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편지 참 좋다. 이런 말을 쉽게 하게 해 줘서. 우리 계속 이렇게 우정
지키자. 나의 우정을 채워 준 네게 보답하고 싶은 J가.
2006년 7월 15일
오래된 편지를 꺼내 읽었습니다. 기억 속에 J는 동그란 얼굴형에 안경을 쓰고 머리는 항상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녔습니다. 4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친하게 지내다가 반이 옮겨지고 그 후로는 함께 다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J와 멀어지게 된 계기도, 지금 J가 어떤 어른이 됐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단지 여기 주고받았던 편지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강아지 사진이 담긴 편지지 웃긴 캐릭터, 쭉 찢어 풀로 붙여 만든 편지 봉투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읽다 보면 내가 그랬었구나 하는. 나도 기억하지 못했던 나에 대해 알게 됩니다.
기억이 납니다. 어느 날 함께 친했던 S와 함께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자 하고 도깨비 언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모음 자음에 하나하나 새로운 모양의 글자를 만들어 비밀 언어로 편지를 주고 주고받았습니. 남아있는 몇몇 편지는 도깨비 언어로 적혀있지만 읽는 방법을 잃어버린 저는 더 이상 그 편지를 읽어 낼 수가 없습니다. 더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없으니 한 언어가 세상에서 사라진 셈이겠지요. 그래도 편지로 남아있으니. 존재했었다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한글로 적힌 편지에는 고마웠던 것들, 서운했던 것들. 앞으로의 우정에 대한 당부까지. 이제는 적지 못할 솔직하고 다정한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아마도 제 첫 글은 편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지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용기가 나지 않는 말들을 편지로 적었습니다. 편리한 메시지가 있는 있는데도 한켠에 편지지 코너가 것은 아직도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많아서 이기 때문입니다.
J가 어떻게 자랐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또 S도 잘 지낼지 궁금합니다만 찾을 수도, 찾고 싶지도 않은 마음입니다. 어떤 추억은 오래된 상자 속에 그대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그들을 앳된 얼굴들로 고스란히 보관해 둡니다. 그때의 저도 함께 보관해 두고요.
소희,소희,규리,보란,지연,정원 이름 없이 번호만 적힌 누군가. 저는 그들에게 어떤 편지를 적어 보냈을까요. 주소도 적히진 않은 편지를 두고 답장을 씁니다. 모두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2006년 11살 J가 적었던 여름의 편지처럼, 나의 어린 시절을 채워준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편지를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