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실패 속에서 닫힌 마음

실패한 연애의 연속

한창 힘든 일이 많았던 중후반의 나이, 글을 매개로 친해진 사람이 있었다. 같은 취미이자 특기를 가진 사람이어서 좀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듯하다. 결국 첫 연애 실패 후 오랜 공백을 딛고서, 또 한 번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관심사도 비슷한 데다가 좋은 면이 있어 감정적으로도 정말 많이 좋아했다. 그래서 함께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희망을 품었다. 나이가 있는 만큼 막연히 결혼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친척언니 중의 한 명도, 보통의 다른 사람들도 평균적으로 26살에서 28살의 나이에 결혼하는 것을 떠올리며 나도 그렇게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결혼 자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연애는 끝이 나고 말았다. 결정적인 건 미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결혼 후에 아기를 낳고 싶다는 나의 입장과 아기를 낳고 싶지 않다는 상대방의 가치관 차이었다.

그때쯤 나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아이가 없는 결혼이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상대가 먼저 가치관 차이를 이유로 들며 헤어지자고 했다.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거면서 붙잡고 있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납득이 가는 이유였지만 상실의 아픔은 그렇지 않았다. 한창 예민한 감성의 사춘기도, 아직 감성이 여린 20대 초반도 아닌데 이별의 아픔이 엄청나게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잔뜩 부풀었던 기대가 무너지고 아마 나는 결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절망감을 함께 느껴서였지 않나 싶다. 20대 중후반이 지나면 결혼을 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컸으니 말이다.


또 다른 사람들처럼 그때 하고 싶었고, 출산도 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결혼을 한다면 적어도 20대 중후반에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실패했으니 좌절이 컸다.


그 후로는 나이도 더 많아졌고 경제적 사정도 더 안 좋아졌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내려놓았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못하게 되더라도 연애를 하며 지켜보고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두 살 연하였던 남자애를 알게 되었는데, 사귀는 것까진 아니었어도 소위 썸이라고 하는 사귀기 전 단계에서 차츰 서로 호감을 갖고 알아가는 단계까지 발전을 했다.

그때는 따로 공모전 등을 준비하고 있었던 때라서 나도 바빴고 그래서 그 얘한테도 말하니, 그럼 그 공모전이 끝나고 시간을 내자고 했다. 그 얘도 일로 바쁘다고 했기 때문에 서로 연락이 잘 안 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어느 날 조금 시간이 나서 연락을 했는데 답장이 없길래 바쁘구나 싶어서, 바쁜가 보네하고 메시지를 남겼는데 저녁 시간 때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웬일로 전화를 했나 싶어 기쁘게 받았는데 웬 여자목소리였고, 나에게 마구 따져대는 것이었다. 함께 나눈 메시지 내용을 들며, "둘이 사랑하시는 거 같은데 제가 빠져드려요?" 같은 말들을 자꾸만 했다.

영문도 몰라 입이 얼어버린 채로 듣고 있는데, 그 여자는 나에게 속사포로 마구 따져대더니 자기가 남자애의 여자친구라고 하며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끊었다.


그때 당시에는 너무 깜짝 놀라고 또 충격받아서 언제부터 여자친구였는지를 물어보진 못했지만, 아마 나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전부터 여자친구가 있었고 여자친구 몰래 나랑 바람을 피우면서 여자친구가 없는 척 속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만났을 때, 먼저 나에게 입을 맞추는 바람에 내가 당황스러워하자 그 애는 "왜? 우리 이미 사귀는 거 아닌가?"라고 했었다. 그래서 아직 정식은 아니더라도 사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내용을 언제 한 번 메시지로 보낸 적이 있었다.

아마 여자친구라고 하는 그 여자는 그 메시지를 보고 내게 따졌던 것 같았다. 그렇게 작별인사 하나 못하고 허무하게 잠깐의 설렘을 주었던 연애도 지저분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20대 초반때와 비슷한 일을 겪어서 더 화도 나고 기분도 더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도 나이를 먹고 더 단단해진 만큼 회복은 빨랐다.


그 후 30대가 되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고백을 받게 되었다. 30대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워낙 잘해주었던 모습에 마음이 열렸다.


특이점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이가 좀 있는 편이었고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많이 내려놓긴 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히 있었고, 잘해주는 모습 때문에 이대로 결혼을 해도 괜찮은 걸까? 생각했다.


그런데 여행을 같이 다녀오고 나서 올라가야 하는데, 명절기간이라 올라가는 표가 하나도 없었다. 다음 날 출근이었기 때문에 많이 불안했는데, 상대가 자기가 집까지 운전해서 태워다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하는 모습과 집이 멀었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에 일단 버스터미널에 내려달라고 했는데 자기가 데려다줄 테니 좀 기다리라고 하면서 내 요구를 자꾸만 묵살했다. 그러다 결국엔 버스 터미널에 내리게는 되었는데 새로고침을 해도 표가 잘 뜨지 않다가 겨우 하나 구해서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올라가는 중에 전화가 와서는, "거봐, 내 말 맞지? 차 없지?"라고 하면서 자꾸만 비아냥대는 것이었다. 그러게 왜 자기 말을 안 듣느냐는 둥, 상당히 불쾌한 행동을 했다.

그 후에 또 연락이 와서는 자신이 얼마큼 하는데 나는 그만큼 안 해준다며 서운해하는 거나, 자기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대접해 주고 그게 당연한 게 너는 왜 안 해주냐는 식 자신이 안 좋아하는 것 같다는 둥 불만을 쏟아내더니 헤어지자고 했다.

사실 나도 불만이나 기분 나빴던 부분들이 많았지만 일단 화를 참고, 적당한 때에 대화로 풀려고 했는데 상대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길래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을 하며 그대로 헤어지기로 했다.


그 후로도 참 신기하게 이런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몇몇 있긴 했는데, 회피형이었거나 대화가 너무 안 통해서 먼저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사람등 계속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어차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을 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계속된 실패로 이성에 대한 기대도 많이 줄어들고 나는 안되는구나 하고 낙담해 버렸다.

20대 중반에 가졌던 결혼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같은 불안이나 절망감 같은 건 깨끗이 사라져 버릴 정도로 마음이 닫히고 확실히 목을 매지는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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