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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Dec 29. 2021

주인공 버프

그 원피스가 아니에요. 그 원피스요. 대 해적 시대 만화요. 좀 뜬금없나요? 중학교 때는 집안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원피스를 봤어요. 왜 그게 그렇게 좋았나 모르겠네요.


원피스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해 보자면 주인공은 루피예요. 능력이 있는데 고무고무 열매라고 하고많은 능력 중에서 겨우 몸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능력자예요. 보잘것없지 않나요. 그런데 또 그걸로 강한 사람들을 이겨요. 주인공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원피스는 조금 달라요.


오랜만에 원피스 극장판을 보았는데 루피가 밀짚모자 하나 지키겠다고 자신의 몸을 내던졌어요. 별것도 아닌데 루피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애써요. 그 나약한 고무 몸으로 그러려고 하니 정말 많이 얻어맞을 수밖에요. 그런데 쓰러졌다가도 집념이 루피를 다시 일으켜요.


늘 이기기만 할 수는 없기에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원망하고 억울해 하기도 해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려고 동료와 잠시 이별을 택하기도 하고요. 만화라는 것이 보다 보면 주인공은 사기 아닌가 싶은데 루피는 여전히 나약해 보여요. 그런데, 그 해적왕이 될 거라는 흔들림 없는 외침에 정말로 뭔가 할 것 같아서 믿게 되는 거 있죠. 그의 확고한 생각이 그를 강하게 만들어요.


요즘은 못한다고 피해왔던 것들을 해보고 있어요. ‘한계’로 규정해 왔던 것들을 지우고 정말 작은 것부터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작은 것에도 그러는데 오늘은 칼질을 할 일이 있었어요. 보통은 “나는 칼질 잘 못해” 하고 빼곤 했는데 이번은 속으로 ‘별거 있나’하고 칼을 들었어요. 왠지 긴장이 돼서 루피처럼 ‘할 수 있는 거야’ 확고하게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니 긴장도 풀리고 그거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며칠 지내고 보니 나라는 사람이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 들어요. 경계를 짓던 선들을 쓱쓱 지워냈으니까요. 그렇게 넓어지고 넓어져서 루피처럼 소중한 것들을 곧잘 지켜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능력은 약해요. 루피처럼 늘어나지도 않는 걸요. 흔히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하던데, 그럼 제 인생에서는 제가 주인공이잖아요. 주인공 버프 좀 받아볼까 봐요. 겉보기에 물렁해보이는 나도 해낼 것이 많을 것이라고 믿어볼래요.


알죠? 주인공은 쓰러져도 곧 일어나는 것, 그리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차 강해진다는 것이요. 분량이 많아서 조금 바쁘고 힘들긴 한데요. 그래도 주인공이니 분발 좀 해보려고요. 힘들 때는 원피스 주제가를 불러요 우리.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용기를 내 넌 할 수 있어.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이대로 멈출 수는 없잖아. 거센 바람 높은 파도가 우리 앞길 막아서도 결코 두렵지 않아.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시련들 밝은 내일 위한거야.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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