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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돈가방

기내 분실 사고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한국 인천으로 들어오는 비행이었다. 늘 그러듯 이노 선은 거의 승객이 만석이다. 특히 인천공항을 경유해서 각 동남아시아로 가는 승객들이 많아서 더 다양한 국적의 승객들로 분빈다.


당시 부팀장으로 이코너미에 근무 중이었다.



첫 번째 식사를 마치고, 한참 승객들의 화장실 이용이 분주한 사이, 승무원들의 식사 시간이 교대로 이루어진다. 이제 막 데워진 식사를 먹으려고 하는데, 제일 경력이 낮은 승무원이 급하게 갤리로 들어온다. “사무장님, 어떤 승객분이 돈을 잃어버렸다고 하세요, 책임자 불러오라고”. 으크 편안하게 오늘 비행은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또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기내에서 가끔 승객의 물건이나 돈이 없어졌다는 도난 신고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여행을 떠나면서 여러 개의 짐을 가지고 오다 보니,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본인이 넣어 두고는 당황한 나머지 없어졌다고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진짜 분실이 발생되어 경찰에 까지 신고해야 하는 등의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승무원들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경우가 많다. 일단 승객의 배상 요구에 당황스러워지고, 어떤 경우에는 늦게 탑승하여, 어쩔 수 없이 짐을 승객의 자리가 아닌 다른 좌석 쪽에 보관하면서, 승무원이 올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걸 이유로 모든 배상 책임을 승무원에게 요구하는 등의 일도 있기 때문이다. 또 , 경찰에 보고 한다는 것이 결국은 비행을 종료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서 조술서를 쓰고,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여간 녹녹한 일도 아니다.



우선 해당 승객에게 자세한 내용을 되물어본다. 탑승할 때부터 깐깐했던 승객이다. 보통 항공기 도어는 맨 왼쪽 첫 번째와 두 번째 도어를 탑승과 하기시에 여는데, 맨 첫 번째에서는 그 비행의 팀장인 사무장이, 두 번째 도어에서는 부팀장인 사무장이 비상 상황에 대비하며, 승객을 맞이하는 인사를 하는데, 당시 나는 부팀장 이어 서두 번째 도어에 있었고, 탑승하는 승객들 탑승권을 확인하는데, 60대 후반 즈음으로 보이는 이 홍콩 국적의 남자 승객이 왜 탑승권을 또 확인하냐며, 까다롭게 법적 근거를 대어라, 그러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겠다고 해서 실랑이가 있었다. 근데, 바로 그 승객인 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십여 년 만에 고향 홍콩으로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약 삼만 불의 돈을 현금으로 허리에 매는 가방에 넣고 비행기에 탑승했으며, 본인 좌석 위 선반에 다른 짐과 함께 놓아두었고, 한 번도 좌석을 이탈한 적은 없고, 딱 한번 방금 첫 번째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짐을 확인했더니, 돈 가방만 없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돈가방의 모양새를 묻는다. 까만색에 작은 주머니가 있는 허리에 매는 가방이라 한다.


다른 승무원과 함께 승객 짐에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보겠다 하자, 버럭화를 낸다. 내가 없다고 했지 않느냐, 찾기 뭘 찾냐, 이 비행기 안에 도둑이 있는 거니, 모든 승객을 자기가 보는 앞에서 검색해야 한다며 버럭버럭 화를 낸다. 다시 정중히 설명을 한다. 당신 짐을 검색해 보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다음은 순서대로 실시하겠다고, 그렇게 몇 번의 설명을 하고 나서야, 그 승객 짐을 검사해 본다. 정말 돈 가방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 다시 이 승객의 불만이 시작된다. 거 봐라 내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제일 의심 가는 승객이 있다. 그 사람을 조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무턱대고 다른 승객을 도둑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홍콩 할아버지 승객은 자꾸 본인 옆에 앉은 인도인 승객이 의심이 된다며, 그 사람의 짐을 검사해라 고집을 부린다.



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옆자리 인도 승객도 몇 번에 이루어지는 나와 그 홍 콩분의 대화를 듣고 화를 내기 시작한다. 누굴 도둑으로 모느냐? 당신이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냐?라고 하며, 이번에는 두 사람 간의 싸움으로 번진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중재에 나선다. 우선 인도인 승객에게 당신을 도둑으로 생각하지 않으나, 가능하다면 짐을 다시 검사해 보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홍콩 승객에게는 모든 승객의 짐을 다 검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혹여 당신이 그 가방을 다른 곳에 놔두었을 수도 있으니, 전승객 상대로 혹시 본인 짐이 아닌 그 가방을 본 적이 있는지 전체 방송을 하겠다고 한다. 이에 두 승객다 완강히 싫다며 맞선다. 다시 긴 대화로 공방이 이어지고, 약 20여 분 만에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



역시나, 인도인 승객의 짐에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아울러 , 그러한 짐을 본 승객도 방송 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을 판단해야 하니 시간을 달라하고, 나도 잠시 자리를 떠난다.


그 승객의 돈가방 수색으로 휴식 시간도 다 지났고, 이미 두 번째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승무원들은 장거리 비행의 경우 두 개 조로 나누어, 보통 승객들의 첫 번째 식사와 첫 번째 면세품 판매가 끝난 후 쉬게 되고, 첫 번째 쉰 조가 두 번째 조가 쉬는 사이 두 번째 식사 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난리로 나는 쉬지도 못하고, 식사도 못한 채 두 번째 식사 준비에 바쁘게 되었다. 막 데워진 식사를 식사 카트에 넣어 준비하는 작업으로 바쁘 와중에 갤리 커튼을 확 걷으며, 그 홍콩 승객이 또 나타났다.



다짜고짜 고성을 지르며, 자기돈 가방을 어떻게 할 거냐는 거다. 상황을 설명한다. 우선할 조치는 했으나, 당신도 확인한 거처럼 현재로는 찾을 방법이 없다. 만약 기내에서 분실된 것이면 아직도 기내에 있는 것이니 , 지금 다른 서비스를 준비해서 나가야 하고, 그 가방 때문에 다른 모든 승객이 방훼 받을 수만은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래도 막무가내다. 결국, 다른 승무원에게 내 업무를 맡기고, 그 승객 응대만 한다.



인력을 여유를 두고 승무원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니 이런 일이 생기면, 내 몫이 다른 승무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어 모든 승무원의 일의 가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승객들은 항상 나만 봐 달라고 하고, 또 다른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순서대로 다 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하니, 승무원은 속도 타고, 손발도 바빠서 다 타버리는 듯하다.



재차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다. 그러다, 내가 다시 그 홍콩 승객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본인 돈 가방을 기내에서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냐고, 그러자 갑자기 답이 없이 머뭇거린다. 그러고 보니 본인도 기내에서 가방을 본 기억이 없단다. 이거다 싶다. 그럼 공항에 올 때 그 가방은 어디에 가지고 왔었냐고 묻는다. 집을 나서면서는 셔츠 안쪾으로 해서 허리에 차고 공항으로 왔다고 한다. 그럼 공항에서 검색대를 통과할 때는 어떻게 했는지 묻는다. 공항 검색대에서 풀어서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했단다..


그럼 검색대 이후에는 어디에 보관했는지 묻자, 갑자기 얼굴이 당황한 표정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그럼 기내에서 분실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 되묻자. 또 버럭 화를 낸다. 자기 돈에 대한 분실 책임을 안 지려고, 그러는 거냐는 거다.


이성적 대화가 힘든 상황이다. 다시 승객에게 시간을 달라, 본인도 좀 더 생각을 해 보시라 하고, 서비스 진행으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 한다.



서비스 진행을 하며, 불현듯 엘에이 공항 검색대에 그 가방을 놔두고 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 시작 전 팀장에게 자세한 상황을 재 보고 하고, 기장에게 연락하여 로스앤젤리스 공항 지점에 동건을 알아봐 달라고 연락을 취한다.



약 한 시간 후, 기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한다. 예감대로 그 승객은 공항 검색대에


돈이 든 가방만 놔두고 온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그 가방은 현재 로스엔젤리스 공항 보안팀에서 보관 중이라는 거다.



이제 더 이상 승객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 홍콩인 할아버지 승객에게 자세한 사항을 설명한다. 그 돈 가방은 로스엔젤리스 공항 검색대에 놓고 온 것으로 확인됐고, 홍콩 도착 후 로스엔젤리스 공항 보안팀으로 연락하여 어떻게 전달받을지 묻으하면 된다고 자세히 안내하고, 이젠 됐겠다 싶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또 주니어 승무원이 나를 찾는다. 그 홍콩인 승객이 책임자를 불러오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슨 일인가 하고, 다시 그 승객에게 간다.



이번엔 지금 당장 로스엔젤리스 공항 보안 팀으로 전화를 해서, 본인 돈가방을 다음 비행기로 홍콩까지 보내달라 하신다. 막무가내 서비스 요구다. 이건은 항공사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미국은 보안이 엄격한 나라라 보안팀에서 보관하고 있는 짐을 항공사가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지시하지 못한다고 설명을 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항공 보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함을 적용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이 승객은 계속해서 막무가내로 대책만 요구한다. 설명은 두 번 세 번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고, 승객은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고, 본인 요구만 계속 말하다. 이럴 때 정말 난감하다, 이성적인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니 말이다.



결국, 그럼 현재 로스엔젤리스는 시간차와 항공사 사무실이 업무를 종료한 상태로 연락을 취하기 어려우니, 한국 도착 후 다시 상황을 알아보겠으며, 하기시 나와 컨택트 하고 꼭 안내를 받으라 하고, 약속 아니 약속을 하고 나니 , 그제야 조용해지신다.



항공기 도착 후 도착 안내 직원에게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고, 동 승객의 안내를 부탁하니, 현재 본인이 여러 편의 출도착을 담당해서, 시간이 없다 한다.


하는 수 없이, 동 승객을 직접 모시고, 환승 안내 창구로 간다. 환승 창구에 있는 직원들은 이 건은 유실물 관련업 무라 도착장에 있는 유실물 담당 창구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도착장까지 다시 이동하는 시간도 문제고, 도착장 사무실로 가려면, 입국장을 지나가야 하니, 결국 한국에 입국하지 않고는 안 되는 일이다. 재차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니, 무조건 본인은 그 돈의 정확한 전달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하는 수 없다. 그럼 다음 편으로 홍콩까지 가는 출발 시간을 확인한다. 약 한 시간 반 가량의 여유가 있다. 내 짐은 다른 승무원에게 맡기고, 냅다 그 활 아버지 승객과 입국장으로 간다. 우선, 환승 창구 직원에게 동승객의 편명과 성함을 알려주고, 이러한 이유로 입국 후 다음 편에 탑승하게 된다고 현장 직원에게 알리라 한다.


입국할 계획이 아니었기에 쓰지 않은 입국 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옆에서 써드 린다.


입국 검사를 받고, 일층 짐 찾는 곳에 있는 유실물 관리 사무실에 도착하여, 다시 상황을 설명한다. 사무실에서 로스엔젤리스로 연락했으나, 공항 내 분실 품이 본인 것이 맞다는 확인을 하면, 홍콩 공항으로 연계해서 보내주겠다고 한다. 결국 최종 목적지인 홍콩에서 처리하는 게 맞는 순서인 거였다.



이제 또 시간 싸움이다. 승객을 출국장을 나와 삼층 입국장까지 모시고 가서, 급한 승객이라 먼저 입장시켜달라고 보안 직원을 하고 나니 홍콩행 비행기 출발 시간은 40여분 밖에 안 남았다. 다시 출국 장으로 나는 못 들어간다 하고, 그 승객에게 정확한 탑승구와 시간을 몇 번씩 재확인해 드린다.



승객이 들어가고 나서야 이제 긴 비행이 끝났다. 2시간여를 더 늦게 퇴근해야 하니, 온몸이 쑤시고 아린다.



그리고 두 달 후, 회사 승객 불만 담당부서 직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 돈가방을 잃었다 했던 홍콩 할아버지 승객이 회장님한테 직접 이 메을 보내와 서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또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 그분이 메일까지 보낸 건지 걱정으로 인천 공항 사무실로 가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그룹장이 나를 찾는다, 사무장님 회장님 한테 홍콩 승객으로부터 메일 온 얘기 들으셨죠? 아 네 들었습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요? 글쎄요. 그 얘기는 안 하시고, 보고 리포트를 작성해서 오리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 상세한 상황 기록을 리포트로 작성한다. 그룹장이 보고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란다. 보통 승객의 불만만 들어와도 경위 조사에 벌점, 직급 강등의 조치가 내려지는 일이라 불만 부서에서 온 내용은 다들 긴장한다. 약 한 시간 그룹장이 왔다. 웃으며, 우리 회사 창사이래 회장님 한테 승객이 직접 편지를 보낸 건 처음 이라는군. 이 말에 나는 얼마나 큰 불만일까 싶어 더 정신이 어지러워진다. 그런데, 이건 불만이 아닌 칭찬 편지였다는 거다. 휴우 한순간에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가는 기분이다.



동 승객이 홍콩 도착 후 로스앤젤리스 공항과 잘 연락하여, 그 돈을 잘 전달 받았고, 그 과정에서 정성껏 서비스해준 그 남자 승무원을 칭찬해 주고 싶어서 보낸 편지였다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고객 응대였으나, 이렇게 좋은 마무리를 하고 나니 나도 기분은 좋아진다. 승무원 같은 감정 노동자의 감정 피로도는 위의 일들 같은 비정상적 범위의 서비스 환경에서는 극대화되지만, 또 감사해야 할 일을 해 주었을 때 감사하다고 표시해 주시 승객들의 작은 표시에 또 금세 힘을 얻기도 한다.



홍콩 승객의 돈가방 사건으로 다시 느끼게 되는 서비스업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고맙다고 말한 그분으로 또 서비스업의 보람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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