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예매 어플 중에 유명한 게 있다. 아마 거의 다 아실 것이다. 스카이스캐너라고. 각 항공사별 노선의 가격을 한눈에 비교해 주는 사이트이고, 내가 해외여행을 처음 나간 약 10년 전부터 이 앱이 있었던 것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올 해는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여름휴가로 2박 3일 강원도에 놀러 가긴 했었는데, 2박 3일은 뭔가 휴식을 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더라. 그래서 올해는 어디도 제대로 떠나지 못 한 기분이 든다. 올 한 해 내내 일한 느낌이랄까. 사실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진 않다. 회사가 자율 총량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총량 휴무로 연차처럼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근무 시간을 다른 날 나누어서 채워야 하기에 평소에 1시간씩 더 근무를 하게 된 것은 함정이지만. 그래서 어쨌든 두 달에 이삼일 정도는 충분히 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늘 여행이 고프다. 어쩌면 국내 여행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면세 쇼핑을 하고 싶고, 공항의 그 설렘을 느끼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속한 곳을 '아주 멀리' 벗어나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남편의 자영업에서 주말을 포함해 매일 하는 루틴이 생겨서 하루도 서울을 떠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다. 면허는 20살에 땄다. 근데 면허만 있다. 장롱면허란 얘기다. 연수를 받으려고 몇 번 시도도 해봤지만 늘 번번이 실패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 상황에서 운전까지 못 하고 아이도 하나 있으니 어딜 갈래도 갈 수가 없다. 늘 묶여 있는 신세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부터 주말에는 운전 연수를 받기로. 그래야 나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 남편에게 같이 가지 못 하는 아쉬움을 짜증으로 푸는 일도 줄 것이다. 운전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친구가 '노인들도 다 하는 거다'라고 얘기해줬다. 그리고 하루라도 어릴 때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고. 그래서 나도 이젠 운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운전을 해서 반드시 내년에는 해외여행을 갈 것이다. 해외여행을 만약 못 간다고 하더라도,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도라도 가겠다. 제주공항에서 내려서 렌터카를 빌려 서귀포로 향하겠다. 서귀포에서 늘 묵던 숙소에서 묵으며 근처에 좋은 곳들을 차를 몰고 향할 것이다. 처음엔 여행을 가고 싶다던 글이 갑자기 운전 연수를 향한 강한 열정을 불태우는 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