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려오던 어른이

푸근한 곰을 만나 잠시 쉬었다 가다.

by 류하

어린 나이에 어릴 수 없었던 생각,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나이에 맞지 않게 깊어진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다.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가족, 나 자신.

잠깐 넘어지는 일도 있었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계속 달렸다.

제대로 넘어지는 법을 배우지도 못한 어린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 무작정 일어나서 달리기 바빴다.


그때는 그랬다. 나는 누구보다 성숙하고 나이에 비해 어른다운 모습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나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던 중 어른이는 달리던 중 푸근한 곰을 만났다.

착한 곰이었다. 내가 해보지 못한 시간을 선물해 주기도 하고,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이 곰 앞에서는 잠시 상처를,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보듬어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괴롭기만 했던 마음의 병이 왜 하필 그때 나타났나 수도 없이 생각해 보았다.

이젠 왠지 알 것 같다. 푸근한 곰을 만났기 때문이다.

가엽게 여긴 하늘이 이젠 잠시 쉬어도 된다고 말해준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는 제대로 넘어지는 법과 일어나는 법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우고 있다.


빠른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조금씩 천천히 해결해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혀있는 어른이에게는 큰 배움이다.


잠시 쉬어도, 다른 길로 가게 되어도, 천천히 걸어가도 다 괜찮다. 언젠간 툭툭 웃으며 털고 일어나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지하철에 앉아있어도 목적지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앉아 쉬어도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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