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디스크에 이어 허리도 큰 위기가 있었다. 무심코 한 동작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허리는 크게 아프지 않았고 가끔 불편했기에 목처럼 디스크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방심했다. 허리가 보내는 작은 신호가 더 큰 위기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아픔을 받아들이고 몸을 이해하며 회복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4~5년 전 학교에 근무하던 어느 날이었다. 강당에서 학생들이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를 받고 있었다.
나는 지원하는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함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잘 따라 할 수 있도록 앉아서 윗몸 앞으로 굽히기, 윗몸 말아 올리기 동작을 직접 보여주었다.
몸이 유연한 초등학생들처럼 잘되지는 않았지만, 있는 힘껏 허리를 구부리며 좋은 점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에 이런 스트레칭도, 꾸준한 운동도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서 그 동작이 허리에 무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날 아무 통증도 없었기에, 아이들과 비슷하게 해냈다는 사실에만 만족하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튿날 아침, 밥을 먹고 일어서려는데 허리가 곧게 펴지지 않고 아팠다. '잠깐 아프다 말겠지' 하며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허리를 숙이며 자세를 바꾸는 순간 '아야' 소리가 나올 만큼 통증이 밀려왔다. 왜 갑자기 허리가 아픈지 이유를 몰랐다. 허리 구부리기를 하고 나서 바로 통증이 없었기에 그날 일을 잊고 있었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병원을 가기로 했다.
대전 정형외과로 가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가는데, 10분쯤 지나자 허리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허리를 다시 꼿꼿이 세우고 의자 등 뒤에 쿠션을 받치고 기대어 갔다. 10분이 지났을 무렵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끊어질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겁이 났다. 이대로 더 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들에게 가까운데 차를 세워 달라고 했다. 차에서 내려 잘 펴지지 않는 허리를 살살 펴면서 조금 걷고 나니 통증이 줄어들었다. 시간이 급한 마음에 다시 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에 한 번 더 차를 세워 쉬어야 했다. 그렇게 힘겹게 병원에 도착했다.
정형외과에서는 우선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다. 사진을 보면서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디스크 간격이 많이 좁아져 있고 척추협착증 소견도 조금 보입니다"
"며칠 지켜보다가 좋아지지 않으면 MRI를 찍어 봅시다 “
마음은 착잡했지만 좋아질 거라 믿었다. 좋아졌다가 나빠지고, 또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내다 보니 허리에서 다리로 저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방 일을 하다가도 통증이 심해지면 누워서 쉬어야 했다. 몸의 중심이 무너지니 일상도 함께 무너졌다.
직장에서는 눈치가 보여 아픈 모습을 안 보이려고 더 신경을 썼고, 가족 앞에서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몸을 돌보지 않고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후회가 되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고, MRI 검사를 하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디스크 탈출증이었다.
목 디스크에 이어 허리디스크라는 가혹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이 되었다. 목과 허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동안 목 디스크 치료와 회복에만 집중한 채 허리의 건강을 간과하고 있었다.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지 알아야 했다. 그동안의 동작과 자세를 하나하나 돌아보고, 잘못된 생활 습관과 원인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허리가 보낸 통증 신호들을 가볍게 생각하고 무시했다는 점이었다.
내 몸이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했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허리 통증이 있을 때 근육통이거나 삐끗해서 아프다고 생각했다. 약을 먹고, 파스를 붙이고, 물리치료를 해서 조금 괜찮아지면 그대로 지나쳤다. 정확하게 진단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허리디스크가 조금씩 손상되어 간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것이다.
또 하나 놓치고 있었던 사실은, 내 허리가 예전처럼 건강하고 튼튼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척추 건강을 위한 노력과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50대 후반의 몸으로 10대, 20대처럼 움직이며 무리한 동작을 반복했다. 집과 직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구부리는 행동을 많이 했고, 바닥에 앉아서 청소를 했다.
허리가 약한데 무리한 동작으로 계속 상처를 내고 있었다.
허리가 튼튼한 사람에게는 스트레칭이 허리를 유연하고 단단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상처가 있는 사람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가장 후회되는 건, 중년이 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고 미뤄왔다는 사실이었다.
그 결과 체력과 근력을 키우지 못했다. 디스크와 주변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튼튼한 사람보다 더 쉽게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온 시간이 결국 아픈 몸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
몸이 보내는 통증 신호를 잘 살피고, 척추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과 척추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디스크의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과 올바른 생활 습관이 회복을 돕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은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탈출이 되고 상처 난 디스크를 치료해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목도 허리도 하루아침에 찢어지고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척추에 부담이 되는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쌓여서 단단한 디스크를 찢게 만들었다.
이제 나쁜 습관을 줄이고, 좋은 생활 습관으로 치유하고 아물게 할 시간이다.
디스크를 낫게 하고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하고, 몸이 보내는 소중한 통증 신호에 귀 기울이며 척추 건강을 지켜가고 있다.
수술하지 않고도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니,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아프지 않은 아침을 맞이하는 하루는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인가.
매일매일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위해 오늘도 힘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