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남
옛날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다. 다소 강박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으면 그 마음을 그대로 행동에 드러내야 한다고. 그래서 만났을 때 다소 과하게 인사하고, 반기고, 호들갑을 떨고,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어야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점점 나 자신이 지쳐가더라. 나는 철저하게 내향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사람을 만나서 소진된 에너지는 다시 재충전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불현듯 깨달았다. 말과 행동이 꼭 같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 그걸로 판단할 필요도 없다는 것.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지만 내 표정은 조금 어색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뭐 어떠한가.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면 그 어색함은 자연스럽게 풀릴 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처음에는 공통 화제를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우리는 서로의 근황에 대해 알아 가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뭐든 성급하게 첫 술에 배부르려고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거늘. 조금 더 조용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도 있거늘. 왜 외향인도 아니면서 외향인처럼 힘들게 살아왔나.
다시금 이 말을 되새겨본다. 말과 행동이 꼭 같은 건 아니야. 그러니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