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어 가족: 상어 가족의 시작.
이제 병실로 올라가셔도 됩니다.
이제 드디어 올라가는구나. 내 딸이 좀 편하게 자겠구나. 그래 공주님, 응급실에서 고생 많았어. 이제 좀 쉬자. 씻는 건 엄마가 내일 해줄게. 걱정 마. 우리 딸은 깔끔쟁이라 저녁에 말끔히 샤워를 해야 잘 자지만, 그날 저녁엔 그냥 잠들어 버렸다.
난 응급실에서 병실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기에 미리 대처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발병 후 우리 딸이 돌치레로 응급실에 왔다가 며칠간 병상에 입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땐 코로나 검사 시간도 오래 걸려 하루 종일 창문도 없는 곳에 격리되었었다. 난 검사 결과가 나온 저녁시간까지 화장실도 못 갔었다. 한 번 들어오면 그 방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고 어린 아가를 달래고 놀아주며 버텼었다.
다행히 이번엔 의사 선생님을 잘 만나 검사 결과가 일찍 나왔고 응급실에 들어가 모든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엔 보호자가 화장실을 갈 수 있었지만, 난 두 돌 반 밖에 안된 아가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커튼으로 사방을 막은 그곳에서 딸은 수액을 맞았다. 추가 검사도 더 했다. 돌치레 때보다 아가는 더 자랐지만 여전히 검사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검사도 쉽지 않았지만 좁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낼 수 있다! 한번 해보자! 내 허리가 망가지겠지만 난 엄마다. 고고!
그래, 영상을 보고 싶다고? 하지만 패드로 영상 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응급실 한쪽 산책하기. 안 그래도 우리 공주님은 응급실 들어온 지 몇 시간 지나자 좀 살만해졌는지 산책하고 싶다 했다. 그래 엄마가 크록스 가져왔어. 병원에선 크록스가 최고지. 몇 번 걸어 다니더니 안아 달란다. 그래 엄마가 운동화 신고 있으니 안아줄게.
이제 뭐해줄까? 우리 아가가 누워있던 곳에는 포스터가 하나 붙어 있었다. 무슨 공익 광고인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날이 바로 우리 딸이 처음으로 어벤저스를 만난 날이다.
캡틴 아메리카, 헐크, 블랙 위도우 등이 귀여운 캐릭터로 그려져 있었다. 그래 저 아저씨 방패는 최강이야. 헐크 아저씨는 화나면 이만하게 커지고 힘도 세져. 근데 녹색이란다. 신기한 건 아저씨가 커져도 옷이 안 찢어진단다. 마법의 바지인가 봐. 블랙 위도우 언니는 참 이쁘지? 아 이 아저씨는 아이언맨이야. 막 하늘을 날아다녀. 집도 멋지고 차도 멋있어. 어벤저스 포스터가 좋다고? 봐도 봐도 또 보고 싶다고?
근데 하필 그 포스터는 어른 눈높이에 맞춰 붙여 있었고 우리 딸은 침대에서는 보기 불편하다고 안아 달라했다. 난 계속 안고 어벤저스 설명도 해주고 장난도 쳐줬다. 그래 뭐 이 정도쯤이야. 아가가 병원에 며칠 입원했다 퇴원하면 엄마 허리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 뭐 이제 시작이니 엄마는 괜찮단다.
그렇게 온갖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고 오후 11시가 되자 드디어 병상이 준비됐다. 난 얼른 올라가 아가를 편히 재우고 싶었다. 그날 우리 공주님 거의 열흘만에 처음으로 아침까지 고열 없이 푹 잤다. 비록 엄마는 아가가 자다 엄마를 찾느라 그 좁은 침대 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잤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우리 딸이 저렇게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평온하게 자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아침이 됐다. 다행히 딸은 아침밥을 조금 먹었다. 그리곤 말했다. 엄마, 샤워. 그래 기다려. 엄마가 마법을 부려 씻겨 줄게. 병원에 입원하면 씻는 게 참 힘들다. 한 손에 링거줄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없다. 내겐 비닐봉지 여러 장과 초록색 덕 테이프가 있으니. 미국인들은 말한다지. 덕 테이프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나도 마찬가지다. 링거줄이 연결된 손에 비닐봉지 여러 겹을 씌운 후 덕 테이프로 꼼꼼히 감싸면 된다. 우리 엄마가 무릎 수술로 입원하셨을 때 내가 썼던 방법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뭐 그렇게 열심히 씻기냐 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내가 입원했을 때 환자가 얼마나 상큼하게 씻고 싶은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 공주님이 씻고 나니 좋단다. 그래 네가 쓰는 드라이어로 후다닥 말려 줄게. 다 말리면 네가 좋아하는 곰돌이가 줄줄이 달린 알록달록 머리핀 꼽아줄게. 노랑 리본도 가져왔어. 그래 엄마가 가져왔지. 평상시 쓰던 바디로션으로 마무리해볼까? 향기 좋지?
병원에 오니 우리 딸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아직은 힘이 없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복도 산책을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러 번. 코로나라 나도 딸도 병동을 나갈 순 없지만, 병동 복도는 걸을 수 있었다. 병동 복도 끝에는 기린 엄마랑 기린 아가가 있는데, 신기한 건 딸이 이걸 전에 본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래 기린들아, 우리가 또 왔단다. 담엔 또 보지 않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 이후로도 난 쭉 딸을 안고 산책을 다녔다. 안아주는 것은 계속됐다. 이번엔 낮잠이 안 온다고 안아 달라고 하고, 몸이 불편하다고 안아 달라고 하고, 저녁엔 집에 가자고 안아 달라고 하고. 수 없이 안아 달라는 아이를 계속 안아 주다 보니 허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냥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코로나라 보호자를 중간에 바꿀 수도 없으니 그냥 즐기기로 했다. 우리 딸의 건강이 호전되는 것에 감사하자.
입원 기간도 작년보단 무난히 보냈다. 작년에 딸이 입원했을 땐 경황이 없어 움직이는 뽀로로랑 패드가 전부였다. 올해는 패드 외에 여러 가지를 더 준비를 했다. 우리 공주님이 당시 애정 하는 상어 가족 피겨, 낚싯대에 낚이면 노래하는 문어, 꽃게, 복어 등의 7종 바다생물과 낚싯대, 색연필과 스케치북,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공룡 5종, 딸이 아가 토토라 부르는 미니 젤리켓, 특정 브랜드 요구르트와 아빠가 조공하는 별다방 케이크. 마지막으로 우리 딸 전용 탬퍼 배게. 이 모든 장난감과 간식과 특히 배게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우리 딸과 함께여서 너무 고마웠어. 잠시나마 내 허리가 쉴 수 있었단다.
우리 공주님은 며칠 뒤 다행히 더 이상 열이 나지 않고 컨디션이 회복되어 퇴원 수속을 밟았다. 병동 유리문 밖에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딸은 아빠를 보자마자 달려 나가 안겼다. 나도 나가 안겼다. 나도 우리 딸도 남편이 보고 싶었고 너무나도 집에 가고 싶었다. 딸이 왜 그동안 아펐는지 결국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회복됐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우리 딸은 너무 기쁜 나머지 집안을 뛰어다니다 벽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혔다. 그리고 왼쪽 눈가에 멍이 들었다. 난 너무 놀랐다. 딸아! 너 좀 전에 돌아왔거든. 이제 그만 아프자. 우리 공주님은 멍이 들었든 말든 그날 저녁 맘 편히 곯아떨어졌다. 역시 홈 스위트 홈이다. 세상에서 집이 가장 좋다.
다음 날 딸은 아침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갔다. 멍든 눈으로 쿠키도 만들어 먹고, 교육용 곤충 장난감으로 장난도 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과도 사각사각 먹고, 할머니 핸드백도 들어보며 잘 놀었다. 저녁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신나는 엉덩이 춤도 선보였다. 주말엔 평소처럼 그림놀이 수업에 가서 원숭이탈도 만들고 유리벽에 신나게 그림도 그렸다. 그래 딸아, 니 상태를 보니 주말 지나면 어린이집에 등원해도 되겠다.
이 주만에 등원하는 날 우리 딸은 곱디 고운 드레스를 입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꼬마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부모님 결혼사진처럼 결혼식을 체험해 보는 날이다. 오랜만의 등원이라 남편도 함께 딸을 데려다주러 갔다. 아빠랑 딸이 두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이뻐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난 이렇게 소소하게 행복한 것이 너무 좋다. 아이를 낳으니 힘든 것도 너무 많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도 정말 많다. 남편이 마사지 안 해준다 장난쳐서 내가 우는 척하면, 내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라 말하곤 아빠에게 가서 엄마 마사지해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이쁜 우리 딸이다.
나중에 어린이집 앱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반지도 껴보고 커플끼리 사진도 찍었더라. 참 귀여웠다. 옆에서 남편은 “안돼, 절대 안 돼!”라고 외친다. 그래 우리 공주님, 지금은 네가 우리와 함께 살겠지만 언젠간 꼬마 결혼식처럼 다른 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겠지. 우리 그때까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보자. 네가 결혼해서도 그랬으면 좋겠어. 지금 엄마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그런 것처럼. 그건 욕심인가?
이제 막 말 안 듣는 네 살인 우리 딸. 이번 겨울이 지나면 유치원을 갈 테지. 앞으로 또 수없이 많은 일이 생기겠지. 우리 가족 다 함께 같이 헤쳐나가 보자. 이런 생각을 하는 날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딸은 지가 좋아하는 이모랑 조카랑 신나게 놀고 있다. 그래 우리 딸에겐 할머니 상어, 할아버지 상어 외에 이모부도 이쁜 이모도 모범생이자 다정한 친척 오빠도 있다. 또, 우리 딸을 이뻐하는 친할머니, 큰엄마, 큰아빠, 스위트한 친척 언니 친척오빠도 있다.
앞으로 우리 상어 가족에겐 많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말이다. 앞으로도 잘해보자. 사랑해,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