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점.

Personality

by 최희재

사랑은 타자를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전에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타자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무엇을 감추며, 어디까지 열릴 수 있는가?
타자와 관계를 맺기 이전,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형성되고 드러나는지를 성찰하며,
사랑이라는 관계 안에서 나와 타자의 조화를 준비하기 위한 출발점, Personality를 이야기한다.

1층 고유성
Personality, 그것은 심리학적 맥락에서 성향, 성격을 뛰어넘는다. 자신의 감각, 감정, 윤리까지 포함한 세계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고 흘러가는지에 대한 존재 방식을 말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타자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때 타자는 자신을 비추어주는 거울이 된다. 그런 거울들이 모이고 모여서 집합을 만들고 그 집합의 평균치가 자신의 고유성이 된다. 예를 들면 무한하게 긴 직선을 상상해 보자.
한쪽은 '악마'와 무한히 가까워지는 방향이며, 반대는 '천사'와 무한하게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타자를 마주하였을 때 그 무한한 직선상의 어딘가에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반응이며, 그 관계의 맥락과 깊이에 따라 위치와 선명도가 정해진다. 조금 더 풀어말하자면, 어떤 사람 앞에서는 조금 더 친절하거나 상냥할 때가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 앞에서는 조금 더 불친절하거나, 더 나아가서 이기적인 면이 나온다던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의 집합체에서 그 평균치가 즉, Personality의 고유성이 된다. 사랑에 있어서 이런 자신의 고유성을 인식하고 인지하는 것은 타자를 마주할 때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 '지금 느끼는 감정의 근원은 어디인가',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사랑이 단순히 혼자가 아닌 타자와의 관계이기 때문에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층 상대성(반응성)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타자와 마주설 때 자신을 비춘다고 하였다.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점들을 찍어내며 고유성을 만들어내는 지점이 있고, 사랑을 하며 깊은 관계에 있는 '타자'가 만들어 놓은 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고유성과 비슷하게 찍힐 수도, 아니면 조금 벗어난 정도에 찍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갭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나는 이런 면도 있었고 이것이 이 사람 앞에서는 조금 더 강하게 드러나는구나'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내 안에서 변화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사람은 타자를 마주할 때 반드시 반응하는 존재이지만, 그 반응은 늘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타자 앞에서는 방어적으로, 또 어떤 타자 앞에서는 수용적으로 반응하게 되며, 이러한 반응의 방식은 자신의 과거 경험, 애착유형, 감정 조절 능력, 존재감의 밀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Personality란 단지 평균값의 수치화가 아니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자각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

3층 변화성
Personality는 고정된 고유의 값이 아니다. 자신의 고유성과 상대성을 이해하고 인지하면서 나는 궁극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로 직선 위에 찍힌 점을 의지로 이동시킬 수 있다. 무한한 직선 위의 점은, 타자에 의해 찍히지만 그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어떻게 옮길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Personality는 사람을 만나 내면을 성찰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Personality의 고유성과 상대성은 삶을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본질적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Personality의 고유성과 상대성을 무의식이 아닌 '의식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에만 비로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지를 자각할 수 있으며, 이해와 성찰을 통해 타자와의 관계를 조율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을 실현해갈 수 있다. 내가 관계에서 어떤 자극에 왜 이렇게 느끼고 반응하지조차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랑은 그저 감정의 반복이 되는 것이다. 변화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타자에 대한 폭력으로, 관계의 조율이 아닌 자기 확장의 강요가 된다. 그래서 의식된 Personality만이 자신의 성장가능성을 만들고, 사랑을 역할극이 아닌 지속적으로 살아 숨 쉬는 존재로서의 관계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의식적인 Personality는 감정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은 회피나 억제가 아닌 잘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감정 또한 상대적이고 타자에 의해 그 맥락과 깊이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타자와 마주하며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던, 또한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을 느끼더라도 감정의 근원들을 알아내는 과정과 수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Personality를 정립하고 성찰하며 성장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보통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열등감, 불안, 질투, 시기, 미움 등의 감정들의 근원을 살펴보면 자신의 깊은 내면의 욕구와 맞닿아 있다. 진정한 자신의 내면은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에서부터 나온다. 그것은 부끄럽고 외면하고 싶고, 때로는 자기부정으로 이어지기도 하겠지만, 그곳에 진짜 자아의 흔적이 있다. Personality란, 이상화된 자아상이 아니라 내면의 부끄러움과 욕망까지 포괄하는 존재 방식이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깊은 관계에 발을 내딛는다면 이러한 성찰의 과정을 끊임없이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사랑은 꾸며내고 완성된 자신을 타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응하고 성찰하며 변화하는 나의 존재가 타자 앞에서 진실되게 드러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