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만 두고 가면 추울 거 같아
새해 첫 주말 아침, 밤 사이 내린 눈에 온 세상이 새하얀 눈의 마을이 되었다.
아직도 한 밤 중인 43개월 딸은 눈이 왔다는 말에도 침대 구석으로 파고들기만 한다.
아빠도 방금 일어났으면서 비몽사몽이 아니라 그냥 "몽중"인 아이에게 자신의 졸린 눈을 비비며 눈사람을 만들러 나가잔다.
'지금 당장?'
당황했지만 지난번 함박눈이 왔을 때 아빠가 눈사람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나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데 힘을 보탰다.
아직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 눈 밭인 것도 끌렸다.
겨우 눈을 뜬 아이에게 아침으로 핫도그와 사과를 먹이고 옷을 후다닥 입혀서 나갔다.
그 사이 이미 여러 발자국이 찍혀있었지만 먼저 나와 흩날리는 눈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굴리고 있는 아빠를 보니 다 괜찮았다.
아빠에게 비니를 씌워주고 딸과 나는 눈썰매 삼매경에 빠졌다.
지난 폭설에 눈사람을 만들어 준 나는 눈썰매를 못 태워준 것이 아쉬워 미리 장만해 뒀었다.
몇 바퀴를 돌아도 아빠는 여전히 눈을 굴리고 있다.
아이와의 시간이, 추억이 아니라 멋진 눈사람을 선물하는데만 온 신경이 쏠려 있다.
엄마: "적당히 해~같이 보내는 시간이 중요한 거지~~"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이 닿았나 보다.
눈사람을 같이 마무리하고 눈썰매도 타고 딸이 좋아하는 눈싸움도 하고 신나게 놀았다.
집에 들어가기 위한 피날레로 눈사람과의 기념 촬영을 시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된다며 눈사람 코트를 만들잔다.
딸: "눈사람이 추울 것 같아요. 눈사람 코트가 필요하겠어요."
그 마음이 너무 따듯해서 다 같이 눈사람 코트를 만들었다.
순간 눈사람 코트를 어떻게 만들지라며 고민에 빠졌는데, 아빠가 눈으로 만들어준 단추를 마음에 들어 했다.
딸: "근데 눈사람은 머리카락이 없네."
아빠: "눈사람은 머리카락 없어도 돼. 이제 들어가자~"
루돌프 마냥 코가 빨개진 아이는 싫다며 냅다 뛰다 꽈당 넘어져 버렸다.
놀라 황급히 달려가 아이를 일으키며 여기저기 살폈다.
딸: "다행히 다치지 않았어요!"
엄마: "팔 접었다 폈다 해 봐."
딸: "부러지지 않았어요!"
더 놀고 싶어 아프지 않다고만 하는 마음이 안타까워서 눈썰매 몇 번 더 타고 겨우 달래서 들어왔다.
들어오는 길에 딸이 내 손을 살짝 끌어당긴다.
딸: "엄마, 눈사람만 두고 가면 외롭잖아요."
엄마: "지금 눈 내리는 거 보이지. 눈사람은 친구랑 같이 있어서 안 외로워."
따듯한 딸의 온기에 내 마음이 녹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