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이방인이 되고 싶다.
여행지에선 모든 것이 낯설다. 언어도, 환경도, 주변 사람들의 피부색도. 대중교통조차 각 나라마다 고유한 방식이 있다.
나는 지금 상태에서 완벽한 이방인이 되고 싶다.
지금 내가 속한 것들은 나를 늘 그 자리에 있으라 말한다. 엄마로서, 회사의 직원으로서, 팀원으로서.
나는 그냥 이 모든 것으로부터 아주 잠깐만, 잠깐의 일탈을 원한다.
(아마 돌아오고 싶기 때문일 거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던 나였는데, 혼자인 시간은 다른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기 위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었다. 결국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 살아야 한다.
그런데 계속되는 관계는 지겹고, 지루하고, 책임이 커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있는 이 상태에서 완벽한 이방인이 되고 싶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함이 좋아
생일이었다. 그렇지만 생일이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이 한편으로 두려웠다. 늘 기다려왔던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왜일까. 특별한 날이니까 특별한 곳에 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나는 올해 생일을 더욱더 혼자로서 보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생일 전날부터 특별함에 대한 마음속에 어떤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생일인데 뭐해?"라고 물으면 "가족과는 함께 보낼 건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답했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거리에 타코 집을 갈까 하다가, 그냥 늘 가던 교외에 넓고 편안한 해물찜 식당에서 해물찜을 먹었다. 그 전날에는 가장 효과적인 동선을 고려해서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었다.
예전에는 나 자신이 특별해지길 바랬는데, 이젠 특별해지는 것에 대한 내 마음속에 어떤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없다. 평소에 1만 원씩 쓰다가 특별한 날 10만 원 쓰는 것보다는, 평소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 더해서 2만 원을 쭉 쓰는 일상이 좋다. 돈에 비유해서 웃긴데, 이것만큼 잘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12월은 독서의 계절
독서 기록 앱 '산책'을 좋아한다. 직관적이고 무료인데 필요한 기능들이 다 있어서 쓰면서 질리지도 않고 잘 쓰고 있다. 특히 한 달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책력' 기능을 좋아한다.
그러다 어제 산책 앱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것이다.
올해의 책을 고르면서 올해의 독서 패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단 민음사의 유명한 고전들을 많이 읽었다. '삶의 한가운데', '모래의 여자', '데미안' (데미안을 이제 읽었다), '달과 6펜스'(이것도 이제 읽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책이긴 한데 고전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그동안 읽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이런 독서를 많이 했다.
그리고 안전가옥 쇼-트를 인상 깊게 읽었다.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 그리고 범유진의 '아홉수 가위'. 각 단편집에서 정수 한 편들은 재독 했다.
마음을 폐기하지 말라는 '경애의 마음'을 재독 했다.
베스트셀러 중에서는 '아버지의 해방 일지'를 인상 깊게 읽었다.
나에게 올해의 책은 '모래의 여자', '아버지의 해방 일지'다. 전자는 책을 읽고 난 후의 강렬한 이미지, 뇌리 속에 박혀서 잊을 수 없었다. 후자는 기존과 결이 다른 독서였지만 나름의 흡인력으로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