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편함과 각오가 공존하는 삶

혼자서 살아가는 삶

결혼을 하는 데 있어 너무 많은 문제가 있으니, 역시 나는 결혼을 포기하는 쪽이 맞을 것 같다. 물론 이전 글 같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흔들리지만, 현실적으로는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자연히 나는 혼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어진다.


어쩌면 나는 혼자서 살아가는 편이 좋고 내 적성과 행복에도 훨씬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크게 좌절하면서 뒤쳐졌고 뒤늦은 것이 많다. 그게 나의 삶이었다.

그래서 또래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한다. 학벌이나 타고난 외모, 물려받은 재산 같은 건 논외로 하더라도 스스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나 지식, 결과물 같은 것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그 열등감과 조급함으로 퇴근 후에 집에 와서 혼자 노력하는 시간이 많다. 영상으로 지식을 쌓고, 공부를 하기도 하고 책을 본다. 하다 못해 정약용의 명언 같은 것을 필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의 행동의 시작점은 부족한 자신감일지 몰라도, 그것이 나의 루틴을 만들고 느려도 멈추지 않고 계속 쌓아가도 발전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낸다.


이런 삶은 혼자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시댁과의 종속이 강하고 며느리로서의 의무가 강조되는 결혼문화에서는 이런 생활이 단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일하는 곳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기혼자들, 엄마들이 푸념하고 하소연한 것처럼.


그걸 볼 때마다, 결혼은 참 불편하고 괴롭고 제한이 많기도 하구나.라고 느꼈다. 사실 결혼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가 현대에 맞지 않아서 많은 갈등과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 같다. 외국만 해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엄마가 자유롭게 대학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직장에서 친해지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뒤로는 더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게 됐다. 정말 친한 사람들은 어차피 멀리 살고 다들 열심히 살아서 가끔씩만 보게 된다. 그래서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살면서 한 번씩 만나고 헤어진 뒤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발맞추어 함께 걸어가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 불필요하고 공허한 인간관계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차라리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도 돈도 아낄 수 있게 된다.


대신 유일하게 돈을 아끼지 않는 곳이 있는데 바로 책을 구매하는 것이다. 책은 가격에 비해 그 가치가 높고 많은 도움을 준다. 같은 가격에 다른 물건들에 비해 나에게 가장 유익하고 많이 남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방에는 책이 가득 차 있다.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가 상당히 고민이다. 남편이 될 사람이 책을 좋아해서 신혼집으로 책을 가져오게 허락해 주는 경우가 최선일 것이고, 남편이 싫어하거나 신혼집의 공간이 안 돼서 내가 직접 처분을 하거나 부모님이 대신 다 갖다 버린다던지 하는 것이 최악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 때문에라도 결혼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면 외동인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사실상 가족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혼자서라도 더 잘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되며, 잘 살기 위해 훈련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 혼자가 됐을 때를 떠올리고 각오하면서 말이다.


사실 그래서 결혼이 하고 싶기도 했다. 사라진 가족 대신에 내 곁에 남아줄 새로운 가족과 슬픔을 딛고 서로 아끼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는 무리라서 좋든 싫든 혼자 잘 살아가기 위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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