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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Aug 27. 2021

무제

‘딸랑.’ 한여름 열기가 서풍에 올라타면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희멀건 알루미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3륜 오토바이가 다가왔다. 늙은 노인처럼 밭은 기침을 내쉬던 오토바이는 각종 식자재를 얹고 102동과 103동 사이에 멈췄다. “재야, 거 있는 바게쓰 내리라.” 베란다에 서서 1300원이 담긴, 흰 밧줄로 동여맨 바게쓰를 내리면 두부와 콩나물이 딸려 나왔다. 움켜진 손에 낡은 난간 쇠 맛이 올라올 때쯤 되면 “언능 잡아 댕기라”는 외침이 들렸다. 무사히 손에 쥔 찬거리를 엄마께 드리면, 골덴 메리야스만 걸친 나를 안아주는 게 좋았다. 아마 힘껏 쥐어짜면 한 대야는 나올 사랑이었다. 이제는 군데군데 금이 가 달막거리는 기억 속에 한지붕 살이가 있을지. 대척지 같은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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