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지?
회사에서 전사에서 출시하는 상품/서비스의 네이밍을 담당하고 있다.
이 업무를 담당한 지는 약 1년 차. 처음에는 업무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컸었다. 전사의 상품/서비스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그런 큰 권한이 내게 주어지다니. 아, 이제부터는 드디어 내가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여 작명을 해 볼 차례로구나.
하지만, 업무를 하다 보니 전혀 다른 업무의 성격임을 알게 되었다. 일단, 지금 시장에는 너무 많은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각 기업에서도 수십에서 수백 개의 상품을 출시하며, 개인들도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고 기존에는 아예 없던 새로운 상품군이 생겨나기도 한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도 다양한 상품들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 새로운 사업전략이 수립되고, 그 사업전략에 맞는 새로운 신사업들이 생긴다. 그리고 없던 플랫폼이나 앱을 개발하기도 하고, 우리 회사가 아닌 그 외의 수많은 회사와 제휴를 통한 신상품이 출시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신상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네이밍이다.
보통의 사업부서 담당자들은 자기가 지은 네이밍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은 네이밍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누구든 그 생각에 동의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여기서, 네이밍 담당자의 업무 성격이 드러난다. 네이밍에 있어서 나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한다? 이건 현실적으로 잘 벌어지지 않는 일이다. 보통은 사업부서에서 제시하는 네이밍 안들이 너무 특이하거나 특별해지지 않도록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바꾸는 것이 일이 된다.
또한 사업에서의 네이밍은 제삼자의 무단 도용이나 침해 리스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표권을 등록해야 한다. 그래서 상표권 등록 가능성 여부도 네이밍 담당자가 같이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가 된다. 상표권은 왜 이리 복잡하고 세상에는 왜 이리도 다양한 상표들이 있는지....
하여간, 네이밍 담당자라고 해서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다른 부서에서는 좀 다르게 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있는 부서에서는 그렇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다른 회사의 사람들은 어떤지 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