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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May 18. 2023

육아휴직을 두 번 쓴 사람

육아휴직으로 경력은 좀 꼬였지만 괜찮아



나는 육아휴직을 두 번 한 사람이다. 아이는 7세.


처음 육아휴직은 남들처럼 출산휴가에 붙여서 썼다.

그때는 아주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남들은 다 어떻게 복직해서 어떻게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인지 너무 신기했다. 나는 그 일들이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데다가 마땅한 대안도 없어서 늘 막막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일명 '육아 독립군'이다.

양가 부모님들은 모두 지방에 거주하고 계시고, 남편은 외동이고 나는 동생들이 모두 지방에 산다.

그렇다고 친한 친척이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정말 아이를 맘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 너무 없었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었다.

이렇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한 것인지를...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지만,

워킹맘한테는 더더욱 절실한 말인 것 같다.

아직도 육아독립군인 우리에게 조부모님들의 도움을 받는 주변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두 번째 육아휴직은 아이가 4세 때 회사와 육아를 병행하던 나에게 번아웃이 와서 내가 도피하듯이 선택한 것이었다.

주말에도 회사 생각이 나서 정말 미칠 지경이었고,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나는 가득 담겨 넘치기 직전의 물컵처럼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했다.

결국 나는 그만두지도 못한 채 일단 도피하듯이 휴직했다.

일단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뒤돌아보면 도망치듯 한 선택이었지만 나는 두 번째 육아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

두 번째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나는 이제야 사춘기를 맞은 사람처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복직 후에는 팀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쉼은 꼭 필요하다. 쉼을 통해서 돌아볼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당연히 아쉬운 점도 있다.

그 덕분에 남은 육아휴직이 2개월 밖에 안된다는 것.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을 한 아이당 3번까지 쓸 수 있는데

한 번 더 쓸 수 있는데 기간은 2개월 밖에 안된다.


그래서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갈 아이를 서포트하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이 남았다.

그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 내가 계속 그냥 버텼다면 아마 나는 지금 회사에 있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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