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인 나의 고충
결혼 적령기 때 평범하게 살 수 없게 만든 세상의 풍파와 사회초년생의 치명적인 실수로 만들어진 채무, 연속된 이성관계에 실패까지.. 결혼을 원하고 말고를 떠나서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다. 하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사실 내 마음엔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겪은 일들이 없었더라도 결혼은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나에겐 근본적인 문제와 불편함이 있었다. 우선 내가 외동딸이라는 것이었다. 무남독녀라고 하면 사람들이 일부러 칭찬을 해주려는 마음으로 귀하게 컸겠네라고 하지만, 딸이냐 아들이냐를 떠나서 외동으로 태어나 살아가게 되면, 특히 나이가 많아질수록 걱정이 깊어진다.
게다가 나의 경우는 부모님의 나이차가 많은 데다가 아이가 금방 생기지 않아 출산까지 늦어졌다. 즉 부모님의 나이가 많은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정해져 있기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의존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엄마는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쭉 아버지의 외벌이를 통해서만 생활해 왔는데, 벌어온 생활비를 절약하거나 저축하지 못하면서 노후자금이라는 게 따로 없을 정도였다.
결국 외동딸로서의 나의 고민은 언제 일을 그만두실지 모르는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할지 모른다는 것이며, 그 생활도 책임져야 하는데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돈으로 그게 가능하겠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건강하다고는 해도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은 점점 더 그리고 크게 몸이 아파지실 텐데 그때를 내가 대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이다. 모은 돈이 있거나 벌이라도 많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부실하다. 여기에 갚아나가야 할 빚까지 있으니...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나의 가족조차 책임질 수 있을지 없을지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나의 걱정과 우리 가족이 처한 가장 큰 문제에 대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어느 정도 아는 눈치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결혼을 언제 할 거냐는 말이나 결혼하라는 강요를 한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한창 결혼적령기의 시기의 20대에도 말이다.
대신 집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 대화 속에서, "결혼할 때 보태주거나 도와주지도 못하는데.. "라는 말을 스치듯이 듣게 되었다. 내가 정확히 들은 게 맞다면, 아버지도 당신의 노후조차 막막해 걱정이 많을 정도로 가진 돈이 없어 자식에게 해 줄 수 없는 미안함으로 차마 내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으리라.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나도 눈치챘기 때문에, 어차피 잘 되지도 않고 돈도 많이 들고, 행복이 보장된 것도 아닌 결혼을 할 바에야 아버지의 걱정과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항간에 사람들이, 결혼 안 하면 혼자 쓸쓸해서 어쩌려고 하냐 같은 말을 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큰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혼자인 외로움이 두려워서 억지로 결혼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기적이고 잘못된 결혼이다. 그런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 게 내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의 상황에선 역시 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 내가 외동딸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형제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나는 결정이 훨씬 빠르고 쉬웠을 것이다. 결혼을 포기하는 대신 아버지를 부양하고, 다른 형제는 결혼을 하는 것이다. 그랬다면 아버지가 나에 대해서 미안함과 아쉬움이 있더라도 다른 형제는 결혼했으니까 안심하고 손주도 볼 수 있어 할아버지가 되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말을 안 하지만 그래도 친손주가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고 예뻐하는 아버지니까 친손주가 있다면 정말 좋아하실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지 않게 되면 아버지는 친손주는 없게 되는 것이라서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결혼을 할 수도 없다.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결혼 사이에 끼어서 괴로움을 느끼고 고뇌에 빠진다.
참, 결혼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