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한여름 열기가 서풍에 올라타면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희멀건 알루미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3륜 오토바이가 다가왔다. 늙은 노인처럼 밭은 기침을 내쉬던 오토바이는 각종 식자재를 얹고 102동과 103동 사이에 멈췄다. “재야, 거 있는 바게쓰 내리라.” 베란다에 서서 1300원이 담긴, 흰 밧줄로 동여맨 바게쓰를 내리면 두부와 콩나물이 딸려 나왔다. 움켜진 손에 낡은 난간 쇠 맛이 올라올 때쯤 되면 “언능 잡아 댕기라”는 외침이 들렸다. 무사히 손에 쥔 찬거리를 엄마께 드리면, 골덴 메리야스만 걸친 나를 안아주는 게 좋았다. 아마 힘껏 쥐어짜면 한 대야는 나올 사랑이었다. 이제는 군데군데 금이 가 달막거리는 기억 속에 한지붕 살이가 있을지. 대척지 같은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