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지루함을 평온함으로
잘 먹지 못하는 것을 살이 빠지는 좋은 기회로
일찍 잠에서 깨는 것을 강아지들을 산책시킬 수 있는 시간으로
일을 쉴 수 있는 것을 일 할 때는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을 행하고 신경 쓰고 돌아보는 시간으로
간단하지만 몸에게는 간단하지 않았던 수술 후 잠시 쉬며 예전의 컨디션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탈수 단계를 거치지 않은 두꺼운 빨랫감 마냥 축 늘어져 집에 널려있다.
지루하지만 평온하다.
해가 질 무렵 답답함이 가득 찰 때쯤 테라스 창문 앞에 침대가 있는 방으로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간다.
테라스를 향해 침대에 엎드려 누워 뛰는 걸 좋아하는 강아지는 밖에서, 더위를 많이 타는 강아지는 내 옆에서 같이 바람 냄새를 맡는다.
코가 바쁘게 움직이는 검은콩 두 개를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는 분홍색 하늘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입맛도 사라지고 먹는 즐거움도 없지만, 괜찮다.
이참에 살에 감추어졌었던 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모습의 나도 좋다.
자꾸만 일찍 깨지는 잠에 조금 피곤하지만, 강아지들은 신났다. 덕분에 덜 더운 시간에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된다.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보다 애들이랑 산책하고 피곤해져서 자연스럽게 스르르 잠들 수 있는 있는 것이 좋다. 어둡고 고요한 새벽이 아이들로 인해 외롭지 않다.
조금 쉬고 나면 집안일을 하며 몸을 움직인다. 깨끗해지는 집을 볼 때면 돼지우리 방을 만들던 어린 시절에서 한층 아닌 몇 층은 성장한 어른이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