간적 자유가 허용되었다.
그래서 직장 졸업 후, 처음 몇 개월 동안은 골프장을 들락거리며 '싱글 스코어'의 기쁨도 누렸고, 호캉스의
여유 및 아침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부자리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유튜브를 보는 즐거움도 만끽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여유로운 놀이와 자유가 내게 주는 기쁨들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매 순간 긴장하며 MBO와 KPI를 달성코자 치열하게 보냈던 과거의 시간들이 조금씩 그리워지며,
새롭게 시작된 인생 3막에서도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일 중독'이라는 불치병을 치료할만한 어떤 준비나 자질이 거의 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당신은 지독한 몸치이고 길치인데 세상 물정마저 어리숙하니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
라고 아내가 말했을 때에도, 나는 이를 반박할 어떤 사실관계나 논리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풀이 죽어지내던 어느 날, 평소 잘 알던 직장 후배인 HS와 우연하게 차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매사에 일처리가 깔끔하고 추진력도 강했으며, 업무 외 '재테크에도 능한 투자의 귀재'라는 평판이
자자했던 엘리트였다.
최근 근황을 묻는 나의 질문에 HS는 활짝 웃으며 "선배님, 날마다 스트레스 만땅이어서 엄청 힘들어요.
저는 은퇴하시고 여유롭게 사시는 선배님이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그래도 최근 트럼프 당선 이후,
그동안 투자했던 BTS가 효자 역할을 해 주어서 겨우 숨 쉬고 살아요"라고 죽는소리를 했다.
그리고 BTS가 무엇인지 묻는 나의 질문에 "아! 최근 핫한 Bitcoin, Tesla, Seoul 아파트를 말하는
건데요. 선배님은 이미 다 가지셨겠지만 만약 여윳돈이 있으시면 Coin 투자를 한번 해 보시죠.
투자에 따른 재미도 있고, 최근 디지털 암호화폐 붐에 따라 잘하면 손익도 좋을 거 같아요"라며
다소 진지하게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10년 전부터 Bitcoin을 계속 매집해 왔던 이야기 및 최근에 국장에서 미장으로 주식투자를
옮겨야 했던 당위성과 함께 '탐욕에 사고 공포에 팔면 x 된다'는 투자 시 주의사항 등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특히 Coin의 경우, "명확한 계획 없이 FOMA로 인해 충동적인 구매를 하거나 명확한 이익목표
설정을 안 하고 매도하면 안 된다는 점, 과도한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분배하거나 단타 매매 등은 반드시
피하고, 높은 신뢰성을 가진 3개 정도의 품목을 정하고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이 최선이다." 등등
무림고수들만이 알 수 있는 필살기들을 2시간 속성 과정으로 내게 모두 전수해 주었다.
추가로 HS는 업비트 계좌 개설 및 K뱅크를 통해 입출금 하는 방법 등도 상세하게 알려주면서, "선배님,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라며 Coin 투자의 파트너가 될 것임을 약속해 주었다.
그러나 과거 주식투자를 해서 90%까지 원금 손실을 봤던 화려한(?) 경력을 가진 나로서는, Coin 투자
자체가 매우 두려웠고, Bitcoin 역시 몇 개월 이전 대비 이미 2배 가깝게 상승한 상태였기 때문에 새롭게
투자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유튜버들이 말하는 2배에서 10배까지 오른다는 또 다른 Coin이
무엇인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계엄령이 선포되던 공포의 그날 밤 그 순간에, 나는 HS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의 첫 질문은 "대한민국 어떡하냐?" 였는데, HS의 답변은 "가용할 돈이 있으시면 즉시 Bitcoin을
사라"였다. 그렇게 긴박한 순간에 그렇게 엉뚱한 조언을 해 준 HS도 놀랍지만, 나 역시 무엇에 홀린 듯
노후자금용 적금을 바로 해약하고 Bitcoin을 구입했는데, 당시 업비트를 통해 바라본 매매 그래프는
미친 듯 하강하며 요동치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길고도 두려웠던 그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난 이후, 나의 생활 패턴도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Bitcoin에 제법 큰 목돈을 투자했던 탓이기도 했지만, 매 순간 원금이 크게 늘거나 줄어드는 상황을
실시간 체감하면서 나는 묘한 긴장감과 흥분상태를 계속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24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원금이 10% 이상 변동되는 상황에서는 거의 패닉상태가 되었다.
그 느낌은, 내가 과거의 직장생활 중 년간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집행하면서 받았던 이성적인 긴장감과는
완전히 달랐으며, 탐욕과 공포가 상존하는 유아기적 흥분상태와 가까웠다.
그 결과로 잠 못 이루며, 업비트의 초 단위 매매 그래프만 바라보는 순간들이 많아졌고, 무림고수가
전수해 주었던 비법들은 어느덧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결국 Coin 투자가 주는 피로감에 지쳐버린 나는 HS에게 차담을 요청했는데, 이 모든 것을 예측한 것
처럼 그는 담담하게 조언을 해 주었다.
"선배님은 이미 승자예요. 저점 투자도 좋았고 Bitcoin 자체가 ETF라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제 일희일비하지 말고 투자가 숙성되는 시간만 기다리세요. 마치 금을 사서 모으는 것처럼...
그리고 최소 1년 동안은 흥망성쇠를 지긋하게 바라보세요. 저는 주식과 Coin 투자를 하면서, 항상
'수익이 나면 감사한 것이고, 원금을 까먹더라도 그동안 많이 배웠고 잘 놀았다'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HS의 조언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지만, 그렇다고 혼자 Coin 투자를 계속할 자신이 없었기에
좀 더 직접적으로 투자와 관련된 정보들을 공유해 주고 매매 시점들에 대한 의사결정도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HS는 무척 난감해하면서도, 그동안 본인이 수집해 놓은 투자 관련 자료들을 몇 가지 보내주었는데,
그 내용들은 달러와 Gold, Bitcoin에 대한 과거 연도별 가격 변동 연관성과 추이 및 글로벌 유동성
관련 선행지표가 환율에 주는 의미, BRICS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공동화폐 전략, 그리고 세계 무역
네트워크 관련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 미국 국채와 Bitcoin의 연계 가능성, 스테이블 코인의 실제
상거래 상황 등 상당히 전문성 있는 정보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은 점점 디지털 암호화폐가
허상이 아닌 분명한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내게 주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HS는 Bitcoin 외 알트코인 중 2가지 종목도 추천해 주었는데, 그가 툭툭 던져 준 타이밍대로
소액 투자를 해 보니 수익률도 나쁘지 않아, 나는 더욱 HS를 신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들이 누적되면서 나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즉, 나의 마지막 노후생활 보루였던 IRP 자금 전체를 Coin 투자에 쏟아붓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 글은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정권이 가동된 시점 이후에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