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나 박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손에 들었다.
집에 있음에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연장을 마침내 오른손에 들었다.
아예 조작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걱정은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명확한 사용법을 몰라서 느끼는 두려움’ 정확히 그것이다.
20여 년 전 공방에서 가구를 만들면서 나는 나의 집에 기본적인 연장의 필요성을 느꼈었다. 부엌 싱크대 선반의 경첩을 조거나 의자 다리가 느슨하게 풀렸을 때를 위해. 무엇보다 DIY가구가 많아지며 나는 연장부터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세트로 구매했었다. 6-7년 전쯤에.
경험한 대 여섯 번의 이사에서 그들은 항상 전동드릴을 갖고 다녔다. 벽에 시계를 걸고, 커튼봉을 설치하고…
이사센터 직원들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나도 내 연장을 한 번씩 꺼내 들었었다. 하지만 매번 시도하지 못하고 다시 밀어 넣고 말았다. 여전히 드릴은 무서웠다. 그리고 수동의 드라이버로 힘들게 나사를 조이곤 했다.
누군가가 나의 처음을 지켜봐 주면 좋았을 텐데... 내 주저함에 용기를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면 연장은 두려움만 남는다.
전동 드릴 세트 안에는 갈아 끼울 수 있는 작은 부품들이 여럿 있다. 용도에 따라 바꿔 끼워야 한다는 정도는 알지만 각 부품들의 차이를 명확하게 모른다.
또 드릴 몸체에는 마치 수동 카메라처럼 돌려서 선택하는 숫자가 잔뜩 쓰여있다. 작업을 할 때 어떤 숫자에 맞추고 써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감당 못할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또 염려스러웠었다.
살펴보니 숫자뿐 아니라 작은 그림도 있다. 나사 그림, 드릴 그림, 그리고 망치 그림
배우고 난 후니까 구분을 하는 것이지 처음에는 알지 못했었다. 아니 선택해야 하는지도 몰랐었다.
집수리 아카데미 첫날 선생님은 빠르게 설명했다.
“드릴의 용도는 명확합니다. 나사를 박거나, 구멍을 뚫거나.”
“용도에 따라 드릴에 장착하는 연장만 바꾸면 되는 겁니다.”
“드릴의 연장과 쓰는 나사는 작업하는 벽이 어떤 벽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무에 박을 때, 석고보드에 박을 때 그리고 시멘트벽에 박을 때 타일이나 유리에 박을 때 각각 다른 드릴과 나사를 써야 한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설명하는 중에 벌써 드릴을 들어 ‘윙’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선생님은 소리에 움츠러든 나 같은 사람들이 보였나 보다.
“겁내지 마세요. 소리만 큽니다. 조작은 아주 단순하니까 찬찬히 하면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드릴에 있는 그림으로 용도를 선택했다면 알맞은 부품을 앞에 끼운다. 돌려 열어 끼우고 다시 돌려 고정한다.
준비되었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니 집중해야 한다.
나무판에 박고 싶은 못을 왼손으로 잡아 갖다 대고 못의 머리에 드릴을 세운다. 드릴에는 선택하는 버튼이 있다. 박을 것인지 뺄 것인지. 나사를 감을 것인지 풀 것인지. 그리고는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시작은 드릴 소리조차 차분해야 한단다.
‘드륵 드륵 드륵’
나는 내 손에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신기했다. 음악에 맞춰 돌아가는 뮤직박스 위 발레리나처럼 그 회전이 보인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 보았다. 돌아가는 부품을 한참을 지켜보았다. 부드럽다가 시끄럽다가 다시 잔잔해지는 내 손에서 달라지는 변화를. 두려운 것은 소리였을까 빠른 회전이었을까.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나무에 드릴을 갖다 대며 왼손에 나사를 잡았다. 두려움은 사라졌다.
애기 다루듯 조심히 방아쇠를 당겨 내가 원하는 곳에 못이 정확하게 위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니 강한 회전으로 순식간에 못이 들어가 버리면 곤란하다. 잘못된 위치라면 다시 옮겨야 하니까.
못이 고정될 위치에 정확하게 자리 잡았다고 판단되었다면 방아쇠를 더 강하게 당겨도 된다.
“위잉”
나사는 드릴의 회전 속도만큼 빠르게 들어가 박힌다.
처음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무릎을 탁 쳤었다.
왜 자꾸 원하는 위치에서 이동된 상태로 못이 박히는지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박는 못들은 원하는 위치를 조금씩 벗어나거나 수직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꾸 옆으로 누워서 들어가곤 했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전문가들은 대부분 “위잉” 소리 하나에 못 하나가 뚝딱 고정되는 것처럼 보였기에 나는 조심스러운 확인 없이 그저 눌러 박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거실 나무 벽에는 보기 싫은 구멍이 여럿 있다. 다 내가 만든 실패의 흔적이다. 드릴이 무서워 수동 드라이버를 사용했었다. 시작은 표시된 곳에서 했는데 돌리면 돌릴수록 삐뚤게 들어갔다. 아니다 싶어 박힌 못을 힘들게 빼서 그 옆에 다시 박으면 더 큰 구멍만 생기고 고정되지 않았다. 용기 있게 드릴을 꺼내 콘센트에 연결하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박힌 나사는 여전히 표식에서 벗어나 휘어져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매끄럽지 않은 나사 구멍은 나를 더욱더 드릴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제 보니 드릴이든 드라이버든 연장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신중하게 검증하며 진행했어야 했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
수업 실습용 나무판의 못들은 정확한 곳에 아주 예쁘게 자리 잡았다.
드릴의 회전력을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지식과, 실전에서 용도에 맞는 못을 반듯하게 박을 수 있는 전문가다운 꿀팁.
분명하게 습득해서 아주 아주 뿌듯했다.
전동드릴을 다루는 법을 배운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운 하루였다.