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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Sep 12. 2022

잠금장치

잠금장치를 유심히 본다. 문고리 위에 있는 것을 돌리거나 눌러서 잠그는 잠금장치, 문고리 옆에 박힌  같이 생긴 부분을 눌러 잠그는 잠금장치, 마지막으로 고리나 철커덕 쇠막대기를 밀어 잠그는 잠금장치. 그게 뭐든 중요하지 않지만, 밖에서 화장실을  때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겼나 두어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가장 안심이 되는 것은 고리를 걸거나 쇠막대기를 미는, 가장 낡은 방식의 잠금장치다. 고리가 걸린 모습이나 쇠막대기가 걸려있는 모습은 잘 잠겼구나. 확실하고, 눈에 보여서 안심이 됐다. 그와 다르게 문고리 옆에 막대기를 누르는 잠금장치나 문고리에 붙어있는 잠금장치들은 못미더웠다. 문안에 복잡하게 설계되어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중에서도 문고리 옆에 버튼을 누르는 잠금장치는 잘 잠겼나 하고 문고리를 열면 잠금이 저절로 풀리는 탓에 잠긴 것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잠긴 게 아니라서 문이 열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일었다. 호텔에 가서도 나를 안심시키는 것은 저절로 열리고 잠기는 최신형의 도어락이 아닌 그 위에 쇠고리를 넣고 끝으로 밀어 넣는 장치였다.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 문 속 숨겨진 잠금장치처럼 거기 있는데 없는 것 같고, 그러나 존재하는 것들. 마치 어릴 적 두 눈을 가린 채 박수 소리를 따라 걷는 유령놀이를 하는 것 같다. 나는 그때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을 뻗어 더듬거리기만 하다가 몇 발짝 때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보이지는 않고, 애써서 더듬어보아야 겨우 조금 알 수 있으니까.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마음인지, 행여나 불편했던 것은 아닌지, 내가 지루했던 것은 아닐지. 보이지 않는 마음이 두렵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자주 걸어 잠갔다.

지난주에는 먼저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선뜻 책을 빌려주겠다며 문을 두들긴 이가 있었다. 책을 받아서는 정말 소중히 읽었다. 구김 하나 가지 않도록, 행여나 뭐가 묻을까 조심해가며 애지중지했다. 아, 또 열렸구나. 잘 잠갔다고 생각했는데. 치밀하지 못한 문고리는 자주 열린다.


 문 하나를 두고 대화하다가 궁금해져서 열어주기도 했고,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벌컥, 들어와 버린 사람도 있었고, 다가오는 인기척을 모르는 체하며 아무도 없는 척 숨기도 했다. 불안이 들어올 틈도 없이 행복한 때에는 잠그는 것을 깜빡한 때도 있었다. 주기적으로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던 것은, 사람이 두려웠지만 동시에 혼자가 되는 것도 두려워서였다.

 녹슨 고리형 잠금장치가 걸린 먼지 쌓인 창고가 되고 싶지 않아서 허술한 잠금 장치를 걸어두었다.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을 견디며, 너무 깊숙하지도 드러나지도 않는 적당한 곳에 꼭꼭 숨었다.

 

 장을 넘기며 잠긴 문에 뒤에 앉아 누군가의 인기척을 기다렸다. 그것은 없으면 쓸쓸하고 많으면 두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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